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폭언에 "제정신 아닌 것 같다" 한마디 했는데, 오히려 내가 모욕죄로 고소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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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폭언에 "제정신 아닌 것 같다" 한마디 했는데, 오히려 내가 모욕죄로 고소당했다

2021. 03. 02 11:24 작성2021. 03. 02 19:02 수정
김재희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zay@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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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없어도 동료 증언 있다면 맞고소 가능하다

대응 전 고소장 내용 확인해보라는 조언도⋯정보공개청구로 볼 수 있어

업무 중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진 A씨와 B씨. 그런데 B씨는 A씨를 찾아와 폭언을 퍼부었다. /게티이미지⋅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적반하장(賊反荷杖). 최근 A씨가 겪은 일을 딱 요약한 말이다. 직장에서 말다툼 중 입에 담기도 어려운 심한 말을 들어, 딱 한 마디 맞받아쳤다고 고소를 당했다. 불행히도 자신이 당한 피해에 대한 물증이 없는 것 같아 속수무책인 상황.


일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씨는 회사 동료 B씨와 말다툼이 있었다. 업무하다 생긴 이견을 전화 통화로 조율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진 것. A씨는 "서로 너무 화가 난 것 같으니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자"고 말했다. 통화는 끝났고 갈등도 그렇게 마무리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날, B씨는 A씨 자리로 찾아왔다. 다짜고짜 시비를 걸며 반말까지 했다. A씨는 "반말하지 말고 말씀하시라"고 했지만 B씨를 막무가내였다. 동료 한 사람이 중재에 나섰지만 B씨의 반말 섞인 폭언은 계속됐다.


A씨는 결국 참지 못하고 B씨에게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발언을 B씨가 녹음했다. 그리고 그 증거를 바탕으로 A씨를 모욕죄로 고소했다. 폭언을 들은 피해자는 자신인데, 오히려 더 당할 위기다.


녹취 없어도 모욕죄 고소할 수 있다⋯제3자의 진술서 또는 사실확인서 필요

변호사들은 녹음파일이 없다고 A씨가 낙담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A씨가 생각하는 것만큼 일방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아니라고 했다.


변호사 김수경 법률사무소의 김수경 변호사는 "(A씨가 녹음파일이 없다고 해도) 고소가 가능하다"며 "다만 그 당시에 같이 있던 동료의 진술이 중요한 증거"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정평의 김형석 변호사도 "녹취록이 없다고 하여 고소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정리하자면 A씨에게 'B씨의 폭언 녹음파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제3자의 진술을 확보하면 B씨가 저지른 행위에 대한 입증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동료에게 육하원칙에 따라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B씨가 모욕적인 말을 했는지 정리해달라고 요청한다면 도움이 된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의 하진규 변호사는 A씨가 중재로 나서준 동료에게 당시 상황을 ①사실확인서나 ②진술서를 써 달라고 요청하거나, ③진술해줄 것을 부탁하고 이를 증거로 제출하라고 조언했다. 하 변호사는 "되도록이면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진술 내용을 정리하라"고 덧붙였다.


증언을 해줄 동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하다. 그날 사무실에서 두 사람을 본 다른 동료들에게 증언을 추가로 얻는다면 "여러 사람 앞에서 모욕당했다"는 사실(공연성)을 보다 확실히 입증할 수 있다.


고소장 내용 알아야 대응할 수 있다⋯정보공개청구 이용 조언도

고소에 앞서, 변호사들은 B씨가 제출한 고소장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확인해보기를 권했다. A씨가 B씨를 고소할지 여부와 관계없이, A씨가 고소를 먼저 당했기 때문이다. B씨가 그날 대화에서 정확히 A씨의 어떤 말을 '자신이 모욕을 당했단 증거'로 제출했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A씨도 조사에 대응할 수 있다.


변호사 이연랑 법률사무소의 이연랑 변호사는 고소장 정보공개청구를 안내하며 "고소 내용을 확인한 후 맞대응하라고"고 했다.


고소당한 사람은 자신이 어떤 혐의로 고소당했는지 알 권리가 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터넷 사이트 '정보공개포털'에서 조사 받고 있는 경찰서나 검찰청을 대상으로 고소장 공개를 청구하면 된다. 10일 안에 받아볼 수 있다.


한편, 법무법인 화인의 이주호 변호사는 "B씨는 A씨 발언만 녹취를 제출했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경찰 조사를 받을 때 A씨가 왜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발언했는지를 그 과정을 자세하게 진술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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