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한 상대에게 보낸 성희롱 멘션…상대가 못 봤어도 "범죄" 쐐기 박은 대법원
차단한 상대에게 보낸 성희롱 멘션…상대가 못 봤어도 "범죄" 쐐기 박은 대법원
'알림 안 갔으니 무죄' 2심 판결 파기

대법원은 SNS에서 차단한 상대에게 멘션으로 성희롱 글을 올린 경우, 상대가 실제 보지 못했더라도 유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다. /셔터스톡
SNS에서 나를 차단한 상대에게 보낸 성희롱 멘션, 상대가 보지 못했더라도 유죄일까? 대법원이 "그렇다"는 최종 답을 내놨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상대를 차단했어도 '멘션'(@아이디) 기능으로 성적 모욕 글을 올렸다면, 피해자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놓인 것만으로도 범죄가 성립한다는 판단이다.
1심 유죄, 2심 무죄 엇갈린 판결
사건은 2023년 A씨가 X(전 트위터)에 피해자의 계정을 멘션하며 "성고문하자"는 등 성적 혐오감을 유발하는 글을 게시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이 행위로 성폭력처벌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기소됐다.
법정에서 A씨는 "피해자가 내 계정을 차단해 글을 올려도 알림이 가지 않았다"며 "따라서 피해자에게 글이 도달하게 한 사실이 없으므로 무죄"라고 항변했다. 1심 법원은 A씨의 범죄 고의가 명확하고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이 크다고 판단,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멘션된 이용자가 게시자의 계정을 차단하면 알림이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피해자가 다른 계정으로 A씨의 게시물을 검색해 찾아본 후에야 내용을 알게 된 사실을 근거로 "피고인의 행위만으로 글이 피해자에게 도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볼 수 있는 상태에 뒀다면 도달한 것" 대법원의 최종 정리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보호하려는 가치는 성적자기결정권과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을 접하지 않을 권리라고 명확히 했다.
대법원은 성적 수치심을 주는 글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다"는 것의 의미를 "글을 직접 접하게 하는 경우뿐 아니라, 상대방이 객관적으로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두는 것"까지 포함한다고 판시했다.
A씨가 멘션 기능을 사용해 글을 게시한 순간, 피해자는 언제든 그 글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상태에 놓였으므로 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상대방이 실제로 글을 확인했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범죄는 성립한다"고 밝혔으며, 피해자가 다른 계정으로 글을 찾아본 행위는 "범죄 성립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