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지침 어기고선 "업무 마비될까 봐" "마스크 필요하니까" 변명, 법정에서도 안 통합니다
방역지침 어기고선 "업무 마비될까 봐" "마스크 필요하니까" 변명, 법정에서도 안 통합니다
'코로나19' 대유행 막을 기로에 선 상황에서 어처구니없는 일들 연이어 터져
부하 직원 확진 검사 못 받게 막고, 확진자인데 거리 활보
나름의 변명 늘어놨지만⋯변호사들 "책임 깎지 못할 것"

코로나19 확진자가 자가격리 수칙을 어기고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집을 나왔다. 대구우체국 앞에서 일반 시민들과 뒤섞여 줄까지 섰다. 이는 취재기자에 의해 알려졌다. /KBS 캡처
'코로나19'의 3월 대유행을 막기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의료계 종사자 모두가 방역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잇따라 터졌다.
경북 상주시의 간부급 공무원들이 지난달 26일 부하 직원 2명의 코로나19 검사를 중간에 가로막았고, 대구시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자가격리 명령을 어기고 대낮에 거리를 활보했다.
처벌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당사자들은 나름의 항변을 펼쳤다. 보건소에서는 "(부하 직원들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 보건소 업무가 마비될 것을 우려해서 한 일"이라고 했고, 자가격리 수칙을 어긴 확진자는 "나는 마스크를 사러 나온 것"이라고 변명했다.
이런 항변은 실제 법원에서 통할 수 있을까? 변호사들과 분석했다.
경북 상주시 보건소에서 일하는 하급직 공무원 두 명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말, 고열과 기침 증세를 겪기 시작했다. 감염을 우려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검사 결과는 통보받지 못했다. 윗선에서 검체(검사 대상물)를 폐기하도록 지시했기 때문이다. "확진 판정을 받으면 직원들 모두 격리 대상이 되고, 업무가 마비된다"는 취지였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대구시에서도 있었다. 코로나19 확진자 50대 A씨는 자가격리 수칙을 어기고 집 밖으로 나섰다.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대구우체국 앞까지 갔다. 일반 시민들과 뒤섞여 줄까지 섰다. 허탕을 치자 혼잣말로 "나 확진자인데 마스크도 안 팔고 말이야"라고 말했다. 이 말을 우연히 들은 취재기자가 경찰에 신고했는데, 알아보니 진짜 확진자였다.
두 사람은 모두 처벌을 앞두고 있다. 현재 상주시는 지시를 내린 간부 공무원들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혔고, 대구중부경찰서도 확진자 A씨의 치료가 끝나면 조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변호사들은 '당시 상황'에 대한 변명을 두고 "타당한 설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률자문

보건소 간부급 공무원 "업무가 마비된다"
변호사들 "No!"
상주시 보건소 간부 공무원들이 내린 결정에는 '업무 마비에 대한 우려'라는 배경이 있었다. 혹시 확진 판정이 나오면 보건소 업무의 전체가 마비된다는 사정이었다.
법무법인 신효의 오세정 변호사는 "보건소 측에서 사실을 은폐함으로써 얻는 이익보다 위험(다른 직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행동 동기를 감경사유로 참작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확진자 A씨 "마스크는 사야 되지 않냐"
변호사들 "No!"
A씨는 혼잣말을 듣고 "왜 나왔냐"고 물어보는 취재기자에게 당당히 "마스크는 사러 나와야 할 것 아니냐, 안 그러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오세정 변호사는 역시 "타당한 설명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마스크의 필요성을 줄일 수 있었는데, 집 밖으로 나오며 다른 사람들의 감염 위험을 현저히 높였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오라클의 박현민 변호사도 "전염성이 매우 강한 코로나19의 특성상 이들이 말한 내용만으로는 결정적인 감경 사유가 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변호사들은 실제 처벌 수위에 대해서도 논했다. 모두 감염병예방법을 정면으로 어겨 죄의 성립 여부는 비교적 확실하다.
보건소 간부급 공무원들은 감염병예방법상 역학조사에서 '고의로 사실을 누락⋅은폐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확진자 A씨는 자가격리 수칙을 어겼다.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추가로 다른 법률을 어겼을 가능성도 있다. 이들 때문에 실제로 누군가 감염됐다면 상해죄 또는 과실치상죄까지 적용될 수 있다. 고의 또는 부주의, 태만 등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감염병을 전파한 경우다.
그러나 오세정 변호사는 "이론적으로는 두 사례 모두 징역형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처벌 수위가 실형에 이를지 다소 의문"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