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을 다시 생각한다(1)]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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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법을 다시 생각한다(1)] 프롤로그

2020. 07. 15 10:23 작성2020. 08. 17 18:25 수정
정진섭 변호사의 썸네일 이미지
jsjung@soul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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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ir protection, fair use -

다만 저작권법은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창작자 보호법이 아니다. 저작권법은 보호(protection)와 이용(use)의 두 날개로 난다. /셔터스톡

대한민국 헌법 아래 수많은 특별법이 있지만, 저작권법만큼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깊숙이 스며든 법은 드물다. 누구나 다양한 저작물의 창작자이자, 침해자가 될 수 있는 '법익(法益)' 주체의 양면성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일반인들도 유튜브 등 각종 SNS 콘텐츠를 손쉽게 만들고 있다. 사실 누구라도 창작활동을 할 적에 100% 독자적인 창작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기존의 저작물을 참조하고, 가미하고, 모방해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드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이럴 때 사용한 재료들에 저작권 문제가 있다는 걸 애매하게 알고 있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법률가 아닌 보통 사람들은 "내가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의 저작권을 침해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갖고 창작활동에 임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작금에 우려되는 것은, 무분별한 저작권침해 풍토만이 아니라, 저작권자들이 재산권 측면만 치중해서 생각하고,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사회 풍조도 팽배한 점이다. 심지어 최후 수단인 형사고소부터 앞세우는 풍토까지 있다. 그래서 문득 "저작권법을 다시 생각한다. -fair protection, fair use-"라는 칼럼 제목을 떠올려 본다.


사진작가가 촬영한 유명 가수의 사진의 일부를 앤디 워홀이 자신의 작품에 차용한 행위가 저작권 침해인지 여부가 문제가 된 사건에서 2019년 7월 1일 뉴욕 남부지방법원은 워홀의 작품들이 타인의 사진을 차용하였다 하더라도 원저작물과는 상이한 미학을 채택함으로써 원저작자의 사진이 아닌 워홀의 작품으로 합리적으로 인식되는 경우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앤디 워홀의 'Orange Prince' (1984) /Wikipedia
사진작가가 촬영한 유명 가수의 사진의 일부를 앤디 워홀이 자신의 작품에 차용한 행위가 저작권 침해인지 여부가 문제가 된 사건에서 2019년 7월 1일 뉴욕 남부지방법원은 워홀의 작품들이 타인의 사진을 차용하였다 하더라도 원저작물과는 상이한 미학을 채택함으로써 원저작자의 사진이 아닌 워홀의 작품으로 합리적으로 인식되는 경우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앤디 워홀의 'Orange Prince' (1984) /Wikipedia


미국의 팝아트 선구자 앤디 워홀(Andy Warhol)은 다른 사람의 미술 작품을 가져다가 그것을 기반으로 추가적인 요소를 더하여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이른바 차용미술(Appropriation Art)을 개척했다. 요즘도 미술 전시회 관람을 하거나, 인터넷상으로 미술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다른 유명작가의 저작물을 모방(패러디)한 작품이 간혹 보인다. 이런 의도적인 패러디는 저작권침해 논란에 휘말릴 위험성이 높다. 특히 대규모 기업형 모방 이용이 계속되면, 성공할수록 소송 가능성이 커진다는 이치를 잊으면 안 된다.


다만 저작권법은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창작자 보호법이 아니다. 저작권법은 보호(protection)와 이용(use)의 두 날개로 난다. 저작권법을 너무 엄격하게 해석해서, 선행 저작물의 저작자로부터 사전 허락을 절대적으로 받아야 한다면, 인류 전체의 문화적 창작 활동은 크게 위축될 것이다. 아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저작권법의 근본 목적은 저작권료 징수나 재산적 이익만 도모하려는 것이 아니다. 저작권법의 헌법적 근거인 인간 존엄과 행복추구권은 단지 대한민국 영토 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모든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인 기본권이다. 저작권 산업이 융성하고 그 경제적 가치를 도외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당초 저작권법이 탄생한 배경과 입법 취지는 모든 국민에게 창작 의욕을 고취시켜서 다양한 저작물을 창작하게 함으로써, 널리 이용하게 하고, 그것을 통하여 문화창달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저작권법 해석의 출발점은 바로 그 점을 이해하는 데 있고, 그런 'fair protection'의 정신을 망각하면 저작권문화는 퇴보할 수밖에 없다.


누구나 좋은 저작물을 참조하고 모방하면서 배우는 것은 불가피하다. 모방은 창조의 첫 단계다. 초보자나 아마추어에게 모방을 통한 학습 기회를 봉쇄하는 것은 인류문명의 성숙과 발전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


저작권은 창작한 때부터 방식 여하를 불문하고 저작권이 인정되고, 특허·상표와 달리 선출원주의, 등록주의가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권리제한사유가 다양하게 허용되고 있다. 이것은 저작권법 제35조의5 '공정이용' 조항으로 입법화되어 있다.


따라서 타인의 저작물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사전허락, 출처표시가 필요하지만, 예외적으로 통상적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않은 경우,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전 허락 없이 이용해도 무방하다. 즉 이용의 목적이나 성격, 공정한 관행 합치 여부를 스스로 판단해서 이용할 기회가 누구에게나 제공되고, 원저작자의 잠재적 시장가치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 증진에 기여하면 되는 것이다.


현행법상 공정이용(fair use)의 범위와 한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종래의 우리나라 판례나 실무 관행은 이용자를 위한 편익 제공보다는, 문언적으로 공정(公正)이라는 제한적 개념을 강조하고 치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다만 원래 Fair Use 조항은 미국 저작권법에서 유래된 조항으로, 한국인의 사전적 의미로 '공정하게'라는 용어보다 다양하고 폭넓은 개념이다. 사전적 의미로 깨끗하게, 정당하게, 건전하게, 신사적으로, 합리적인 목적과 방법으로 이용하면 포괄적으로 무방하다는 뜻이 담겨 있다.


앞으로도 저작권법이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작동하려면, 무엇보다도 "fair protection, fair use" 정신이 사회 전반에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정보통신 기술이 날이 갈수록 발전해 가는 이 시대에, 저작권법의 근본 목적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져야 할 것이다. 차회부터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독자 여러분과 함께 저작권법을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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