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출연시켜 줄게" 3천만원 받고 잠적한 제작사 대표, 왜 무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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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출연시켜 줄게" 3천만원 받고 잠적한 제작사 대표, 왜 무죄일까

2026. 01. 28 15:19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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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인에게 '일본 흉가 체험' 프로 출연 미끼로 돈 받은 제작사 대표

법원 "제작 무산됐지만, 항공권 예매 등 준비 정황 뚜렷"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일본 가서 흉가 체험하는 방송 만들 건데, 협찬금 내면 출연시켜 줄게."


유명세를 원했던 무속인 B씨에게 솔깃한 제안이 들어왔다. 방송 프로그램 제작사 대표 A씨의 제안이었다. 무속인이 일본 현지에서 점을 보고 흉가를 탐방한다는 콘셉트였다.


B씨는 자신의 무속 영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고 2022년 11월부터 한 달여간 총 5차례에 걸쳐 3120만 원을 A씨에게 건넸다. 일종의 방송 출연료 겸 광고비였다.


하지만 약속했던 방송은 제작되지 않았다. 돈은 건너갔는데 결과물은 없는 상황. 결국 A씨는 사기 혐의로 법정에 섰다. 검찰은 "애초에 제작할 능력도 의사도 없으면서 회사 운영비로 쓰기 위해 돈을 뜯어낸 것"이라며 그를 기소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김도현 판사는 2025년 11월 21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돈을 받고 약속을 지키지 못했는데도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사기꾼이라기엔 너무 '진심'이었던 준비 과정

핵심 쟁점은 돈을 받을 당시 A씨에게 기망의 고의가 있었느냐는 것이었다. 법원은 A씨가 실제로 방송을 만들기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과거에도 무속인과 연예인이 출연하는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제작해 케이블 방송이나 유튜브에 송출한 이력이 있었다. 해본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서도 작가, 연출가, 촬영팀 등 제작진을 꾸렸고, 대본 구성은 물론 일본 현지 코디네이터를 통해 촬영 장소 섭외까지 마친 상태였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증거는 항공권이었다. A씨는 2023년 1월 일본 촬영을 위해 제작진과 출연진 등 총 18명의 항공권 예매까지 완료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제작비 부족은 사업 실패... 사기는 아냐"

검찰은 A씨가 받은 돈을 밀린 직원 임금 등으로 쓴 점을 들어 돌려막기 식 사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가 지출한 돈은 이 사건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는 작가와 연출가 등의 밀린 임금이나 인건비였다"며 "이는 프로그램 제작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즉, 제작비를 제작진에게 준 것이니 횡령이나 유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방송이 엎어진 이유는 사기 의도가 아니라 현실적인 벽 때문이었다. 재판부는 "무속인 추가 섭외가 불발되면서 제작비(협찬금)가 부족해져 제작이 무산된 것"으로 봤다.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속이려 했다거나 돈을 편취할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참고]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25고단19 판결문 (2025. 11. 21.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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