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해 기억 잃은 '그 날' 때문에 성범죄자 될 뻔한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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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해 기억 잃은 '그 날' 때문에 성범죄자 될 뻔한 남성

2023. 01. 16 10:02 작성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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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해서 기억 잃어⋯CCTV에 찍힌 다른 사람의 모습 보고 '본인'으로 착각

김지혁 변호사 "평범한 가장이 억울하게 성범죄 전과자 누명 쓸 뻔"

오랜만에 고향 친구를 만나 술 한잔을 기울였고, 이후 만취해 기억을 잃은 그날. A씨는 그날 벌어진 일로 성범죄자가 될 뻔했다. /연합뉴스·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A씨 되시죠? XX경찰서 여성청소년 수사팀입니다."


어느 날 경찰서에서 걸려 온 전화 한 통. 경찰은 A씨에게 "성범죄 사건에 연루돼 연락했다"며 "사건 당시 찍힌 CC(폐쇄회로)TV 사진이 본인이 맞는지 확인해달라"고 밝혔다. 사진을 확인한 A씨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CCTV 속 남성은 자신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변명이 아니라 진심으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오랜만에 고향 친구를 만나 술 한잔을 기울였고, 이후 만취해 기억을 잃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A씨에게 공연음란 혐의가 적용된 상태라고 말했다. 길거리에서 처음 본 여성을 따라가 성기를 노출했다고 했다. 경찰이 말한 그 장소는 A씨가 친구를 만났던 술집이 있는 거리였다. 기억은 안 나지만, 정황과 증거가 모두 자신을 지목하고 있었다. 거기다 A씨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는 이날 만취 상태로 길가에서 경찰에 발견돼 인계되기도 했다.


결국 A씨는 변호사와 상담 후 혐의에 대해 인정하기로 마음먹었다. 무작정 "기억나지 않는다"며 발뺌했다간,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런데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반전이 일어났다. '진범'이 따로 있었다.


CCTV 사진에서는 찾지 못했지만⋯원본에서 다른 점 발견

CCTV에 찍힌 인물은 A씨 본인마저 착각할 정도로 A씨와 인상착의가 비슷했다. 머리 스타일 뿐만 아니라 사건이 발생한 당일 입은 옷도 비슷했다. 검은색 반팔티와 검은 바지, 흰색 나이키 운동화. 그날 친구를 만난 그 복장 그대로였다.


그런데 A씨 경찰 수사에 동행한 법률사무소 태린의 김지혁 변호사는 의아한 점을 발견했다. 경찰 조사에서 CCTV 사진을 재확인하던 중 A씨와 '두상'이 다소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김지혁 변호사는 "CCTV 영상 원본을 보여달라"고 경찰에 요청했고, 의심은 확신이 됐다.


수차례 A씨와 영상을 돌려본 결과, 해당 인물이 A씨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결정적 차이를 발견했다. A씨는 손목시계를 차지 않는데, CCTV 속 남성은 손목시계를 차고 있었다. 물론, 손목시계 착용 여부는 A씨가 혐의를 벗기 위해 한 거짓말일수도 있었다.


경찰 수사가 계속된 끝에 약 2주 뒤 진범이 검거됐다. /김지혁 변호사 제공
경찰 수사가 계속된 끝에 약 2주 뒤 진범이 검거됐다. /김지혁 변호사 제공


하지만, A씨의 항변에 경찰 수사는 지속됐고 약 2주 뒤 '진범'이 검거됐다. CCTV 영상 속 인물이 A씨가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수사기관은 A씨의 공연음란 혐의에 대해 지난해 10월 '무혐의' 처분했다.


김 변호사는 "A씨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CCTV 사진 몇 장 만으로 성범죄 전과자가 될 뻔 했다"며 "아내의 출산을 기다리고 있던 평범한 가장인 그가 일상을 회복하게 되어 다행"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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