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아버지 묘 함부로 파헤친 사람들⋯왜 처벌을 못 하죠?
우리 할아버지 묘 함부로 파헤친 사람들⋯왜 처벌을 못 하죠?
남의 할아버지 묘를 무단으로 이장해버린 사람들
'고의성' 없었다면 형사처벌 불가능
손해배상은 고의성과 상관없이 가능⋯최대 2000만원

명절을 맞아 인사차 찾은 할아버지의 묘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다른 사람이 자신들의 조상인 줄 알고 묘를 이장한 것이다. 함부로 묘를 이장한 사람들을 법적으로 처벌 할 수 있을까. /게티이미지코리아
"아니,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명절을 맞아 고향에 내려온 A씨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인사차 찾은 할아버지의 묘가 감쪽같이 사라진 상태였다. 사라진 할아버지 묘 옆은 할머니의 묘만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작년 명절까지 분명 멀쩡했던 묘. 놀란 A씨와 가족은 열흘 내내 없어진 묘와 할아버지의 유골의 행방을 찾아 나섰다. 이윽고 다른 사람이 자신들의 조상인 줄 알고 묘를 이장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게다가 할아버지의 유골은 이미 화장해서 수목장까지 한 상태였다.
묘를 이장한 사람에게 "어떻게 할 거냐"고 따져 물었지만 정작 이들은 "업체의 실수다"라고 책임을 회피했다. 이 일로 홀로 남아계신 할머니의 묘도 이장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런 것을 둘째로 쳐도,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들에게 분노가 치밀었다.
A씨는 함부로 타인의 묘를 이장한 사람들을 처벌 할 수 있을지, 이장으로 인해 생긴 피해를 보상받을 방법은 없는지 궁금하다. 법적으로 살펴보자.
'법률사무소 황금률'의 박성현 변호사는 "묘를 관리하는 사람의 승낙 없이 분묘를 이장하면 형법 상 분묘발굴죄로 처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형법은 분묘발굴죄에 해당하면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벌금형이 따로 없고 미수범까지 처벌할 만큼 무거운 범죄다.
'법무법인 법가'의 노준선 변호사는 "형사처벌이 가능한 사안으로 보이지만 고의성 여부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법무법인 서상'의 박준용 변호사도 "분묘발굴에 대하여 형사고소가 가능하지만, 과실범을 처벌하지 않음으로 고의가 없었을 경우 형사 처벌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이 한목소리로 '고의성'을 언급하는 이유는 분묘발굴죄에 과실범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즉 타인이 할아버지의 묘를 자신들의 조상인 줄 알고, 실수로 묘를 이장했다면 과실이기 때문에, 형사 처벌은 묻기 어렵다는 취지다.
만약, 정말 실수로 할아버지의 묘를 이장했다면 과실로 책임을 묻지 못한다. 그렇다면 A씨는 '실수'로 묘를 이장한 사람들에게 아무런 책임을 묻지 못할까.
형사적으로는 처벌할 수 없지만, 민사적으로는 고의성 여부와 상관없이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고의가 없다고 하더라도 타인의 묘를 이장한 사실 자체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은 짊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법률사무소 황금률' 박성현 변호사는 "민사상 타인의 분묘를 무단으로 이장한 것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라며 "과거 타인 묘지를 무단으로 이장한 유사한 사례에서 분묘를 다시 이장하는 데 필요한 비용으로 분묘 1기당 1000만원을 배상토록 하였고, 정신적 위자료로 망인들과의 관계, 분묘를 이장한 경위와 절차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해 2000만원을 배상하도록 인정한 판례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서상'의 박준용 변호사는 "사안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1000만원에서 2000만원 이상 손해배상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