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신고해줘" 구조요청 무시하고 촬영한 친구들, 처벌될까? 변호사들 "안타깝지만⋯"
"119 신고해줘" 구조요청 무시하고 촬영한 친구들, 처벌될까? 변호사들 "안타깝지만⋯"
부산 오륙도 앞바다서 수영하던 중학생 파도에 휩쓸려 사망
단순 사고인 줄 알았는데⋯함께 있던 친구들이 구조요청 무시한 것 드러나
형사와 민사 나눠 모두 분석했지만⋯변호사들 "모두 책임 묻기 어렵다"

친구들과 부산 오륙도에 물놀이를 갔다가, 파도에 휩쓸려 숨진 중학생. 그런데 사고 당시 물에 빠진 A군을 보고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고 경위가 구체적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
여름철 사고의 피해자 한 명으로, 그렇게 잊힐 뻔한 A군(14). 그런데 갑자기 SNS에선 A군의 실명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물에 빠진 A군을 보고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고 경위가 구체적으로 알려지면서다. 당시 친구들은 119에 신고하지 않은 채 웃으면서 사고를 지켜봤다고 전해졌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즉각 공분이 일었다. "(친구들) 신상 공개해라" "처벌하라" 등의 격한 반응이었다. 친구들의 처벌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도 올라왔다. 제때 신고했다면, 살 수 있었다는 호소였다.

사고를 지켜보고도 신고하지 않은 친구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지만, 이것이 사실이라면 "형사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민사 또한 쉽지 않다고 했다. 어떤 이유인지 알아봤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A군 사건을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다.
지난 4일 사고 당시, A군은 친구들보다 먼저 오륙도 근처 바다에 뛰어들었다. 당시 친구들은 물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거세진 물살에 A군이 휩쓸리기 시작했고, 물 밖에 있던 친구들에게 "살려달라" "119를 불러 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를 본 친구들의 반응은 충격적이었다. 사고에 놀라기는커녕 "(A군이) 119를 부르라는데?"라며 웃었다고 한다. 또한, 신고를 하지 않고 그저 그 상황을 촬영하기만 하고, 신고는 하지 않았다고 피해자 측은 주장했다.
더불어 경찰에서 조사를 받을 때 이 같은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A군이 혼자 바다에 들어가서 사망했다고 말했을 뿐, 그 밖의 일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던 것이다. 그리고 친구들 중 누군가가 SNS에 당시 촬영 영상을 올리면서, 사건의 숨겨진 이야기가 퍼졌다.
변호사들과 함께 이 사건에 적용할 수 있는 여러 법 규정을 검토해봤지만, 현실적으로 처벌은 힘들어 보였다.
① 119법 : '허위 사실' 신고에 대해서만 처벌 조항을 두고 있어
법률사무소 용기의 박예지 변호사는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119법) 제4조 제3항은 위급상황에 처한 사람을 발견한 때에 지체 없이 소방기관 등에 알려야 한다고 규정한다"고 했다.
하지만 처벌은 '허위 사실'을 신고했을 때만 이뤄진다. 바다에 빠진 사람이 없는데, 그런 상황이 벌어진 것처럼 119에 신고하는 경우다. A군 친구들처럼 늦게 신고를 한 경우엔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
이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에선 누구든지 응급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응급의료기관 등에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역시 처벌 규정은 없다"고 박 변호사는 말했다.

② 과실치사 또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
친구들에게는 '구조'를 해야 할 법적 의무 없어 처벌 불가
'과실치사죄'도 검토해봤다. 과실치사는 과실로 사람을 사망하게 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다. 119에 신고를 해야 했는데, 하지 않은 것을 과실로 본다면 해당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법무법인 혜명의 김병영 변호사는 "A군의 사망에 친구들의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과실치사는 성립하기 어렵다"고 했다. 친구들의 강요나 협박에 의해 A군이 바다에 들어갔다면 몰라도, A군처럼 자발적으로 바다에 들어간 경우엔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어 김 변호사는 "사람을 구조하지 않고 방치했기 때문에 부작위(不作爲⋅마땅히 해야 할 일을 일부러 하지 않음)에 의한 살인이 문제 될 수 있다"면서도 "이것이 인정되려면 세월호 사건의 선장처럼 승객을 구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방치하는 경우여야 한다"고 말했다.
즉, 친구들에게는 위기상황에 처한 A군을 구해야 할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에,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③ 경찰서에서 거짓 진술 : 범인 도피를 돕는 진술이 아니라면 처벌 안 돼
A군 친구들은 이 일로 조사를 받을 때, A군 혼자 수영하다 발생한 사고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A군이 신고를 요청했다' 는 등의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이는 거짓 진술에 해당할 수 있다.
하지만 김병영 변호사는 "참고인이 수사기관에서 거짓 진술을 하더라도, 범인 도피나 은닉의 경우가 아니면 처벌되지 않는다"고 했다. 수사를 피해 도망가려는 목적 등이 아니라면,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설령 이들이 형사처벌을 받아도, 중한 처벌은 기대할 수 없다. A군의 친구들은 2007년생으로 만 13세 미성년자. 김 변호사는 "(이 나이는) 촉법소년으로 분류돼, 소년법에 의한 보호처분을 받는다"고 했다.
법률 자문

형사처벌이 안 된다면, 남은 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 하지만 A군 사망에 대한 책임은 민사에서도 묻기 어렵다.
박예지 변호사는 "(소송을 하려면) A군의 친구들에게 A군을 구조할 의무가 있어야 한다"며 "그러한 의무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손해배상청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병영 변호사도 "사망에 대한 책임을 전제로 한 일실수입 손해 주장은 할 수 없다"고 했다.
일실수입이란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 얻을 수 있는 수입을 말한다. 사망 사건의 경우, 대법원은 만 65세를 일실수입을 산정하는 기간으로 본다. 즉, A군이 성년이 되는 해부터 약 45년간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을 가해자에게 배상받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어렵다는 취지다.
그 이유를 "A군의 사망 자체에 친구들의 법적 책임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A군 사망 후 SNS에 사고 당시 영상을 유포한 행위에 대해서는 가능할 것으로 봤다.
김 변호사는 "친구들이 A군 유족의 의사에 반해 영상을 올렸고, 공연히 조롱하는 취지가 있었던 점은 불법행위"라며 "유족이 친구들이나 친구들 부모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