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인천공항 세관 영상…우리가 보기엔 '직무유기'지만, 법이 보기엔 아니다
논란의 인천공항 세관 영상…우리가 보기엔 '직무유기'지만, 법이 보기엔 아니다
인천국제공항 세관 직원들의 '근무 태만' 영상 공개돼 파문
검사할 물류 지나치든 말든⋯휴대전화 붙들고 딴짓하며 자리에서 졸기까지
영상 있으니 처벌될까 싶었지만⋯법은 '직무유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마약과 짝퉁 물건 등을 거를 수 있게 철통 보안을 홍보하던 관세청. 하지만 한 내부자가 인천국제공항 세관을 찍은 영상 속에선 직원들이 대다수 시간을 앉아서, 휴대전화만 들여다보며 보내고 있었다. /JTBC 캡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유통되는 수많은 국제물류들. 이중에는 마약이나 '짝퉁'처럼 국내 반입이 금지된 물품들이 섞여 있을 수 있어 세관의 철저한 검수가 필수적이다. 최전선인 이곳의 긴장감이 풀린다면 불법 마약 등이 시중에 퍼지는 건 순식간이기 때문.
이에 관세청은 인천국제공항 세관을 24시간 운영하고, 마약 탐지견 훈련센터 운영 예산을 늘려가며 철저하게 방비를 하고 있다고 홍보해왔다.
그런데 한 내부자가 고발한 영상 속 세관 직원들의 모습은 그간의 설명과는 딴판이었다. 바삐 움직이는 건 오직 '컨베이어벨트'뿐이었다. 수많은 물류가 무심히 지나쳐 가는 동안, 세관 직원들은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휴대전화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또한, 수많은 물건들 속 마약을 찾아야 하는 탐지견은 주로 끈에 묶인 채 바닥에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직원들이 움직이지 않으니 할 수 있는 일이 없던 탓이다.

지난 6월부터 5개월간 매일 30분씩 촬영된 영상만 150시간 분량. 그 긴 시간 내내 세관 직원들은 이 같은 근무 태만을 반복했다. 졸거나 잡담을 하는 경우도 흔하게 목격됐다. 누가 봐도 "심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충격적인 모습이었지만, 더 놀랄 일은 따로 있었다. 자신들의 업무를 방치한 것이나 다름없지만, '직무유기'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이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천명의 박원경 변호사는 "형법상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하려면 (적어도) 자리를 무단이탈하는 등의 행위가 있었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인천국제공항 세관 직원들의 행위가 과하긴 하지만, 우리 법은 태만 정도로는 직무유기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에스제이파트너스의 옥민석 변호사도 "세관 직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짧은 시간이나마 업무를 수행한 이상 직무유기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했고, 법무법인 비츠로의 정현우 변호사도 "직무유기죄보다는 취업규칙에 따라 징계를 받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대법원이 직무유기에 관해 내놓은 판결도 이러한 변호사들의 지적을 뒷받침한다. 우리 대법원은 "공무원의 직무 집행 행위가 위법하게 평가되는 것과는 별개로, 직장을 무단이탈하거나 직무를 의식적으로 포기한 게 아닌 한 직무유기죄는 아니다"라고 했다. 게으르거나 부실하게 일한 걸 직무유기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법률사무소 수훈의 박도민 변호사는 "국민의 법 감정에는 부합하지 않지만, 업무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한 직무유기죄가 거의 인정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이 같은 행위가 공론화되면서 그나마 공무원법상 징계만큼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우리가 예상하는 해임이나 정직 같은 중징계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박 변호사의 설명이다.
문제의 영상이 공개된 직후 관세청은 "사실관계를 파악해 근무 태만으로 판명되는 경우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변호사들의 분석에 따르면 세관 직원들이 받게 될 처분은 솜방망이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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