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유포하겠다” 1500만원 요구한 협박범, 어설픈 ‘은행 앱’ 지식에 덜미
“영상 유포하겠다” 1500만원 요구한 협박범, 어설픈 ‘은행 앱’ 지식에 덜미
“당신 영상, 지인 80명에게 뿌리겠다”
평온한 일상을 깨뜨린 전화 한 통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당신이 스웨디시 마사지샵에서 찍힌 영상, 지인 80명에게 유포하겠다.” 낯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 한 통이 직장인 A씨의 평온했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성매매 업소 방문 기록을 빌미로 거액을 뜯어내려던 신종 보이스피싱 일당의 어설픈 범행 수법과 대처법을 변호사들의 자문을 통해 집중 분석했다.
“로그인에 인증서가 왜 필요해?” 범인의 어설픈 거짓말, 결정적 증거되다
어느 날 오후, 직장인 A씨는 자신을 ‘스웨디시샵 실장’이라 밝힌 남성의 전화를 받았다. 남성은 A씨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정확히 읊으며 “서비스 받고 마무리 사정한 모습이 찍힌 영상을 갖고 있다”고 협박했다.
그는 “흥신소를 통해 당신 지인 80명의 연락처도 확보했다”며 영상 유포를 막고 싶으면 1500만원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터무니없는 액수에 A씨가 “지금 가진 돈이 40만원밖에 없다”고 답하자, 남성은 A씨가 쓰는 은행을 대라며 “조사하면 다 나온다”고 몰아붙였다.
하지만 그의 범행은 곧 어설픈 밑천을 드러냈다. A씨가 “최근 휴대폰을 바꿔 공인인증서가 없다”고 둘러대자, 범인은 “로그인하는데 공인인증서가 왜 필요하냐. 나도 그 은행 쓴다”며 오히려 화를 냈다.
금융인증서 로그인에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가 필요하다는 A씨의 설명에 범인은 결국 “내일 다시 전화하겠다”며 스스로 물러섰다. A씨는 통화 직후 즉시 112에 신고했다.
변호사들 “전형적인 공갈 범죄, 영상 유포는 ‘자충수’”
신고는 했지만 A씨의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범인이 실제로 영상을 갖고 있거나 보복할지 모른다는 공포 때문이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실제 영상은 없을 가능성이 99%”라고 단언했다.
최광희 변호사(로티피 법률사무소)는 “성매매업소에서 확보한 고객 명단을 토대로 공갈, 협박을 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실제 영상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유포된 사례도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협박 행위는 그 자체로 중범죄다.
이성준 변호사(법무법인 에스엘)는 “상대방의 행위는 사람을 속여 돈을 뜯어내는 사기죄나, 해악을 끼칠 것처럼 위협해 돈을 요구하는 공갈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장휘일 변호사(더신사 법무법인) 역시 “설령 범인들이 영상을 갖고 있더라도 유포는 ‘자충수’가 될 뿐”이라며 “영상을 유포할 경우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물 유포죄로 매우 중하게 처벌받기에 실행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돈 보내면 해결될까?” 절대 안 되는 이유
피해자들이 가장 고민하는 지점은 ‘돈을 보내면 상황이 끝날까’하는 것이다. 변호사들은 “절대 돈을 보내서는 안 된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한다.
이재용 변호사(JY법률사무소)는 “한 번 돈을 보내면 그때부터 협박의 강도는 오히려 더 높아진다”며 “범죄자들은 피해자가 돈을 보냈다는 사실 자체를 또 다른 약점으로 삼아 추가적인 금품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돈을 보내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 더 깊은 범죄의 수렁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최악의 선택인 셈이다.
결론적으로 A씨의 사례처럼 ‘영상 유포’를 빌미로 한 협박 전화는 대부분 실체 없는 사기·공갈 범죄다. A씨의 침착한 신고와 대처가 더 큰 피해를 막은 결정적 요인이었다.
만약 유사한 협박에 직면했다면, 당황해서 상대의 요구에 끌려다니지 말고 즉시 통화를 끊고 번호를 차단한 뒤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최선의 대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