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 녹음으로 '성범죄 허위 영상' 유포…경찰 불송치에도 영상 삭제 가능할까
무단 녹음으로 '성범죄 허위 영상' 유포…경찰 불송치에도 영상 삭제 가능할까
조회수 15만 허위 저격 영상
형사 고소는 '피해자 특정성' 불인정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는 자신과의 대화 내용을 몰래 녹음한 뒤 이를 바탕으로 허위 저격 영상을 제작해 올린 유튜버 B씨 때문에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B씨는 A씨의 음성을 변조조차 하지 않은 채 영상에 사용했으며, A씨가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취지의 거짓 내용을 포함시켰다. 해당 영상은 조회수가 15만 회를 넘길 정도로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
이에 A씨는 B씨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나, 관할 경찰서는 사건을 불송치(혐의없음) 결정했다.
얼굴이 노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목소리만 공개된 것만으로는 일반 대중이 피해자를 알아볼 수 없어 '피해자 특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수사 기관은 A씨의 지인들이 해당 영상을 알게 된 계기 역시 A씨가 직접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특정성 요건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형사처벌 기준과 다른 민사상 '인격권'과 '음성권'
형사상 처벌이 좌절되면서 영상이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상황에 직면했으나, 법률 전문가들은 민사 소송을 통한 법적 대응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조언한다.
형사법상 명예훼손 판단 기준과 민사상 인격권 침해 인정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꼽는 핵심 법리적 근거는 헌법 및 민법에서 보장하는 '음성권'이다.
법원에 의해 헌법상 인격권의 일종으로 인정받는 음성권은 타인이 자신의 목소리를 동의 없이 녹음하거나 무단으로 유포하지 못하도록 방어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법무법인(유) 에스제이파트너스 강지웅 변호사는 음성권과 사생활의 자유가 형사상 명예훼손의 엄격한 특정성 요건보다 훨씬 넓은 범위에서 보호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법원에 영상 삭제 및 게시금지 가처분을 신청할 경우 인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케이앤디법률사무소 한수연 변호사 또한 민사상 인격권 침해는 본인이 인식할 수 있거나 주변 지인이 정황상 주체를 파악할 수 있는 정도면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성범죄라는 치명적인 허위 사실이 음성과 결합되어 유포되고 있다면 법원이 신속히 삭제 필요성을 인정할 확률이 크다.
다만 재판부의 시각에 따라 입증 과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법무법인 목민 박현익 변호사는 수사 기관에서 대중의 특정 가능성을 부정했던 기록이 가처분 심리 시 피해의 엄중함을 낮게 평가받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무단 음성 유출로 인해 발생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피해를 법원에 얼마나 명확히 입증하느냐가 승패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영상 삭제를 위한 '가처분'과 손해배상 청구 전략
영상 유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는 본안 판결에 앞서 법원에 '영상 삭제 가처분'을 신청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 유튜버 B씨는 영상을 즉시 삭제해야 하며, 이행하지 않을 시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도록 강제하는 '간접강제' 명령도 부과될 수 있다.
법무법인 게이트 허훈무 변호사는 가처분을 통해 상대방에게 법적 압박을 가함으로써 합의를 유도하고, 결과적으로 영상의 완전한 삭제와 손해배상금 수령을 빠르게 도출해낼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가처분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동시에 진행할 때 발생하는 변호사 착수금 등 선임 비용은 사건의 난이도나 로펌에 따라 수백만 원에서 1,000만 원 안팎으로 형성된다.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법정 범위 내에서 소송 비용의 일부를 상대방에게 청구하여 되돌려받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