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만 원 주고 산 계정인데 접속 불가?"… OTP 인증 거절한 판매자에 "전액 반환"
"320만 원 주고 산 계정인데 접속 불가?"… OTP 인증 거절한 판매자에 "전액 반환"
게임사 정책 변화가 불러온 파장
계정 거래의 '핵심 조건' 흔들었다

메이플스토리 홈페이지 캡쳐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계정을 수백만 원에 거래한 후, 게임사의 정책 변경으로 인해 계정 이용이 막히자 매수인이 매매대금 반환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게임 계정 거래에서 본인 인증 수단의 제공이 계약의 핵심적인 의무라고 판단해 판매자에게 대금 전액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발단은 지난 2023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고 A씨는 피고 B씨로부터 '메이플스토리' 게임 계정을 320만 원에 양수하기로 계약했다. 당시 두 사람 사이의 계약에는 피고 B씨가 원고 A씨에게 OTP(일회용 비밀번호) 인증을 비롯한 모든 인증 수단을 이전해 주기로 하는 조건이 포함되어 있었다.
실제로 계약 직후 피고 B씨는 약속대로 모든 인증 수단을 원고 A씨에게 넘겨주었다. 하지만 몇 개월 뒤 뜻하지 않은 변수가 발생했다. 원고 A씨가 휴대전화를 분실하게 되자, 등록되어 있던 OTP 인증을 삭제해달라고 피고 B씨에게 요청한 것이다. 이에 피고 B씨는 요청에 따라 OTP 인증을 삭제해 주었다.
"내 게임도 막힌다"는 판매자의 거절, 법원은 '이행 거절'로 판단
평온하던 거래 관계에 균열이 생긴 것은 게임사의 정책이 변경되면서부터다. 해당 게임사에서 OTP 인증을 사용하지 않으면 게임 이용에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정책을 바꾼 것이다. 게임 이용이 불가능해진 원고 A씨는 다시 피고 B씨에게 OTP 인증 이전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피고 B씨의 입장이 달랐다. 피고 B씨는 자신 역시 OTP 인증을 원고 A씨에게 이전할 경우 본인의 게임 이용에 제한이 생긴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거절했다. 사실상 320만 원을 들여 산 계정이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하자, 결국 사건은 법정 싸움으로 번졌다.
이에 대해 인천지방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남기용)는 최근 항소심 판결(2024나63345 매매대금반환)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던 제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 B씨가 원고 A씨에게 매매대금 320만 원을 반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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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P는 계약의 핵심"… 법원, "판매자 의무는 끝까지 유효"
재판부는 이번 판결의 핵심 근거로 'OTP 인증의 중요성'을 꼽았다. 인정사실에 따르면 피고 B씨는 양도 계약에 따라 원고 A씨에게 OTP 인증을 해주어야 할 명백한 의무가 있었다. 재판부는 "피고의 거절은 OTP 인증의 기능에 비추어 볼 때, 계약 내용의 중요한 부분에 대하여 이행을 거절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피고 B씨는 원고가 휴대전화를 분실해 직접 삭제를 요청했던 점과 본인의 게임 이용에 제약이 생긴다는 점을 항변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도 당시 OTP 인증을 이전해 주겠다고 약정한 이상, 나중에 발생한 사정을 이유로 이전을 거절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결국 법원은 원고 A씨의 계약 해제 의사표시가 담긴 소장 부본이 피고에게 도달한 2024년 3월 30일 자로 해당 양도 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피고 B씨는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서 받은 돈 320만 원을 모두 돌려줄 의무가 있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