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붉은 소' 불스원, 레드불과 상표권 분쟁서 원심 뒤집혀 패소
[단독] '붉은 소' 불스원, 레드불과 상표권 분쟁서 원심 뒤집혀 패소
대법원, 불스원 승소한 원심 파기환송 선고
상표권 분쟁을 야기한 불스원(좌)과 레드불(우)의 상표. / 대법원 보도자료⋅편집=안세연 기자
‘레드불 드링크’를 생산하는 국제 기업 레드불이 한국 기업 불스원을 상대로 5년 넘게 지속해온 상표권 분쟁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불스원은 앞서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 모두 승소했지만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14일 원심을 파기하고 특허법원에 돌려보냈다.
앞서 지난 2014년, 상표등록 무효심판을 청구했던 레드불은 “불스원의 상표는 자사를 모방한 상표로서 자사의 국내 영업을 방해하고자 하는 등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사용하는 상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격인 특허심판원은 “양측의 표장은 수요자들에게 지배적인 인상을 남기는 외관이 다르므로 서로 표장이 유사하지 않다”며 레드불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 격인 특허법원도 불스원의 손을 들어줬다. “표장의 출원 당시 불스원이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표장을 사용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2호는 ‘국내 또는 외국의 수요자 간에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인식되어 있는 상표(지리적 표시를 제외한다)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로서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 하거나 그 특정인에게 손해를 가하려고 하는 등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사용하는 상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불스원에는 해당 조항의 ‘부정한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게 특허법원의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레드불의 상품인 '에너지 음료'와 불스원의 '자동차 용품'은 서로 밀접한 경제적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특허법원은 특허심판원과 달리 표장의 유사성을 인정했다. 특허법원은 “양측의 표장이 사실상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극히 유사하고, 호칭 및 관념 역시 ‘붉은 소’로 동일하다”고 했다.
레드불이 한국갤럽에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했다.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68.8%는 두 상표가 찍힌 제품을 장소와 시간을 달리하여 본다면 “동일하거나 관련된 회사의 상표라는 느낌이 들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부정한 목적’이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스원의 표장이 적법하다는 특허법원의 판단은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환송하면서 결론이 흔들리게 된 것이다. 법무법인 태일의 최재윤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불스원이 상표 출원 당시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 하거나 특정인에게 손해를 가하려고 하는 등 부정한 목적으로 상표를 사용한 것을 대법원이 인정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한편, 동일한 분쟁에 대해 러시아에서도 대법원과 같은 판단이 나온 바 있다. 불스원의 상표가 레드불과 혼동된다는 이유로 러시아 특허청이 상표 보호를 막은 것이다.
이에 불스원은 지난해 7월, 러시아 특허법원에 특허청의 거부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러시아 특허청은 “양사의 제조 상품이 달라도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큰 혼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지난 2001년 창립된 불스원은 자동차용 세정제와 광택제 등을 생산하고 있다. ‘불스원샷’이 대표 상품이다.
1987년 설립된 레드불은 오스트리아에서 판매를 시작한 ‘에너지드링크’를 비롯하여 의류, 가방, 생활용품, 자동차 레이싱 상담 운영 및 관련 스포츠 이벤트 제공업 등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