"비싸게 팔아줄게" 승객 폰 노린 택시기사들… 전화 한 통이 가른 '절도'와 '횡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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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게 팔아줄게" 승객 폰 노린 택시기사들… 전화 한 통이 가른 '절도'와 '횡령'

2026. 03. 10 15:36 작성2026. 03. 11 10:48 수정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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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유실물 챙기기 넘어 장물 매매까지 이어진 기사들의 일탈

법원은 범행 수법 따라 처벌 엇갈려

승객의 분실 폰을 조직적으로 빼돌린 기사들에게 법원이 당시 구체적 행동에 따라 절도와 횡령을 명확히 구분해 벌금형을 확정했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승객이 대중교통에 두고 내린 스마트폰은 어디로 갔을까.


단순한 분실인 줄 알았던 사건의 이면에는 동료 기사들까지 끌어들인 씁쓸한 범죄 네트워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장물업자인 지인으로부터 분실 휴대전화기를 가져오면 비싸게 사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택시기사 A씨는 동료들에게 은밀한 제안을 건넸다.


손님이 놓고 내린 휴대폰이나 습득한 휴대폰이 있으면 가져오라며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선 것이다.


이후 A씨의 동료 기사 20여 명은 승객이 떨어뜨린 스마트폰을 습득하고도 반환 절차를 밟지 않고 자신이 가질 생각으로 챙겼다.


이들 중 일부는 단순 습득을 넘어 장물업자인 지인에게 직접 판매를 알선하며 수십만 원의 현금을 챙기기도 했다.



"계속 울리는 전화, 끄고 트렁크에 숨겼다면?"… 사실관계가 가른 법적 판단

기사들의 운명은 범행 당시의 구체적인 행동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렸다.


기사 B씨 등은 승객이 차량에 휴대전화를 놓고 내린 직후 분실 사실을 깨닫고 수회에 걸쳐 전화를 걸어왔음에도 이를 받지 않았다.


이들은 오히려 전원을 끄고 휴대전화를 상의 주머니나 차량 트렁크 깊숙한 곳에 숨기는 치밀함을 보였다.


또한 기사 C씨는 택시회사 노조사무실 분실물 보관함에 들어있던 A씨 동료의 습득물을 몰래 훔쳐 가기도 했다.


기사 D씨는 동료들이 주운 폰을 장물업자에게 넘기는 알선 역할을 전담했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이러한 구체적 행동의 차이를 바탕으로 피고인들의 죄목을 엄격하게 나누었다.


일반인이 흔히 겪을 수 있는 단순 분실 상황, 즉 승객이 잃어버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떨어뜨린 물건을 기사가 나중에 발견하고 챙긴 A씨의 동료들에게는 '점유이탈물횡령' 죄를 적용했다.


반면, 승객이 하차 직후 전화를 걸어 찾는 노력을 했음에도 이를 고의로 무시하고 숨긴 B씨 일당과 회사 보관함에서 남의 물건을 빼낸 C씨에게는 더 무거운 범죄인 '절도' 죄를 적용했다.


나아가 장물을 사들이거나 팔아넘긴 A씨와 D씨 등에게는 각각 장물취득, 장물알선 혐의가 추가되었다.


"처벌 너무 가볍다" 검사 항소… 법원 "생계형 범죄 뉘우쳐" 기각

1심 재판부는 이들에게 가담 정도에 따라 최소 50만 원에서 최대 400만 원의 벌금형을 각각 선고했다.


이에 검사는 피고인들에게 내려진 벌금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피고인들이 승객의 휴대전화를 돌려주지 않고 횡령한 것을 넘어, 장물인 휴대전화를 취득하거나 양도를 알선해 죄질이 좋지 못하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1심과 같았다. 수원지방법원(2015노547)은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의 벌금형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동료 기사들끼리 장물을 취득하거나 양도를 알선한 사안으로 범행의 죄질이 좋지 않다는 점은 충분히 인정했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어려운 경제 형편 속에서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다 깊은 고민 없이 범행을 저지른 점을 참작했다.


범행으로 얻은 이익이 비교적 소액이고, 집행유예 이상의 중한 형사처벌 전과가 없으며 다시는 재범하지 않겠다고 깊이 뉘우치고 있다는 점이 벌금형을 확정 짓는 결정적 근거가 되었다.


결국 이들은 눈앞의 푼돈을 좇다 씁쓸한 전과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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