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강정 30만원어치 허위 주문한 '괴롭힘 가해자'들, 어떤 처벌이 기다리고 있을까
닭강정 30만원어치 허위 주문한 '괴롭힘 가해자'들, 어떤 처벌이 기다리고 있을까
괴롭힘 피해자가 신고하려 하자⋯"너희 집 주소 안다" 경고성 허위주문 의혹
변호사들 "업무방해⋅협박⋅공갈 혐의 적용 가능"
가해자들 모르겠지만 이번 '장난 전화'로 범죄 증거 남기게 된 셈

닭강정 가게 주인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영수증 사진. 배달 요청사항에 "아드님이 시켰다고 해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클리앙 캡처
크리스마스이브에 벌어진 '거짓 배달 주문' 사건이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학교폭력을 휘둘러온 가해자들이 성인이 된 후에도 피해자를 괴롭히기 위해 30만원 상당의 닭강정을 피해자 집으로 주문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다.
게다가 음식값을 물게 하려는 목적보다 과거 괴롭힘 사건을 신고하지 못하도록 '입막음'하려는 시도였다는 폭로가 뒤따르면서 분노는 더 커졌다. "너희 집 주소를 아니까 함부로 행동하지 말라"는 의미였다는 것이다.
형사 사건 경험이 많은 변호사들에게 사건 분석을 의뢰했다.
변호사들은 "가해자들은 음식점 사장과 관련해서 '업무방해' 혐의가, 괴롭힌 친구와 관련해서는 '협박⋅공갈' 혐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가해자들은 모르겠지만 이번 장난 전화로 자신들의 범행 증거를 스스로 남기게 된 꼴"이라며 "향후 경찰 조사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분석했다.
지난 24일 오후 10시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는 "닭강정을 무료로 드립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쓴 닭강정 가게 주인 A씨는 "오늘 30인분 단체 주문을 받아서 배달을 갔더니 주문자 어머님으로 보이는 분이 '시킨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며 "주문서를 보여드리니 얼굴이 굳어지면서 '아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데 가해자 아이들이 장난 주문을 한 것 같다'고 답하셨다"고 말했다.
주문서에는 "아드님 〇〇씨가 시켰다고 해주세요"라고 적혀있었다.
A씨는 "(이 어머님은) 일단 결제는 하겠지만 '다 먹을 사람이 없으니 가져가 달라'고 하셔서 세 박스만 남기고 돌아왔다"면서 "오후 6시에 주문하셔서 해당 닭강정 판매는 불가능해졌다. 커뮤니티 회원님들께 무료로 드리려고 하니 원하시는 분은 매장을 찾아 주시라"고 밝혔다.
이 사건을 접한 사람들은 분노했다.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 할 크리스마스에 허위 주문을 보내서 괴롭히다니 너무 심하다"는 반응과 함께 "가해자가 누군지 밝혀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처음 글이 올라왔을 때 피해자 어머니는 "아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미성년 학생일 거라고 짐작했다. 그래서 '학교폭력을 막아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수렴됐다.
해당 지역 고등학교에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고 밝힌 어떤 사람은 "어느 학교에 다니는 학생인지 찾아내야 한다"는 취지의 댓글도 달았다. 하지만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20대 초반 성인이었다.
A씨는 추가로 글을 올려 "피해자도 20살이고 가해자도 21~24살의 성인들이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설해 300만원 정도를 갈취한 사실도 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①닭강정 가게에 '업무방해'
가게 주인 A씨는 이번 허위 주문으로 29만6000원의 손해를 입었다. 허위 주문에 대한 결제를 취소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 실제 A씨는 관할 경찰서인 성남 분당경찰서에 가해자들을 업무방해로 형사 고발했다.
우리 형법(제313조)은 허위 주문으로 음식점 업무를 방해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 하지만 실제로 징역형이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여러 차례에 걸쳐 큰 액수로 허위 주문을 한 경우 집행유예가 선고된 적이 있을 정도다.
②괴롭힘 대상 학생에 '협박죄' '공갈죄'
가해자들에게 적용될 무거운 혐의는 협박죄와 공갈죄다.
A씨가 쓴 글에 따르면, 피해자 어머니는 "가해자들이 피해자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서 300만원 정도 뜯어간 일이 있었다"며 "피해자가 견디다 못해 신고하려고 하자 '피해자의 주소를 알고 있다'는 협박용으로 장난 주문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가해자들은 일단 협박 혐의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 로앤컴퍼니 장성수 변호사는 "과거 괴롭힘 행위와 (이에 대한 신고를 막기 위해) 집 주소를 안다는 것을 보여준 행위는 '협박 의도'가 될 수 있다"며 "피해자가 이러한 협박을 인식했고 두려움까지 느꼈다면 협박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이에 앞서 가해자들이 휴대전화를 강제로 개통 시켜 300만원 상당의 돈을 뜯어낸 것은 공갈죄로 처벌될 수 있다. 우리 형법은 재산상의 불법적인 이익을 얻기 위하여 다른 사람을 협박한 경우 공갈죄로 보고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크리스마스에 벌어진 이번 일로 피해자 가족의 충격은 상당하겠지만, 범죄 수사의 관점에서만 보면 '유력한 증거'를 손에 쥐게 됐다. 가해자들이 '허위 주문' 기록을 남겼기 때문에 향후 피해 입증에 유리해졌다.
변호사들은 "허위 주문 신고로 가해자들은 오히려 증거를 남겼다"며 "형사적으로 불리할 처지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닭강정 가게 주인이 가해자들을 '업무방해'로 고발한 것도 피해자에게 유리한 정황이다. 경찰은 업무방해 수사를 진행하면서 피의자(가해자)들의 범행 동기를 조사할 수밖에 없는데, 이 내용이 공식 문서(조서)에 고스란히 남는다.
피해자는 이 조서를 바탕으로 자기가 피해를 본 사건의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장성수 변호사는 "업무방해가 인정되면 그런 행위가 있었다는 게 공판조서에 적힌다"며 "형사 사건 공판조서는 신빙성이 높은 문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