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하다 악의적 태클에 쇄골 '뚝'…'등번호만 아는' 범인, 법정에 세울 수 있다
축구하다 악의적 태클에 쇄골 '뚝'…'등번호만 아는' 범인, 법정에 세울 수 있다
변호사들 "연락처 몰라도 형사 고소하면 경찰이 신원 찾아줘"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즐거워야 할 주말 축구 경기, 동호인 A씨에겐 악몽이 됐다. 상대 선수의 고의성 짙은 태클에 쇄골이 부러졌지만, 상대팀 주장은 가해자의 전화번호는 “개인정보”라며 줄 수 없다고 한다. 설상가상 가해자도 연락처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
A씨의 손에는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긴 경기 영상이 들려 있다. 영상 속에는 상대 선수가 공을 향하지 않고 오직 A씨의 다리를 향해 돌진하는 장면이 명확히 찍혔다. 하지만 가해자의 등번호만 알 뿐, 이름도 연락처도 모르는 상황. 수술비와 치료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텐데, 책임을 물을 대상조차 특정할 수 없는 현실에 A씨는 가슴을 쳤다.
이처럼 악의적인 부상을 입히고도 신원을 숨기는 가해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방법은 없는 걸까. 변호사들은 “방법은 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해결책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연락처 몰라도 괜찮다
변호사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한 첫 번째 열쇠는 바로 ‘형사 고소’다. 법률사무소 정중동의 김상윤 변호사는 “경기 중이라도 공과 무관한 위험한 태클은 정당한 스포츠 행위로 보기 어렵고, 형법상 과실치상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녹화된 영상과 수술 소견 등 증거가 충분하므로 경찰에 고소하면 수사기관이 상대방 신원을 특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즉, 피해자가 가해자의 신원을 몰라도 국가 수사기관이 직접 나서서 찾아준다는 의미다. 일단 형사 절차가 시작돼 가해자가 특정되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수사 과정에서 합의를 시도하며 가해자가 먼저 손해배상을 제안할 가능성도 크다.
형사 고소와 ‘투 트랙’…주최측 압박·민사소송 동시 진행
형사 고소 외에 다른 길도 있다. 대회 주최 측을 통해 가해자의 신원을 파악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한별의 이주한 변호사는 “대회를 주최한 협회나 단체에 참가자 명단 정보를 요청해볼 수 있다”며 “주최측이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거부하더라도, 손해배상청구라는 정당한 목적이 있다면 법원을 통해 인적사항 확인 신청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가해자의 이름이나 소속팀 등 일부 정보만 알아내도 ‘성명불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뒤, 법원의 주소보정명령 절차를 통해 정확한 인적사항을 파악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방법은 동시에 진행할 수도 있어 가해자를 압박하는 효과적인 카드가 된다.
운동 중 사고는 다 용서? ‘안전배려의무’ 위반은 명백한 불법
일각에서는 ‘운동하다 다칠 수도 있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 실제로 법원은 경기 참가자들이 경기 자체에 내재된 부상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참여한다고 본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경기 규칙을 준수하는 정상적인 플레이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에 한정된다.
대법원은 운동 경기 참가자에게 다른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안전을 확보해야 할 ‘안전배려의무’가 있으며, 경기 규칙을 현저히 위반한 행위는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대법원 2011다66856 판결). A씨의 사례처럼 ‘공과 상관없는 태클’은 이 안전배려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로, 민법 제750조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피해자는 가해자를 상대로 ▲수술비, 치료비, 약제비 등 ‘적극적 손해’ ▲부상으로 일하지 못해 발생한 소득 감소분인 ‘휴업손해’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인 ‘위자료’까지 모두 청구할 수 있다.
A씨의 손에 들린 영상은 단순한 경기 기록이 아니라 스포츠맨십을 저버린 비겁한 행위에 책임을 묻는 ‘레드카드’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