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나를 즐겁게 해줘 봐라" 교도소 사각지대에서 벌어진 은밀한 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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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나를 즐겁게 해줘 봐라" 교도소 사각지대에서 벌어진 은밀한 성범죄

2020. 05. 19 14:25 작성2020. 05. 26 15:39 수정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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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에게만 책임 있을까

피해자는 국가에 손해배상 청구할 수 있나

반성과 참회의 공간인 교도소. 이곳에서 재소자들은 범죄를 끊어내기 위한 시간을 보내지만, 일부에서는 재소자들 사이에서도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뉘어 범죄가 벌어진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반성과 참회의 공간인 교도소. 이곳에서 재소자들은 범죄를 끊어내기 위한 시간을 보낸다. 교도소는 이들과 범죄를 분리하기 위해 온갖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이것이 성공하려면 교도소 안에서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거나 피해를 당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일부 교도소에서는 재소자들 사이에서도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뉘어 범죄가 벌어진다. 법무법인 보인의 천창수 변호사는 이 원인이 "교도소라는 곳이 워낙에 폐쇄적인 곳이고 그곳만의 규칙이 지배하는 특수사회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이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국가는 범죄 피해를 당한 재소자들에게 어떤 책임을 지게 될까.


교도소에서 벌어진 재소자 간의 은밀한 범죄

지난 2017년 말, 포항교도소에서 남성 재소자들 사이에 일어난 '성범죄 사건'이 그랬다.


당시 교도소 방장을 맡고 있던 A씨. 그는 여러 명이 같이 쓰는 방을 평화롭게 만드는 방장은 아니었다. 오히려 같은 방을 사용하던 또 다른 재소자와 함께 동료 재소자들을 괴롭히기 일쑤였다.


사건이 시작된 그날, A씨는 재소자 B씨와 C씨를 부르더니 "나를 즐겁게 해줘 봐라"는 주문을 했다. A씨의 의도는 '다 같이' 즐겁게 시간을 보내자는 것이 아니었다. 대신 B씨와 C씨에게 옷을 벗고 특정한 행동을 할 것을 요구했다. 유사성행위였다. A씨는 신체 특정 부위를 가리키며 구체적인 행동을 지시하기까지 했다.


B씨와 C씨는 "싫다"고 말했지만, A씨는 "너희들이 빨리해야 잠자리에 들 거 아니냐"며 이들을 몰아세웠다. 사실상 협박이었다.


한 번이 끝이 아니었다. A씨는 그 뒤로도 약 2주 동안 총 4회에 걸쳐 유사성행위를 강요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A씨에게 함부로 반항하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 A씨는 B씨의 신체 부위를 만지거나, 플라스틱 국자로 때리기도 했다.


지난 4월 9일, A씨는 이 일로 재판을 받았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임영철 부장판사)는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그제서야 A씨의 지독한 괴롭힘은 멈췄다.


국가에 책임 물으려면? 교정 공무원이 업무 소홀히 했다는 점 입증돼야

교도소 내에서 이런 범죄가 발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교정 시설에서 성폭력이 발생하여 수사기관으로 송치된 사건 수가 2013년 14건에서 2014년 42건, 2015년 53건, 2016년 58건으로 점차 증가했다. 3년 만에 4배 이상 크게 늘어난 셈이다.


지난 2015년 성범죄를 저질러 전주교도소에 수감된 재소자가 동료 재소자의 신체 부위를 더듬는 등 여러 차례 추행한 혐의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소년원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지난해 한 소년원에서는 동성 간 성폭행 사건이 벌어졌다. CC(폐쇄회로)TV가 곳곳에 설치돼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가해자는 CCTV에 찍히지 않도록 베개를 이용해 범행 장면을 가리거나, 샤워실에서 일을 저질렀다.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성적 괴롭힘 뿐 아니라 귀와 코 등을 명찰 집게로 집는 폭력도 행사했다.


엄격한 통제와 관리가 이뤄져야 할 교도소 안에서의 범죄.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가해자 당사자 외에도 재소자들의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국가의 책임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변호사들은 공통적으로 교도소 안의 범죄를 곧바로 국가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보인'의 천창수 변호사, '법률사무소 로마'의 이청아 변호사, '경기남부법률사무소'의 김정훈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보인'의 천창수 변호사, '법률사무소 로마'의 이청아 변호사, '경기남부법률사무소'의 김정훈 변호사. /로톡DB


천창수 변호사는 "교정 시설에서 성폭행, 성추행을 당했다는 그 사실 자체로 바로 국가의 책임이 인정되기는 어렵다"며 "구체적으로 국가의 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국가의 위법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천 변호사는 국가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국가(교정 공무원)가 재소자에 대한 감독 업무를 게을리했다는 등의 위법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교정 공무원이 정해진 순찰 시간에 순찰을 하지 않은 사이 범죄가 발생했다거나, 성폭행이 발생하는 상황을 인지하고도 묵인하는 등 '의무를 다하지 않은' 행위가 있어야 국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취지다.


법률사무소 로마의 이청아 변호사도 "교도소의 평소 수용자에 대한 관리 상황과 범죄 가해자와 피해자의 평소 교도소 생활, 범죄 당일의 상황 등에 대해 기타 담당 교도관 등이 그런 범죄 발생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충분히 예견 가능했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가 발생하도록 방치한 사정이 인정돼야 한다"고 했다.


법무부 관계자도 로톡뉴스와의 통화에서 "교도소 직원들의 (업무에 대한) 중대한 과실이나 태만한 근무가 있지 않은 한 국가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가 책임 인정돼 손해배상 청구한다면, 그 배상액은 얼마?

만약 국가 책임이 인정돼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한다면 그 손해배상액은 어느 정도가 될까.


경기남부법률사무소의 김정훈 변호사는 "직접적인 가해행위를 한 가해자가 배상할 액수 전액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진다고는 할 수 없고, 국가(교정 공무원)의 감시⋅감독상의 과실 정도에 따라 대략 50%내외로 감액될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민사 손해배상청구 시 배상액은 강제추행은 1000~2000만원, 강간은 3000~5000만원 정도 수준이므로, 국가의 손해배상액은 이 금액의 절반 정도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교도소 내 범죄를 막기 위해서 개선돼야 할 점은 없을까. 김정훈 변호사는 "재소자들은 형량이 추가되는 게 가장 두려울 것"이라며 "내부 범죄에 대해 단순한 징계 정도로 그칠 것이 아니라, 교도소장에게 고발 의무를 지워 내부 범죄에 대해서도 정식으로 형사처벌되게 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고 했다.


천창수 변호사는 "적절한 교육과 순환근무를 통해 교정 공무원과 재소자 간의 특별한 인적 관계 형성을 막아야 하고 사람이 아닌, 기술의 발전을 활용한 적절한 감시도 필요하다"며 "인권침해 소지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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