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 교수 에세이(44)] 낯선 지역으로 발령받은 공직자의 집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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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근 교수 에세이(44)] 낯선 지역으로 발령받은 공직자의 집 구하기

2021. 12. 28 13:58 작성
정형근 교수의 썸네일 이미지
hkjung@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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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있거나, 지위 높은 사람들은 판·검사와 친분을 맺으려고 한다. 그들이 베푸는 친절과 아부에 빠져들면 공직에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날 수밖에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해당 이미지는 참고용 이미지. /연합뉴스

내가 수임하여 재판이 진행 중이던 민사사건의 재판장이 변경되었다. 법관인사 이동으로 새로운 젊은 판사가 그 사건을 맡았다. 나는 현장검증을 신청하였고, 그 판사와 함께 다녀오기도 하였다. 그런데 다음 재판기일 직전에 그 판사가 사직을 하였다는 소문이 돌았다. 실제로 재판 날짜가 변경되었다는 통지가 왔다. 최근 있었던 법관인사 이동으로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기에 매우 의아했다. 그리고 그 재판은 승소할 것이 예상되었기에 재판장이 바뀌는 것은 반갑지 않다. 갑작스러운 사직 소식에 어느 변호사는 "그 판사가 병에 걸렸다더라"는 출처 불명의 소문을 전하기도 했다.

모두들 무슨 일 때문에 부임하자마자 사직을 하였는지 궁금해했다. 좁은 지역사회다 보니, 판사의 근황이 알려지고 궁금해하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려진 바로는 그 판사가 다른 법원에서 근무할 때, 그 지역의 유지가 제공하는 아파트에 입주하여 살았던 일이 문제가 되어 사표를 낸 것이었다. 그 아파트에 함께 살았던 판사들도 모두 사직을 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실제로 지역유지가 제공하는 아파트에 판사 3명이 입주하여 살았던 것 같다. 대법원은 나중에 문제가 되어 조사한 결과 판사 1명은 전세로 살고, 다른 1명은 월세로 살았다고 진술했다고 발표했다. 그들은 4년에서 6년 정도의 경력을 가진 젊은 판사들이었다. 낯선 지방으로 발령받아 갔다가, 먼저 입주해 있던 판사의 권유로 그 아파트로 들어갔다가 문제에 휩싸인 것으로 보였다.

그 후 아파트 주인이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되었다. 그러자 그 아파트에 입주한 판사 중 한 명이 피고인으로 기소된 아파트 주인의 재판에서 주심판사가 되었다. 재판 후에 피고인을 석방하는 판결을 했다고 한다. 바로 그런 혜택을 보려고 돈이 있거나, 지위 높은 사람들은 판·검사와 친분을 맺으려고 한다. 그러니 그들이 베푸는 친절과 아부에 빠져들면 공직에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날 수밖에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판사를 비롯한 공직자가 주기적인 인사 발령에 따라 낯선 지역에서 거주해야 할 집을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판사가 지방으로 발령을 받아 공인중개사를 통하여 임대차 보증금을 주고 아파트를 얻었다. 그런데 아파트 주인으로 계약을 체결한 자는 진짜 주인이 아니었다. 그 아파트에 임차하여 살고 있던 사람이 주인의 딸이라고 속이고 임대차계약을 하였다. 그런 계약을 할 때 집주인인지, 그 대리인인지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임차인이었던 사기꾼은 계약금 1000만원을 받은 후 남은 보증금은 집 주인의 계좌번호로 입금해 달라고 했다. 그렇게 임대차계약을 한 후에 아파트 주인에게 전화를 하여 "우리 부모님이 집을 사라고 돈을 보낼 예정인데, 나를 못 믿어서 집 주인 계좌로 9000만원을 보낸다고 하니 입금되면 나에게 보내주세요"라고 하였다. 임차인이 보증금을 아파트 주인 계좌로 송금하였고, 전화를 받은 집 주인은 사기꾼에게 그 돈을 송금하였다. 그러자 사기꾼은 그 돈을 챙겨 도망을 하였다. 판사는 사기꾼이 이사하고 없는 그 아파트에 입주하여 거주하게 되었다. 그렇게 1년 6개월을 거주하였는데, 어느 날 집 주인이 전화를 하였다.

"그동안 월세가 들어오지 않아 보증금에서 충당해 왔는데, 이제 보증금도 전부 없어졌으니 아파트를 비워달라."

그제서야 전 임차인에게 속은 것을 알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닥친 곤경 때문에 판사가 겪었을 마음고생이 눈에 훤하다. 다행히 나중에 그 사기꾼은 체포되었다. 어느 날 형사재판이 있어서 법정에 나갔더니, 어느 여자 피고인에 대한 판결이 선고되고 있었다. 변호인석에 앉아서 무슨 범죄사실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인가 싶어 재판장의 발언을 주의 깊게 들어 보았다. 놀랍게도 위에서 말한 판사의 임대차보증금을 받아 도망하였던 그 사건 피고인이었다. 재판장은 피고인이 아파트 세입자인데도 집주인 행세를 하여 세입자의 보증금을 편취하여 왔던 그간의 전력을 언급하였다. 동종 전과가 많이 있으면서 범행에 제3자를 가담시키는 등 조직적으로 실행한 점 등의 피고인이 죄질이 불량하다고 언급하였다.

"피고인을 징역 5년에 처한다."


사기로 편취한 액수가 1억원 정도의 사건에서 저런 징역형이 선고된 것이다. 검사는 징역 4년을 구형했다고 한다. 그러면 검사 구형량보다 높은 중형이 선고된 것이다. 주변에서는 피해자가 판사라서 동료 판사가 엄벌을 내린 것이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 무렵 나온 기사를 보면, 검찰에서는 피고인의 죄질이 안 좋지만 1억원 이상 보증금 사기 사건의 경우 일반적으로 징역 10월에서 1년 6월을 선고해 왔는데, 징역 5년은 지나치게 무거워서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피고인의 변호인은 "보통 구형량보다 낮춰 선고하는데, 재판부가 피고인의 죄를 엄하게 물은 것 같다. 항소심 단계에서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되면 감형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주기적으로 낯선 지방으로 이동하는 공직자들의 애로사항 때문에 한 지역에서 장기간 근무할 수 있는 제도가 늘 거론된다. 위 사건 재판과 관련된 판사도 나중에 변호사 개업을 하였는데, 최근 어떤 사건으로 구속되었다는 기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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