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으로 가장 사지마비 만든 고등학생… 민사 "10억 배상", 형사 "집행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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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으로 가장 사지마비 만든 고등학생… 민사 "10억 배상", 형사 "집행유예"

2025. 09. 17 22:41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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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의 역주행이 남긴 두 개의 판결문

고등학생의 자전거 역주행 사고로 사지마비가 된 피해자에게 법원이 10억 배상 판결을 내렸다. 형사재판에서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셔터스톡

한 청년의 10초 남짓한 자전거 역주행은 한 가장의 남은 인생 전부를 앗아갔다. 법원은 "10억을 배상하라"고 명령했지만, 가해 청년은 끝내 교도소에 가지 않았다. 민사 법정의 '10억'과 형사 법정의 '집행유예'. 같은 사건을 두고 왜 법원은 이토록 다른 무게의 판결을 내렸을까. 두 개의 판결문을 깊숙이 들여다봤다.


사건은 2018년 5월 10일 밤 10시 20분경 창원시의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당시 58세였던 가장 A씨는 안전장비를 갖추고 자전거로 정상 주행 중이었다. 그때 맞은편에서 공용자전거를 탄 고등학생 B군(당시 18세)이 중앙선을 넘어 돌진했다.


전조등도 없이 역주행한 B군을 A씨가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 충돌로 A씨는 경추 골절과 척수 손상을 입고 사지마비 판정을 받았다.


피해자 과실 0%… 법원, 가해자 측 주장 모두 기각

가해자 B군의 부모는 "A씨도 전방 주시를 게을리했다"며 책임을 일부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일축하고 B군의 100% 과실을 명확히 했다.


창원지방법원 임수연 판사는 "사고 당시는 야간이었고, 피해자 A씨는 전후방 점멸등까지 켜고 정상 주행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가해자 B군은 전조등이 고장 난 자전거로 역주행했다"며 "A씨로서는 반대 방향에서 자전거가 오리라 예상하기 어려웠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피해자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가해자에게 돌렸다.


다만, A씨 측이 B군 부모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됐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만 18세였던 B군은 책임능력을 갖추고 있었다"며 "부모가 자녀의 통상적인 귀갓길까지 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매긴 값, 10억 3792만 원

법원은 B군이 A씨와 가족에게 총 10억 5천여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산정했다. 이 중 A씨에게 지급될 금액은 10억 3792만 원이다.


법원은 A씨가 사고로 노동 능력 76.2% 상실했고, 기대여명(남은 수명)이 36% 단축됐다고 판단했다. 배상액에는 일실수입 약 1억 7200만 원, 향후 치료비 약 1억 5200만 원이 포함됐다.


가장 큰 비중은 '개호비'였다. 사지마비로 평생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A씨를 위해, 단축된 여생 동안 매일 8시간 간병인을 고용하는 비용으로 약 6억 4400만 원이 책정됐다. 이와 별도로 아내에게 800만 원, 두 자녀에게는 각 300만 원의 위자료가 인정됐다.


10억 배상 책임에도… 형사처벌은 집행유예

거액의 민사 배상 책임과 달리, B군에 대한 형사처벌은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에 그쳤다. 사실상 실형을 면한 것이다. 다만, 형사 판결에서 확정된 B군의 유죄 사실은 민사 소송에서 그의 책임을 입증하는 강력한 근거가 됐다.


창원지방법원 김주석 판사는 가해자가 미성년자였던 점, 2500만 원을 법원에 맡기며 피해 회복 노력을 보인 점 등을 유리하게 참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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