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학폭 주홍글씨 지워달라" 소송 제기했지만… 졸업생이 마주한 법정의 예상 밖 반전
"억울한 학폭 주홍글씨 지워달라" 소송 제기했지만… 졸업생이 마주한 법정의 예상 밖 반전
대법원, 중학생 방송부 갈등에 따른 서면사과 처분 취소소송 각하 확정
"졸업으로 처분 효력 상실돼 소의 이익 없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중학교 방송부 활동 중 벌어진 학생들 간의 갈등이 학교폭력 행정소송으로 이어졌으나 법원은 최종적으로 소송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측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징계 취소를 강하게 요구했지만 재판부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따지기에 앞서 원고들이 이미 중학교를 졸업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방송부 면접 질문지부터 녹음파일 공개까지 꼬여버린 동급생 관계
사건의 발단은 2020년 말부터 2021년 초까지 서울의 한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동급생 사이에서 발생했다.
원고인 A군과 B군은 같은 학년 학생인 피해학생과 방송부 활동 과정에서 마찰을 빚었다.
관할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파악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갈등은 네 차례의 주요 사건으로 이어졌다.
먼저 2020년 12월 7일 원고들이 피해학생에게 방송부 탈퇴를 강요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3월 23일에는 후배 방송부원 선발 면접 질문지를 상의 없이 바꿨다는 이유로 피해학생을 비난했다.
다음 날인 3월 24일에는 피해학생에게 교실에 남을 것을 강요했으며 3월 26일에는 동급생들이 있는 자리에서 피해학생 어머니와 통화했던 녹음 내용을 들려주기도 했다.
이에 관할 교육지원청교육장은 2021년 6월 17일 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원고들에게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조치를 내렸다.

단순한 다툼일 뿐이라는 학생들 vs 처분 취소할 법적 이익 없다는 법원
원고들은 해당 처분에 불복하여 2021년 7월 9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문제가 된 사건들이 방송부 활동 과정에서 생긴 경미한 갈등과 다툼에 불과해 학교폭력으로 볼 수 없다고 항변했다.
특히 녹음파일을 들려준 행위 역시 선생님과 친구들이 다툼 경위를 오해하고 있는 상황을 해명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뿐 명예훼손이나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의 심리 초점은 다툼의 경중이 아닌 소송의 적법성 자체에 맞춰졌다.
원고들이 소송 제기와 함께 신청한 집행정지가 2021년 7월 16일에 인용되었고 이후 소송이 한창 진행되던 2022년 2월 말경 원고들과 피해학생 모두 해당 중학교를 이미 졸업했기 때문이다.
졸업으로 사라진 처분 효력 대법원 소송 이익 없어 각하 확정
행정소송법 제12조에 따르면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은 그 처분을 취소함으로써 회복되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만이 제기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볼 때 처분에 의해 발생한 위법상태를 원상으로 회복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본다.
1심 법원은 서면사과를 비롯한 학교폭력 조치가 해당 학교의 학생이라는 신분을 전제로 한다고 짚었다.
따라서 처분을 받은 학생이 졸업하여 해당 학교의 학생 신분을 상실하면 처분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소멸한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처분 내역이 원고들의 학교생활기록부에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졸업을 했으므로 향후 학생부에 기재될 여지도 완전히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사회적 명예 손상을 회복하기 위한 목적은 사실상의 이익에 불과해 소송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므로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1심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부적법하다고 보아 각하했다.
항소심 역시 원고들의 주장을 다시 살펴본 결과 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 또한 다르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고들이 중학교를 졸업함에 따라 서면사과 조치의 효력이 존속하지 않고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될 여지도 없어져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을 수긍했다.
소의 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은 상고를 모두 기각하며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학교폭력 징계의 억울함을 다투려던 학생들의 소송전은 졸업이라는 물리적 시간의 흐름 속에 절차적 요건을 넘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