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하라고 맡긴 거지, 마음대로 차 쓰라고 맡긴 건 아닌데 왜 처벌이 안 된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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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하라고 맡긴 거지, 마음대로 차 쓰라고 맡긴 건 아닌데 왜 처벌이 안 된다는 거죠?

2020. 12. 29 19:28 작성2020. 12. 30 14:20 수정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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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키 직접 넘겨줬으니 '불법'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경찰

변호사 3명 중 2명, 경찰 판단과 다른 의견⋯"자동차 불법사용죄 적용 가능하다"

고객이 맡긴 차량을 무단으로 사용했다가 경찰에 입건된 주차대행 업체. 엄벌에 처해질 것이란 기대와 달리 경찰은 "죄가 안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왜 그런 걸까, 이런 해석은 정말 맞는 걸까. 변호사와 알아봤다.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발레파킹을 맡겨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다. 편하지만, 그만큼 불안하다는 것.


'혹시 업체에서 차량을 임의로 운전하진 않을까?' 이런 불안감이 현실로 드러났다.


지난 10월 김포공항의 한 주차대행 업체는 고객이 맡긴 차량을 직원 셔틀용으로 무단 사용했다가 경찰에 입건됐다. 피해 차량 블랙박스에는 주차대행 업체 직원들이 차량을 즉시 주차하지 않고 임의로 사용하는 행위가 고스란히 담겼다. 피해자는 주차대행 업체와 직원들을 엄벌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석 달 만에 나온 수사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경찰은 주차대행 업체가 '자동차 불법사용죄'를 어겼는지 검토했는데, "죄가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죄가 성립하려면 차량을 사용하는 시점부터 '절도'와 같은 불법이 성립돼야 하는데, 주차대행 업체는 합법적으로 차를 넘겨받았으니 해당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 해석대로라면 차주로부터 열쇠를 뺏은 게 아닌 이상은 주차대행을 맡긴 뒤 문제가 생겨도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이 판단에 대해 변호사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변호사들 "차 주인이 동의한 것은 주차대행에 필요한 운행까지"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경찰의 법 적용에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해당 주차대행 업체 행위가 권리자(차 주인)가 동의한 범위를 넘어서 사용한 게 명백하므로 자동차 불법사용죄가 적용돼야 한다는 분석이었다.


법률 자문
(왼쪽부터) 법무법인 청린의 배수득 변호사, JY 법률사무소의 김정환 변호사, 법무법인 참진의 목지향 변호사. /법무법인 청린⋅JY 법률사무소⋅법무법인 참진 제공


법무법인 청린의 배수득 변호사는 "이 사안에서 차를 맡긴 권리자가 동의한 것은 주차대행을 위해 필요한 범위까지로 봐야 한다"며 "차량 운행 동선이나 동석 여부 등에 비춰 볼 때, 사회 통념상 권리자 동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점이 있었다면 처벌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JY 법률사무소의 김정환 변호사도 "주차대행을 맡긴 소비자가 렌터카처럼 자동차의 자유로운 운행을 허용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주차대행 계약의 주요 내용은 자동차를 주차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운행만을 포함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이미 주차대행 업체에서 임의로 차량을 운행한 자체가 소비자가 동의한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라며 "경찰이 관련 법 조항에서 '권리자의 동의 없이'에 대한 판단을 임의로 해석한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변호사들은 이 법의 입법 취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형법 제331조의2 자동차등불법사용죄는 1995년 형법 개정 당시 신설됐다. 권리자의 의사에 반해 차량을 사용하는 행위, 이른바 '사용 절도'를 처벌하기 위해서다. 절도죄만으로 규제할 수 없었던 범죄 행위를 처벌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배수득 변호사는 "형법에서 절도에 관한 죄를 규정하고 있는데, 별도로 자동차 불법사용죄를 신설한 것은 훔친 것이 아닌 '사용만' 한 경우도 처벌하겠다는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김정환 변호사도 "해당 법 조항 자체가 불법영득의사 없는 자동차 사용을 처벌하고자 생긴 것"이라며 "이번 주차대행 업체의 행위에 정확히 해당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만일 이들에게 자동차 불법사용죄가 인정된다면, 관련자들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해진다.


"처벌 범위 임의로 확대하는 것 유의해야" 신중론도

다만 법 적용에 "신중해야 한다"고 본 변호사도 있었다.


법무법인 참진의 목지향 변호사는 "차주의 '동의'가 어디까지인지 자의적으로 축소 해석하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죄형법정주의란 '법률이 없으면 범죄도 없고, 형벌도 없다'는 근대 형법의 기본 원리다.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을 통해 유사한 사항을 확대 적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목 변호사는 "형법상 자동차 불법사용죄를 적용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권리자가 '동의'한 범위, 즉 진정한 의사를 한정적으로만 해석한다면 자칫 형법이 정한 처벌 범위를 임의로 확대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우려에서 였다.


다만, 이 사건에 가담한 주차대행 직원들에 대해 민사상 계약 위반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주차대행 업체에게 사용자책임도 물을 수 있다고 봤다.


현재 김포공항 주차대행 업체 사건은 서울남부지검으로 넘겨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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