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에 인정된 강간죄, 처벌은 불가…권민아가 가해자 응징할 방법은 남았다
18년 만에 인정된 강간죄, 처벌은 불가…권민아가 가해자 응징할 방법은 남았다
강간은 유죄, 상해는 무죄
엇갈린 판결이 부른 공소시효 만료

AOA 출신 권민아의 성폭력 사건에서 법원이 강간죄를 인정했지만 공소시효 문제로 처벌은 어려워졌다. /연합뉴스
그룹 AOA 출신 권민아는 지난 1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4년이 넘는 긴 여정을 끝마친다"며 2심 재판 결과를 알렸다.
검찰은 가해자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고 법원 역시 강간죄를 인정했지만, 상해죄가 인정되지 않아 공소시효 만료로 별다른 처벌을 내릴 수 없게 된 것이다.
비록 가해자를 감옥에 보내진 못했지만 권 씨는 "한 가지의 죄라도 인정된 것에 크나큰 의미를 가진다"며 "나쁜 사람이라는 것을 밝히게 됐으니 충분히 지금 결과에서 만족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유죄인데 처벌 불가? 발목 잡은 건
그렇다면 법원은 왜 강간은 인정하면서도 상해는 무죄로 판단했을까.
첫 번째 이유는 시간이 지운 증거다. 강간상해죄가 성립하려면 범행으로 인해 신체 기능에 장애가 초래됐다는 점이 엄격하게 증명돼야 한다.
하지만 18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른 탓에 당시의 신체적 상해를 입증할 진단서나 의료기록 등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기 매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공소시효다. 미성년자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는 피해자가 성년(만 19세)이 된 날부터 계산된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긴 강간상해죄(15년)를 적용해 기소했다. 권 씨가 고소를 진행한 2021년 당시 해당 시효는 아직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판 결과 '상해' 부분이 입증되지 않으면서 범죄 사실이 '단순 강간죄'로 축소되었다. 문제는 단순 강간죄의 공소시효(10년)는 이미 완성된 상태였다는 점이다.
결국 법원은 시효 만료를 이유로 가해자에게 실형 등 법적인 처벌을 내릴 수는 없게 되었지만, 판결을 통해 강간 사실 자체는 인정해 준 것으로 풀이된다.
형사처벌 피한 가해자, 참교육 가능할까
형사 처벌 시효는 끝났지만, 가해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방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민사상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라는 실효적인 수단이 남아있다.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은 증명 원리가 다르기 때문에 형사 처벌이 불가능하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은 별도로 청구할 수 있다.
특히 2심까지 강간죄가 유죄로 인정된 판결문은 민사소송에서 가해자의 불법행위를 입증할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된다. 가해자가 이를 뒤집으려면 상당한 반박 증거를 내놓아야만 한다.
이를 근거로 권 씨는 과거부터 이어져 온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치료비는 물론, 경력 단절로 인한 수입 감소,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등을 청구할 수 있다.
법원 역시 성폭력 피해의 경우 상당한 액수의 위자료를 인정하는 추세다.
물론 민사소송 역시 소멸시효(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일로부터 10년)가 쟁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법원은 아동기 성폭력 피해의 경우, 피해자가 성인이 되어 피해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 시점부터 시효가 진행된다고 폭넓게 해석하고 있다.
권 씨가 피해 사실을 세상에 공개하고 고소에 나선 2021년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다퉈본다면, 가해자를 상대로 한 금전적 징벌은 충분히 가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