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판 돌려차기' 징역 50년이 27년으로 '뚝'⋯"재활해서, 반성해서" 감형 논란
'대구판 돌려차기' 징역 50년이 27년으로 '뚝'⋯"재활해서, 반성해서" 감형 논란
1심서 '국내 최장기 유기징역' 50년 선고
항소심서 절반 가까이 감형
89통 반성문과 1억 기습 공탁이 형량 줄였나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징역 50년이라는 파격적 판결이 항소심에서 27년으로 감형되며 법조계와 시민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지난 31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는 이른바 '대구판 돌려차기' 사건의 감형 논란을 집중 조명하며, 이것이 우리가 납득할 수 있는 정의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치밀하게 계획된 배달 기사 위장 범죄
사건은 지난 2023년 12월 1일 대구에서 발생했다. 30대 남성인 가해자 A씨는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뒤따라가 원룸 침입 후 성폭행을 시도했다. A씨는 범행 4일 전부터 여성들이 배달 기사에게 경계심이 적다는 점을 노려 배달 복장을 준비했고, 범행 전날에는 인터넷에 살인 사건을 검색하는 등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A씨는 피해자가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틈을 노려 공격을 시작했다. 이때 피해자를 지키기 위해 나섰던 남자친구는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려 심정지 상태로 이송됐다. 20시간이 넘는 수술 끝에 겨우 의식은 회복했으나,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인해 사회연령이 만 11세 수준에 머무는 심각한 영구 장애 판정을 받게 됐다.
1심 50년 선고⋯항소심서 뒤집힌 이유
1심 재판부는 검찰이 구형한 징역 30년보다 훨씬 무거운 징역 50년을 선고했다. 이는 국내 최장기 유기징역 선고 사례로, 재판부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다"는 점을 양형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형량이 27년으로 거의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로엘 법무법인 윤치웅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가 감형을 결정한 주요 사유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가해자가 제출한 89차례의 반성문, 둘째는 피해자의 장애 상태가 1심보다 조금 회복된 점, 그리고 마지막은 가해자가 법원에 맡긴 1억 원의 형사공탁이다.
피해자의 노력이 가해자의 '감형 사유'?
특히 논란이 된 부분은 피해자의 후유증 호전을 감형 사유로 삼은 점이다. 피해자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재활에 매진해 얻은 결과를 두고 가해자의 형량을 깎아주는 근거로 사용하는 것이 피해자에게는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1심에서는 침묵하던 가해자가 50년형을 선고받자마자 항소심에서 기습 공탁을 한 점도 공분을 샀다. 윤치웅 변호사는 "가해자가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는 사정이 양형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라며, "일방적인 공탁으로 감형을 받는 사례에 대해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공탁법 개정과 남겨진 과제
다행히 공탁금을 몰래 회수하는 이른바 '먹튀 공탁'은 앞으로 어려워질 전망이다. 2025년 1월부터는 가해자가 공탁금을 돌려받으려면 피해자의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하며, 판결 선고 직전 공탁 시 법원이 의무적으로 피해자 의견을 청취해야 하는 규정이 생겼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대법원에 상고할 수 없다. 우리 법이 대법원을 사실관계가 아닌 법률 위반 여부만 심리하는 기관으로 정의하고 있어서다.
윤치웅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1심 양형이 맞다면 2심 양형은 너무 관대하고, 2심 양형이 맞다면 1심 양형은 너무나 감정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는 국정감사의 지적을 인용하며 고무줄 양형에 대한 씁쓸한 현실을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