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시장 상인끼리 3억 소송전... 변호사들이 본 승소 확률은?
광장시장 상인끼리 3억 소송전... 변호사들이 본 승소 확률은?
바가지 노점 논란에 일반 점포 매출 급감
상인 200명 "3억 배상하라" 소송 예고
법조계 "인과관계 입증 어려워…승소 가능성 5% 미만"

손님 발걸음이 뜸해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모습. /연합뉴스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인 서울 광장시장이 때아닌 내전에 휩싸였다. 바가지요금 논란의 진원지로 지목된 노점상들을 상대로, 같은 시장 내 일반 점포 상인들이 "너희 때문에 손님이 끊겼다"며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한 지붕 아래 두 가족의 싸움, 법대로 하면 누가 웃게 될까? 광장시장총상인회(일반 점포)가 광장전통시장총상인회(노점)를 상대로 예고한 3억 원대 소송, 법적 쟁점과 승소 가능성을 따져봤다.
소송 배경… "내 잘못도 아닌데 매출 반토막"
사건의 발단은 최근 유튜브와 방송을 통해 터져 나온 광장시장 일부 노점의 바가지요금과 불친절 논란이다. 메뉴 바꿔치기, 현금 강요 등이 도마 위에 오르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문제는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는 점이다. 요식업뿐만 아니라 의류, 침구류 등을 파는 일반 점포 상인들은 "노점상들의 비양심적인 행위로 시장 전체 이미지가 추락했고, 덩달아 우리 매출까지 60% 가까이 급감했다"고 주장한다.
참다못한 일반 점포 상인 200여 명은 "연대 책임을 지라"며 노점상인회 측에 3억을 배상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바가지'와 '매출 하락' 사이의 인과관계
법정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퉈질 부분은 바로 인과관계다. 법적으로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상대방의 불법행위(바가지요금)가 내 손해(매출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법률 용어로는 '상당인과관계'라고 한다.
하지만 법조계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매출 감소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로 지갑이 닫혔을 수도 있고, 겨울철 비수기 영향일 수도 있으며, 코로나19 이후 소비 트렌드가 바뀌었을 수도 있다.
재판부가 "당신네 이불 가게 매출이 떨어진 건, 100% 저 떡볶이집의 바가지요금 때문이다"라고 인정해주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상인회에 '관리 책임' 물을 수 있나?
이번 소송의 피고는 개별 상인이 아닌 '노점상인회'라는 단체다. 원고 측은 상인회가 소속 노점들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책임을 묻고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상인회는 친목 도모나 공동 이익을 위한 '비법인사단' 성격이 강하다. 상인회가 개별 점포의 가격 책정이나 서비스 태도까지 일일이 통제할 법적 권한이나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권한이 없으면, 책임도 없다. 이 부분이 인정되지 않으면 소송은 기각될 확률이 높다.
3억 청구, 현실적인 인정 가능성은 '5% 미만'
그렇다면 청구액 3억은 어떻게 나온 걸까? 일반 점포 200곳이 입은 피해를 N분의 1로 나누면 점포당 약 150만 원꼴이다. "매출이 반토막 났다"는 상인들의 호소에 비하면 소박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법원은 냉정하다.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에 따라 손해 발생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구체적인 액수를 증명하는 것은 원고의 몫이다.
법률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원고 측이 승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전액 승소 가능성은 5% 미만으로 점쳐진다. 앞서 언급했듯 인과관계 입증이 까다로운 데다, 경기 불황 같은 외부 요인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법원이 '시장 이미지 훼손'에 대한 책임을 일부 인정할 여지는 남아있다. 이 경우에도 배상액은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배상 판결이 나온다 해도 청구액의 10~30% 수준인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 선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소송은 이기는 싸움이라기보다는 억울함을 알리는 싸움에 가깝다.
재판부 역시 판결보다는 양측의 화해를 권고할 가능성이 크다. 소송이 길어질수록 "광장시장은 상인들끼리 싸우는 곳"이라는 이미지만 굳어져, 양쪽 모두에게 더 큰 손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