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여성 도왔다가 '변태' 취급…억울함에 붙인 경고문, 명예훼손일까?
만취 여성 도왔다가 '변태' 취급…억울함에 붙인 경고문, 명예훼손일까?
억울함 호소의 법적 책임은?

경고문 /보배드림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변태로 오해받은 어느 입주민의 경고문'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올라와 논란이 되었다. 자신을 아파트 입주민이라고 밝힌 남성 A씨는 "며칠 전 새벽 2시 넘어 현관 밖에 쓰러져 있던 여성을 깨워 집에 들어가도록 도와줬다"고 밝혔다.
하지만 며칠 뒤, A씨는 해당 여성과 그 일행으로부터 범죄자를 보는 듯한 차가운 시선을 받았고, 이에 모멸감을 느껴 아파트 게시판에 '5층 사는 여자 보시오'라는 제목의 경고문을 부착했다.

경고문에는 "술 만취해서 비밀번호도 못 누르는 것까지 도와줬더니…"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내용과 함께 "거울도 안 보고 사나? 나도 눈이 있다"는 다소 격한 표현도 포함되었다.
A씨의 억울한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전문가들은 그의 대처 방식에 법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술 취했다"는 사실 적시가 명예훼손이 되는 이유
흔히 명예훼손은 '거짓말'을 퍼뜨렸을 때만 성립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법에서는 '진실'을 알려도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이를 '사실적시 명예훼손'(형법 제307조 제1항)이라고 한다.
A씨의 경우, 여러 사람이 보는 아파트 게시판에 글을 붙였으므로 '공연성'이 인정된다. 또한 '5층 사는 여자'라는 표현은 이웃들이 누구인지 충분히 알아볼 수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술에 만취해 있었다"는 내용은 당사자의 사회적 평판을 깎아내릴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에 해당한다. A씨 입장에서는 억울함을 풀기 위한 목적이었겠지만, 법에서는 이를 사회 전체의 이익, 즉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사실을 말했을 뿐"이라는 주장만으로 처벌을 피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거울도 안 보나?"…외모 비하는 '모욕죄'
"거울도 안 보고 사나? 나도 눈이 있다"는 표현은 사실을 알리는 것과 무관하게, 상대방을 대놓고 비하하고 창피를 주는 말이다.
이렇게 구체적인 사실 없이 경멸적인 표현으로 상대방의 인격을 깎아내리면 '모욕죄'(형법 제311조)가 성립할 수 있다.
처벌 가능성과 대처 방안
만약 죄가 인정된다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 모욕죄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A씨가 무조건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 이 두 가지 죄는 피해자의 의사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 사실적시 명예훼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처벌할 수 없다(반의사불벌죄).
- 모욕죄: 피해자가 직접 "처벌해달라"고 고소해야만 수사와 처벌이 가능하다(친고죄).
결국, 피해 여성의 결정에 따라 사건의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억울한 마음에 섣불리 공개적인 글을 올려 상대를 비방하는 것은 또 다른 법적 분쟁을 낳을 뿐"이라고 조언한다. 억울한 사정은 나중에 법원에서 정상 참작의 사유가 될 수는 있지만, 행동 자체가 범죄가 되는 것을 막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