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세 번째 '수사지휘권'⋯13년 치 논문 9건 분석해봤더니, 8건은 '부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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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상 세 번째 '수사지휘권'⋯13년 치 논문 9건 분석해봤더니, 8건은 '부적절'

2020. 10. 20 19:37 작성2020. 10. 23 10:27 수정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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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언론도 일제히 1면 기사로 보도한 헌정사상 세 번째 '수사지휘권' 발동

"장관의 정당한 법적 행사" vs. "정치권의 수사 개입" 반응 엇갈리는 가운데⋯

최근 논문 9건 전수 분석해봤더니⋯대부분 "구체적 사건에 대한 장관의 수사 지휘는 부적절"

최근 13년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다룬 학술논문 등 9편을 전수조사했다. '법무부장관'과 '지휘권'이라는 두 단어를 합친 키워드로 검색되는, 모든 논문을 기사에 담았다. /RISS⋅KISS⋅DBPIA⋅편집=조소혜 디자이너

20일 주요 언론 1면 기사는 '수사지휘권'이 장식했다. 72년 헌정사상 세 번째로 발동된 수사지휘권이라는 점도 그랬지만, 내용도 파격적이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명의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발송된 지휘서신에는 "검찰총장은 5건(라임⋅총장 가족 관련 사건 등)의 수사 지휘에서 손을 떼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는 지난 7월(채널에이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에 이어 3개월 만에 재발동된 지휘권이었다. 지난 72년 동안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3번 발동됐는데, 그중 2번을 추 장관이 발동했다.


법조계 반응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지휘권 발동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장관의) 정당한 법적 권리행사"라고 했지만, 반대 선상에서는 "정치권이 검찰 수사에 개입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청와대는 20일 "현재 상황에서 수사 지휘는 불가피한 것"이라며 지지하는 입장에 힘을 실었다.


로톡뉴스는 최근 13년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다룬 KCI 등재 학술논문 등 9편을 전수조사했다. 양쪽 입장을 모두 담기 위해 '법무부장관'과 '지휘권'이라는 두 단어를 합친 키워드로 검색되는, 모든 논문을 기사에 담았다.


논문 9건 중 8건은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수사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검사가 아니라 정치인인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지휘권을 행사하면, 일선 수사 검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검찰청법 제8조에 근거한 장관의 '수사지휘권'⋯학계에서는 비판적 시각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검찰청법 제8조에 근거한다. "법무부 장관은 (생략)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규정이다.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총장 외 다른 검사에 대한 지휘권이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 수사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서 마련된 조항이다.


논문 저자들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만을 지휘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용인하면) 사실상 장관이 일선 수사에 개입할 수 있게 된다"며 "정치적 의도에 따라 수사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검찰 조직문화의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었다. 대부분의 논문에서 첫 번째 근거로 지적된 내용이다.


신상현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연구원은 "피라미드 형태의 위계질서 구조에 따라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는 개개의 검사들도 사실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법무부 장관을 매개로 구체적 사건의 형사 소추 영역에 개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 폐지론', 2020년 5월)


이석배 단국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교수는 "검찰의 중립성을 가장 위협하는 것은 법무부장관의 지휘권"이라며 "정부가 검찰에 대한 지휘권을 내려놓지 않으면 검찰권의 중립적⋅독립적 행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확보 방안', 2014년 12월)


정웅석 서경대 공공인적자원학부(법학) 교수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사법권의 독립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른 행정권으로부터의 독립이 담보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수사지휘에 관한 쟁점과 과제', 2018년 3월)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수사 관행 개혁에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다른 저자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어떻게 하느냐'는 물음에 답한 논문도 있었다. 현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인 소병철 의원이 13년 전 쓴 논문이었다. "전문 형사법론자들로 구성된 검찰이, 사건을 직접적으로 다루면서 얻은 판단은 장관의 것보다 우월한 것." 이 견해는 "나아가 장관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되면 법에 이질적이거나, 정치적인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독일 클라우스 록신(Claus Roxin) 교수의 주장이었는데, 소 의원은 "동의한다"며 이를 인용했다. (소병철, '우리나라 수사제도에 관한 법적 고찰, 2007년 2월)


'장관의 수사지휘권' 조항이 있는 상황에서 "검찰권의 독립은 전적으로 검찰총장의 인격과 소신에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인사권을 모두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이 쥐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조직의 독립성은 보장되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었다.(김진국, '검사의 기소독점권 통제방안에 관한 연구, 2013년 2월)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해당 조항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고('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률안에 대한 검토와 대안', 2019년 12월), 이석배 교수는 다른 논문에서도 "검찰이 '법률수호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권력과 검찰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독일의 검찰 탄생과 법무부장관의 지휘권', 2014년 12월)


다만, 수사지휘권에 대해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수사관행(구속의 남용, 자백 강요 등)을 개혁하는 데 긍정적인 기능을 할 수 있다"고 평가한 저자도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의미에서만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 제도"라며 결국에는 "국민의 참여적 통제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호중,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검찰개혁의 과제, 2007년 12월)


수사지휘권 개정에 대한 세 가지 제안 ① 삭제 ② 예외적 행사 ③ '서면' 행사

저자들은 현행 수사지휘권을 개정해야 한다며 세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①'구체적 사건'에 대한 장관의 지휘권을 아예 삭제하는 것 ②지휘권을 남겨두되, 예외적으로만 행사되도록 하는 것 ③반드시 서면으로만 행사하도록 하는 것 등 이었다.


①에 대해서는 신상현 연구원이 제시했다. "그래야만 부당한 권한 남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처음부터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결국 해당 조항 자체가 "사법이 적용되는 영역에 '정치적인 고려'를 끌어들이는 것"이라며 "독일 등에서 이 권한을 매개로 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검찰에 투영돼,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김하중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휘권을 남겨두되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②)"며 "정치적인 목적에 따라 남용되어서도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구체적으로 "인권보호라는 법무 행정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서만 행사되어야 한다"고 했다.('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 지휘⋅감독권에 관한 고찰', 2011년 12월)


신 연구원과 김 교수가 공통적으로 "필요하다"고 한 것도 있었다. "지휘권을 행사하더라도, 서면으로만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③)"고 했다. "불투명한 간섭과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며 "현행법에는 지휘권 행사의 방식에 아무런 제한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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