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1분 전에도 기차는 달렸다⋯서소문 고가 참사, 지식과 경험 부족이 부른 '인재'
붕괴 1분 전에도 기차는 달렸다⋯서소문 고가 참사, 지식과 경험 부족이 부른 '인재'
새벽에 발견된 2.9cm 단차
조치 없이 12시간 방치되다 결국 붕괴

26일 붕괴 사고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 작업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붕괴를 불과 1분 앞둔 시점까지도 고가 아래로는 수많은 생명을 태운 열차가 아슬아슬하게 내달리고 있었다.
무너지기 직전까지 통제 없었던 현장⋯"위험성 인식 못 한 탓"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구조물이 무너져 안전 점검에 나섰던 전문가들이 희생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전형적인 인재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2.9cm의 침하가 최초 발견된 이후 실제 붕괴까지 12시간 동안 왜 아무런 통제가 없었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2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번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진단했다.
정진우 교수는 "붕괴 위험이 있다고 판단을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철로 통제가 필요한지, 철도 운행 통제가 필요한지를 판단하기 위해 점검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나다 보니까 철도 통제가 안 이뤄졌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즉,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위험을 차단하기보다, 역설적으로 '이곳이 얼마나 위험한지' 결론을 내리려다 끔찍한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선 조치 대신 점검 강행⋯"어떤 보강 필요한지 판단하려다 참변"
상식적으로 상판이 3cm 가까이 내려앉았다면 지지대를 먼저 세우는 조치가 선행되었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강선 보강을 한다든지 H빔을 붙인다든지 또는 거기에 벤트(지지대)를 받치는 것이 필요한지 판단하기 위해 긴급하게 구조기술사, 그러니까 자문할 전문가가 오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판단을 내리려던 점검이 오히려 사지로 뛰어드는 결과가 된 셈이다.
점검 요원 여러 명이 무너져가는 상판에 올라가 무게가 더해진 것이 붕괴를 앞당겼냐는 질문에 정 교수는 "영향이 전혀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서 "결과론적으로 보면 붕괴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분이 거기에 올라간 것이 시간을 조금 더 단축 시키는 그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조심스러운 전망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12시간의 공백, 그리고 뼈아픈 인재
가장 뼈아픈 대목은 최초 징후가 발견된 후 12시간 동안 허비된 '골든타임'이다. 사고 당일 새벽 철거 작업 중 단차가 발생했지만, 외부 전문가가 투입된 것은 12시간이 지난 오후 2시였고 점검 시작 30분 만에 고가가 무너져 내렸다.
정 교수는 대처가 늦어진 배경에 대해 "새벽 시간이다 보니 전문가를 바로 부르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면서도 근본적인 원인으로 경험과 지식 부족을 꼽았다.
그는 "그렇게 위험하다는 것을, 그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은 인식 못 했던 것"이라며 "지식과 경험이, 건축물의 붕괴는 많았는데 교량 쪽 붕괴가 별로 없었다"고 진단했다.
"자연 재난이 아닌 이상은 대부분의 모든 사고가 다 인재"라는 정 교수의 설명처럼, 이번 서소문 고가 붕괴 참사 역시 안일한 판단과 늑장 대응이 빚어낸 인재로 기록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