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책임은 피해자 몫!" 4억 3천만 원 '억' 소리 나는 명의대여의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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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책임은 피해자 몫!" 4억 3천만 원 '억' 소리 나는 명의대여의 대가

2025. 10. 13 12:27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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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하면 1년 후 갚겠다"는 달콤한 유혹

남은 것은 5억 원대 빚더미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수백 차례에 걸쳐 거액을 건네받아 5억 원이 넘는 돈을 편취한 사기 사건.


이 사건의 핵심 가해자는 원고 부부(A와 C)를 기망한 B의 전 남편이었지만, 법정 공방의 최종 책임은 이혼한 아내이자 B의 전 남편 사업 명의를 빌려준 피고 B에게 돌아갔다.


단순한 명의대여로 생각했던 행위가 민법상 '사용자 책임'이라는 거대한 족쇄로 되돌아온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을 판결문을 통해 들여다본다.


피해액 5억 4천만 원 사기범 B의 전 남편의 충격적인 범죄 전개

원고 A는 남편 C과 함께 'D'라는 상호로 소매업 및 서비스업을 운영했다.


피고 B는 2011년 B의 전 남편과 협의이혼했지만, B의 전 남편은 2015년 12월부터 B 명의의 사업체(G)를 실질적으로 운영했다.


B의 전 남편은 사업자등록 명의자인 B와 법률상 이혼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주소지에 거주하며 사실상 부부처럼 지냈고, C은 2018년경부터 G의 업무 일부와 수원 사무실 운영을 맡아 B의 전 남편의 사업에 깊숙이 관여했다.


B의 전 남편은 2018년 6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사업에 투자해주면 1년 후에 갚겠다", "사업 경비나 인건비가 필요하다"고 속여 C을 통해 원고 A 부부로부터 총 28억 7천만 원 상당의 금원을 교부받거나 채무를 대신 변제하게 했다.


이는 감당할 수 없는 액수의 세금 부과와 기존 사업(B의 전 남편이 운영하던 기존 사업)의 미납 세금 등으로 자금난에 처했음에도 변제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저지른 기망 행위였다.


B의 전 남편은 이 중 약 23억 3천만 원을 변제하고, 최종적으로 5억 4천만 원(540,789,362원)을 편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로 2023년 9월 기소됐다(수원지방법원 2023고합625 등).


B의 전 남편은 유죄, 피고 B는 '사기 공모' 혐의 벗다

B의 전 남편은 관련 형사 사건에서 결국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다(수원지방법원 2024. 7. 25. 선고 2023고합625 등).


그러나 B의 전 남편의 사기 행각이 진행되는 동안, 피해자 측은 사업자 명의자인 피고 B 역시 B의 전 남편과 공모하여 사기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B를 고소했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피고 B가 B의 전 남편과 공모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B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는 피고 B가 형사상 사기 공범의 책임은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B는 이 점을 들어 민사 소송에서도 자신은 사업에 관여하지 않았으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민사 법정의 '반전': 명의대여자의 사용자 책임 5억 원 확정

형사상 책임은 벗어났지만, 민사 법정에서 피고 B는 새로운 쟁점에 직면했다. 원고 A는 B가 B의 전 남편의 사용자로서 민법 제756조 제1항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B는 자신이 B의 전 남편의 사용자가 아니며, 단순히 명의만 빌려주었을 뿐이라고 맞섰다.


'바지 사장' B에게 사용자 책임이 인정된 결정적 사유

수원지방법원 제12민사부(2022가합13240)와 항소심(2024나11401)은 피고 B의 주장을 배척하고 B에게 사용자 책임을 인정했다. 법원은 그 근거로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


  1. 객관적·규범적 사용관계 인정: 피고 B가 B의 전 남편에게 B 명의의 사업체(G)와 피고 명의의 은행 계좌를 사용할 것을 허락한 명의대여자라는 점이다. 법리는 "타인에게 자기 명의를 사용할 것을 허용한 경우, 외부에 대한 관계에서는 그 사업이 명의자의 사업이고 타인은 명의자의 종업원임을 표명한 것과 다름없으므로, 명의사용자는 객관적·규범적으로 명의사용자를 지휘·감독할 지위에 있었다"고 본다.
  2. 사무집행 관련성: B의 전 남편이 사업자금 차용 명목으로 기망행위를 저지른 것은 외형상 객관적으로 피고 B 명의의 사업과 관련된 불법행위로, 사무집행 관련성이 인정됐다.
  3. 실질적 관여 및 이익 사용: 피고 B는 단순히 명의만 빌려준 것이 아니었다.
  • 사업 관련 채권양도양수계약서에 직접 날인하는 등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했다.
  • 자신의 혈족을 통해 사업 운영에 관여하기도 했다.
  • B의 전 남편이 사기로 얻은 금원으로 자신의 명의 부동산 대출금 이자를 변제하거나 생활비, 자녀 교육비로 사용하는 등 이익을 일부 사용·소비했다.
  • B 명의의 계좌에 장기간 수백 차례에 걸쳐 거액이 입금된 사실을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 등이다.


책임은 인정, 최종 배상액은 80%로 제한

법원은 위와 같은 이유로 피고 B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원고 A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보아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했다.


  • 책임 제한 사유: 원고 A 측이 사업의 수익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채 장기간 아무런 담보 없이 B의 전 남편에게 거액을 지급한 점을 참작했다.
  • 최종 판단: 피고 B의 손해배상 책임을 손해액의 80%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피고 B가 원고 A에게 최종 손해액 540,789,362원의 80%인 432,631,489원 (원 미만 버림)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역시 이 같은 1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보아 피고 B의 항소를 기각했다(수원고등법원 2024나11401).


결과적으로 피고 B는 형사상 사기 공범 혐의에서는 벗어났으나, 단순 명의대여가 아닌 실질적 관여와 이익 사용, 그리고 객관적·규범적 사용자 지위가 인정되어 거액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었다.


이 사건은 명의대여가 가져올 수 있는 막대한 법적 책임을 경고하는 사례로 남게 됐다.


[참고] 수원지방법원 2022가합13240 판결문 (23. 12. 20.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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