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면담일지가 가해자 손에…회사는 "누가 줬는지 모른다"는데 책임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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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면담일지가 가해자 손에…회사는 "누가 줬는지 모른다"는데 책임 없나?

2026. 07. 20 15:51 작성
송광범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kb.song@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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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진술 담긴 '내부 자료', 가해자 재판 방어자료로 제출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직장 내 폭행 피해자 A씨는 회사와의 면담에서 피해 사실을 상세히 털어놨다. 그런데 얼마 뒤, A씨의 진술이 고스란히 담긴 '회사 내부자료'가 가해자 B씨의 손에 넘어가 형사재판 증거로 쓰인 사실을 알게 됐다.


A씨가 문제를 제기하자 회사는 1년 가까이 조사를 했지만 "누가 제공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는 답변만 내놨다. 내밀한 피해 진술이 동의 없이 외부에 전달된 상황, 회사는 정말 아무 책임이 없는 걸까?


"회사 내부자료"라더니…가해자 형사재판 증거로 쓰인 내 진술


A씨는 직장 내 폭행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 B씨, 그리고 양측 파트장과 함께 4자 면담을 진행했다. 회사는 사건 경위와 각자의 진술을 담은 면담일지를 작성했고, 참석자들의 서명을 받았다. 이 문서에는 A씨의 이름과 소속, 폭행 및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진술이 담겨 있었고 '회사 내부자료'라는 표시도 있었다.


하지만 이후 A씨는 B씨의 형사사건 기록을 열람하다가 이 면담일지 사본이 B씨의 방어 자료로 제출된 것을 발견했다.


A씨는 두 차례에 걸쳐 회사에 유출 경위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회사는 전·현직 파트장 등을 확인했지만 제공 사실을 인정한 사람이 없다는 답변만 반복할 뿐, 공식 제공인지 무단 유출인지조차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피해자 진술 담긴 면담일지, 동의 없이 줘도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피해자의 민감한 진술이 담긴 면담일지는 개인정보에 해당하며 이를 동의 없이 가해자에게 제공했다면 법 위반 소지가 크다.


법무법인 베테랑 황윤경 변호사는 "면담일지는 이름과 소속, 폭행 및 괴롭힘 관련 진술이 결합되어 특정인을 알아볼 수 있으므로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대방이 같은 면담 참석자였다는 사정만으로 정보주체인 의뢰인의 동의 없이 진술 전체가 담긴 사본을 제공할 근거는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법적으로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려면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거나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어야 한다. 설령 제공 근거가 있더라도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제공해야 한다.


법무법인 도모 고준용 변호사는 "회사가 전체 사본을 마스킹 없이 제공했다면 목적 외 제공이나 필요 최소한의 제공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도결 최우준 변호사 역시 "적어도 불필요한 부분 비식별 처리나 발췌 제공이 검토됐어야 한다"고 짚었다.


회사가 "유출자 모른다"고 버티면 끝?…"오히려 관리 소홀 증거"


회사가 공식적으로 문서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 내부 누군가에 의해 무단으로 유출된 경우에도 회사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변호사들은 회사가 제공자를 특정하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가 관리 부실을 보여주는 정황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황윤경 변호사는 "회사가 자체 조사만으로 제공자를 특정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유출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오히려 그 자체가 관리 소홀을 보여주는 정황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만약 회사의 공식적인 의사결정 없이 내부 자료가 외부로 전달되었다면 개인정보 유출에 해당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알게 되면 지체 없이 정보 주체에게 통지하고,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A씨의 경우 회사는 1년 가까이 공식 통지나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


나아가 근로기준법 또한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피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 이번 사안은 이 조항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다.


회사의 책임을 묻기 위한 대응 방안은


변호사들은 A씨가 취할 수 있는 조치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신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을 제시했다.


법무법인 케이비 안진우 변호사는 "회사에는 개인정보보호책임자 명의로 제공 여부, 제공 근거, 유출 통지 및 재발방지 조치에 대한 공식 답변을 서면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답변이 불충분하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신고, 회사 상대 손해배상청구, 유출 경위 조사 요구를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선승 안영림 변호사도 "회사가 제공자를 특정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유출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신고와 손해배상 청구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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