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꼭 성공한다" 의심스러운 살인 정황에도 아버지는 무죄를 받았다, 이유는?
"오늘 저녁 꼭 성공한다" 의심스러운 살인 정황에도 아버지는 무죄를 받았다, 이유는?
친딸 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국인 아버지⋯1심 징역 22년
2심과 대법원은 '무죄'로 판단⋯이유는 크게 다섯 가지

여자친구를 위해 친딸을 살해한 혐의를 받던 40대 중국인 남성 A씨가 항소심(2심)과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았다.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A씨가 이혼한 뒤 만난 여자친구는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7살 딸을 미워했다. 본인이 유산한 탓을 딸 아이에게 돌렸고, '마귀'라고 부르기도 했다.
사건이 벌어지기 전날에도 여자친구와 A씨는 다음과 같은 문자를 주고받았다.
여자친구 : "(딸을) 강변에 던져라."
A씨 : "오늘 저녁 호텔 도착 전에 꼭 성공한다."
그리고 실제로 다음 날 새벽, A씨의 7살 딸아이가 호텔 화장실 내 욕조에서 숨을 거뒀다. 여자친구를 위해 자신의 딸을 죽인 비정한 아버지 같았던, 40대 중국인 남성 A씨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가 사건 당일, 여자친구와 나눴던 대화를 근거로 "A씨가 살인을 계획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 "메시지에 따르면 A씨는 여자친구를 위해 딸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하지만 A씨는 "호응하는 척만 했을 뿐이었다"며 살인을 계획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A씨 "외출 뒤 돌아와 보니 딸이 욕조 안에 떠 있었습니다. 저에겐 친딸을 살해할 동기가 전혀 없습니다. 정신 질환을 앓는 여자친구를 진정시키기 위해 살인 계획에 호응하는 척만 했을 뿐입니다."
호텔 객실 내 CC(폐쇄회로)TV가 없었기에 사건의 진상은 안개처럼 뿌옜다. 다만 여러 정황은 A씨에게 불리했다. A씨의 딸을 부검한 부검의는 "사고사보다는 타인에게 목이 졸린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냈고, 사건 당시 A씨 외엔 호텔 객실에 출입한 사람이 없었다.
지난해 5월 서울남부지법(재판장 오상용 부장판사)은 메시지 등에 따르면 살인 공모 정황이 보이고, 피해자에게 목이 졸린 흔적이 있다는 걸 근거로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장 : "피해자는 영문을 모른 채 사랑하는 아버지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이 아니었더라면 피해자 앞에 펼쳐졌을 무한한 삶의 가능성이 송두리째 상실됐다."
그런데 7개월 만에 재판 결과가 정반대로 뒤집혔다. 지난해 12월, 2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5부(윤강열 장철익 김용하 부장판사)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석방했다.
항소심(2심) 재판부도 살인 공모에 대해 의심이 든다고는 했다.
2심 재판장 : "A씨가 여자친구와 딸의 살해를 공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
하지만 크게 다섯 가지를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다.
먼저, A씨가 여자친구에게 "꼭 성공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직후 "우리 이런 얘기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보내 여자친구를 달래준 것으로 보인다(①)고 했다. "여자친구를 진정시키기 위해 동조하는 척 했다"는 A씨의 주장과 일치하는 부분이었다.
그 외 "A씨가 딸과 한달에 한 번 정도 여행을 가는 등 좋은 관계를 이어나간 점(②)", "(사건 당시) 'A씨가 벽을 치고 크게 우는 등 통상적인 부모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처럼 보였다'는 구급대원의 진술, 'A씨는 딸을 사랑해 절대로 죽였을 리 없다'는 전 아내의 진술(③), 전 아내의 반대에도 A씨가 부검을 적극적으로 주장한 점(④)도 무죄의 근거였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e reo)'라는 형사 재판의 대원칙에 따른 판결이었다. 이 원칙에 따르면 판사는 피고인이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존재할 때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
이 원칙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는 '사고사'의 가능성(⑤)을 언급한 뒤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장 : "(부검 결과) 피해자가 미끄러지면서 욕조 물에 잠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사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주심 안철상 대법관)도 A씨에 대한 무죄 선고를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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