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옛날 일"이라는 군의 거짓말, 군사법원 판결문을 보면 'D.P.'는 현실이었다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단독] "옛날 일"이라는 군의 거짓말, 군사법원 판결문을 보면 'D.P.'는 현실이었다

2021. 09. 02 17:22 작성2021. 09. 02 18:10 수정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D.P.' 흥행⋯가혹행위 못 견뎌 탈영한 병사와 헌병대 이야기

군 관계자 "십수 년 전 일부 부대서나 있었을 일"이라지만⋯군사법원 판결문은 다른 양상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이뤄진 가혹행위⋯'D.P.' 드라마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병영 부조리를 드러내는 넷플릭스 드라마 'D.P.'가 흥행하자, 군 관계자는 "다 옛날 일"이라며 현실을 부정했다. 정말 그럴까? 군사법원이 내놓은 판결문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넷플릭스 페이스북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육군 헌병대 근무이탈체포조의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D.P.'(디피). 지난달 27일 방영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해당 플랫폼 한국 콘텐츠 순위 1위에 오를 만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 드라마는 탈영병을 체포하기 위해 나선 헌병대의 시선으로, 군대 내 열악한 인권 문제를 드러냈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철저한 현실 고증이 이뤄졌다"고 평가하며, "군 복무 시절 겪은 나 또는 동기가 겪은 가혹행위를 떠올리게 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병영 부조리를 다룬 드라마가 흥행하자 군은 난색을 표했다. 한 관계자는 "15년 전인 2000년대 중반에나 있었을 법한 일"이라며 현실을 부정했다. 정말 그럴까?


군은 과거의 일이라 했지만, 멀리 갈 것도 없다. 로톡뉴스 확인 결과, 최근 2년 새 가혹행위(위력행사가혹행위 혐의)로 기소돼 군사법원에서 판결한 사건만 44건이었다. 판결문 속에선 여전히 많은 청년들이 악습에 시달리고 있었다.


최근 2년 군사법원 판결문 속 가혹행위⋯때리고, 관물대에 가두고, 성추행하고

판결문에 담긴 가혹행위들은 '어쩌다 한 번'에 그친 경우는 없었다.


해병대 소속 병사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일병 5명을 상대로 총 34회에 걸친 가혹행위를 저질렀다. 법원이 인정한 폭행 건수만 단 2개월간 250회에 달했다. 피해 병사들은 뺨과 가슴, 머리, 명치 등 신체 부위를 가리지 않고 구타를 당했다.


A씨의 폭행 이유는 군무(軍務)와는 거리가 멀었다. 주로 "선임병의 의자를 대신 들지 않았다", "하의를 먼저 입지 않고 상의를 먼저 입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라고 했는데, 질문을 하지 않았다", "PX에서 대신 계산 시켰더니, 돈을 달라고 했다"는 등의 이유였다.


또 다른 해병대 소속 병사 B씨도 부대원들에게 상습 폭행을 일삼았다. 지난해 5월, B씨는 12일 동안 후임병 2명에 대해 15차례에 걸친 폭행을 가했다. 사실상 매일 가혹행위가 이뤄졌는데, "전 여자친구 이름을 떠올리게 해서", "넌센스 퀴즈를 제대로 맞추지 못해서"와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군홧발로 걷어차거나 당구큐대, 물밀대 같은 도구를 이용해 때리기도 했다. 판결문에 적힌 횟수로만 200회가 훌쩍 넘는 폭행을 일삼았다.


최근 군대 내 가혹행위 사건을 다룬 군사법원 판결문들. 군을 좀먹는 가혹행위는 2021년에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고등군사법원 제공
최근 일어난 군대 가혹행위 사건을 다룬 군사법원 판결문들. 군을 좀먹는 가혹행위는 2021년에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고등군사법원 제공


육군 소속 병사 C씨는 후임병 몸을 전기 파리채로 지지고, 관물대에 가두는 등 가학적인 행위를 75차례나 반복했다.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C씨가 피해 병사 몸에 전기 파리채를 가져다 댄 시간은 215분 가량 됐다.


C씨는 "몸에 전기가 통하는지 궁금하다"는 이유로 피해 병사를 괴롭혔다. 물을 뿌린 뒤에 전기 파리채를 가져다 대는 위험한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고통을 견디지 못한 피해 병사가 전기 파리채를 숨기는 날엔, 더 오래도록 고문을 했다.


성추행도 만연했다. 해군 소속 병사 D씨와 E씨는 후임병에게 자신들이 보는 앞에서 유사 성행위를 시키거나, 다른 병사 앞에서 자위행위를 하도록 강요했다. 신음소리를 크게 내라거나, 피해 병사의 어머니에 관한 노골적인 성적 언급도 함께였다. 피해 병사가 망설이면 "군기가 빠졌다"며 윽박을 질렀다.


이처럼 군대 내 가혹행위는, 불가피하게 병영 생활을 함께 해야만 하는 대상으로부터 지속 발생한다. 피해 병사들이 항의를 하면 하극상으로 치부되고, 무차별적인 괴롭힘은 언제 끝날지조차 예측할 수 없다.


가혹행위는 여전했고, 제대로 된 처벌은 없었다

"옛날 일"이라는 군의 설명과 달리, 최근까지도 많은 군인들이 가혹행위를 당하고 있었다. 하나 같이 심각한 수준의 괴롭힘이었지만, 여전히 합당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피고인 A씨, 벌금 150만원

-2021.5.26. 선고, 해병제2사단 보통군사법원


피고인 B씨,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

-2020.10.7. 선고, 해병대사령부 보통군사법원


피고인 C씨, 징역 6월

-2021.4.22. 선고, 고등군사법원 제1부


피고인 D·E씨,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

-2020.12.10. 선고, 고등군사법원 제2부


앞서 재판을 맡았던 군판사들은 일관되게 가해 병사들의 행위를 지적했다. "병영 내에서 이뤄지는 폭력 범죄는 건전한 병영문화를 저해하고, 군 기강을 문란하게 하여 결국 군의 전투력 저하를 가져오는 범죄"라고도 명백히 밝혔다.


하지만 수백 회에 달하는 상습 폭행과 성추행, 갖은 가혹행위에도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단 1명뿐이었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독자와의 약속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