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친구 강아지는 베란다 밖으로, 6개월 아기는 소주병으로...판사도 혀 내두른 기행
[단독] 친구 강아지는 베란다 밖으로, 6개월 아기는 소주병으로...판사도 혀 내두른 기행
사기, 절도, 아동학대 등 적용된 죄명만 10여 개
법원 "자신보다 약자인 아동과 동물에게 과감 없이 폭력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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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절도부터 아동학대·동물학대까지 수십 건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게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셔터스톡
여기, 한 사람이 저지른 짓이라고는 믿기 힘든 범죄 기록이 있다. 택시비를 안 내는 건 기본이고, 남의 신용카드를 주워 커피를 마신다. 심심하면 중국집에 짜장면 15그릇을 시키고 잠적하는 '배달 테러'를 일삼는다. 여기까지는 철없는 장난이나 잡범 수준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분노가 생명을 향하는 순간, 장난은 끔찍한 비극이 됐다.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지인의 강아지를 베란다 밖으로 집어 던지고, 생후 6개월 된 갓난아기의 머리를 소주병으로 내리찍었다.
사기, 절도, 재물손괴, 특수재물손괴, 업무방해, 컴퓨터등사용사기, 특수상해,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동물보호법위반,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 최근 법원은 이 '범죄 종합선물세트' 같은 피고인에게 징역 7년의 중형을 확정했다.
판결문에 담긴 그의 기행과 악행을 따라가 봤다.
"형사 1팀 회식입니다" 경찰서로 찜닭 배달시킨 대범함
A씨의 범행 동기는 대부분 '심심해서' 혹은 '기분이 나빠서'였다.
2024년 9월, A씨는 배달 앱을 켰다. 포항의 한 모텔에 머물던 그는 중국집에 차돌짬뽕 15그릇과 쟁반짜장 등 19만 5000원어치를 주문했다.
물론 돈을 낼 생각도, 음식을 받을 생각도 없었다. 배달원이 도착하면 연락을 끊는 식의 '노쇼'였다. 이런 식으로 족발, 보쌈 등 수십만 원어치의 음식을 시키고 사장님들을 울렸다.
대범함은 선을 넘었다. 그는 김천경찰서로 13만 원어치 찜닭을 주문하며 배달 요청 사항에 이렇게 적었다.
"오늘 형사 1팀 신입 온 날 회식이라 이만큼 시킨 거니 부담 갖지 말고 배달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경찰까지 조롱한 업무방해 범행이었다.
펜치로 '싹둑', 포크로 '북북'... 눈에 뵈는 게 없던 화풀이
그의 분노 버튼은 사소한 곳에서 눌렸다.
2024년 8월, A씨는 지인이 자신만 집에 남겨두고 낚시를 하러 갔다는 이유로 격분했다. 그는 주방에 있던 포크를 들고 베란다 방충망을 마구 찢어발겼다.
반대로 지인이 자신을 집에 불렀는데 "게임을 못 하게 했다"는 이유로 화가 나기도 했다. 이때는 지인이 키우던 포메라니안 강아지가 화풀이 대상이 됐다. A씨는 강아지를 베란다 창밖으로 던졌다.
그의 기행은 엽기적이기까지 했다. 죽은 자신의 강아지를 생판 모르는 남의 승용차 본네트에 집어 던져 차를 찌그러뜨리기도 했다.
또한, 주차된 오토바이의 브레이크 선과 유압 디스크 선을 펜치로 뚝뚝 잘라버리는 테러도 서슴지 않았다. 이유는 단지 "강아지 등록 문제로 말다툼해서"였다.
6개월 아기 머리에 소주병 내리찍어
가장 끔찍한 범행은 가장 약한 존재를 향했다.
A씨는 지인 부부(B, C씨)의 집에서 얹혀살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 아빠인 B씨가 자신에게 욕을하자, 앙심을 품었다. 2023년 11월 16일 자정, 부부가 자리를 비운 사이 방에는 생후 6개월 된 딸 아기만 자고 있었다.
A씨는 싱크대에 있던 빈 소주병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벽에 던져 깼다. 그는 날카롭게 깨진 소주병 목 부분을 거꾸로 쥐고, 누워있는 6개월 아기의 얼굴과 머리를 향해 8번이나 내리찍었다. 아기가 울자 뺨을 때리기까지 했다.
이 일로 갓난아기는 두개골이 골절되고 뇌가 손상되는 상해를 입었다. 평생 안고 가야 할 뇌전증 후유증까지 남았다.
판사 "죄책감 결여... 약자에게 과감 없이 폭력"
1심을 맡은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김미진 판사는 A씨의 죄질을 극도로 불량하게 봤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에 대해 "기분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쉽게 폭력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데, 특히 자신보다 약자인 아동과 동물에게 더 과감 없이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라고 주장하는 사체를 타인의 승용차에 집어 던지고, 지인의 강아지를 창밖으로 던져 죽였다"며 "특히 생후 6개월 신생아에게 소주병을 휘둘러 처참한 상해를 입힌 점을 보면 죄책감이 결여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A씨는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감경 사유라기보단, 재범 위험 근거로 봤다. 재판부는 "각종 거짓말을 일삼고 향후 재범의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상당 기간 사회와 격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A씨에게 총 징역 7년을 선고했다.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도 같았다. 2025년 11월 11일,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