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反日) 감정 때문에 저지른 범죄, '혐오 범죄'에 해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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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反日) 감정 때문에 저지른 범죄, '혐오 범죄'에 해당할까?

2019. 08. 26 17:44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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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mi@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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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있지만 최근 혐오 범죄는 '가중 처벌' 추세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일본 아베규탄 6차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아베 정부를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관계 악화로 일부 국민의 반일 정서가 ‘일본 혐오’로까지 치닫는 가운데, ‘홍대 일본인 여성 폭행 사건’과 ‘골프장 렉서스 차량 파손 사건’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3일 홍대입구역 인근 거리에서는 한국 남성이 일본인 여성에게 욕설을 하고 머리채를 잡으며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반일 감정 때문에 저지른 게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혐오 범죄에 쏟아질 비난을 모면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 25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의 한 골프장 주차장에서는 50대 의사가 주차된 렉서스 승용차 3대를 돌로 긁어 파손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 의사는 “일본산 차라서 돌로 긁었다”며 반일 감정에서 한 행동이라고 시인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양형기준이 개정되어 혐오 표현에 의한 명예훼손과 모욕죄에 가중처벌을 할 수 있게 됐다. 형량을 가중할 수 있는 특별 양형 인자 중 ‘비난할 만한 범행동기’에 ‘피해자에 대한 보복·원한이나 혐오 또는 증오감에서 범행을 저지른 경우’가 포함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여성 혐오 범죄, 외국인 혐오 범죄 등 일련의 ‘혐오 범죄’들이 문제 되자, 위와 같은 양형 가중이 혐오 표현뿐 아니라 모든 혐오 범죄에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르면 위의 두 사례도 일본인을 혐오하는 감정에서 비롯된 ‘혐오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


‘혐오 범죄’ 인정된 판결 보니⋯

지난해 8월 김도요 수원지법 판사는 외국인 남성의 얼굴을 때린 혐의로 기소된 자에게 “외국인에 대한 혐오에 기초해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혀 더욱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정찬우 청주지법 충주지원 판사 역시 스리랑카 노동자를 때린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자에게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증오 및 우월감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며 형량을 가중했다.


혐오의 대상이 여성인 경우도 동일하다. 조재헌 춘천지법 판사는 “여성 혐오에 기반해 불특정 다수의 젊은 피해 여성들을 상대로 소위 ‘묻지마 폭행’을 한 것은 죄질이 매우 나쁘고 위험성도 매우 크다”며 가해자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국내에서 ‘혐오 범죄’의 정의와 논의는 아직 정립되지 않았지만, 특정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을 향해 일방적으로 범행하는 경우로 보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혐오 범죄 사례로는 부유층 5명을 살해한 지존파 사건, 11명의 여성을 살해한 유영철 사건, 본격적으로 ‘혐오 범죄’ 논의에 불을 지핀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사건이 꼽힌다.


‘혐오 범죄면 가중처벌’, 공식 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법 전문가들은 대체로 가중처벌 논의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법률사무소 편 곽지현 변호사는 “반일 감정이라는 내적 심경은 어떻게 보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가 조금씩은 가지고 있는 감정”이라면서 “이런 감정을 가중요소로 반영하는 건 옳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이어 “혐오라는 감정의 영역 때문에 형이 가중된다기보다는, 불특정 또는 다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범행이라거나 잔혹한 범행수법 등에 의해 가중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태일의 이돈영 변호사도 마찬가지 시각을 보였다. “피고인의 반일 감정 때문에 형을 가중한다고 선고할 경우 의아하게 여길 변호사가 많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 변호사는 나아가 “양형 판단은 판사의 재량 영역이기 때문에 모든 판사가 똑같이 판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를 ‘심정형법(心情刑法·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이나 감정을 형사 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형법)’이라며 비판하는 학자도 있다. 가천대학교 박상민 교수는 그의 논문 ‘범행 동기에 따른 가중처벌의 문제점- 혐오범죄를 예로 하여’에서 심정형법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혐오범죄의 가중처벌은 행위가 아니라 생각을 범죄화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심정형법은 필연적으로 추상성·모호성·불명확성을 내재한다”면서 “자의적 적용과 남용의 위험을 노정·강화하게 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변호사 천주현 법률사무소’의 천주현 변호사는 “여타의 혐오 범죄와 비교했을 때 일본인은 사회적 약자의 지위에 있지 않기 때문에 반일 감정에 의한 범죄를 혐오 범죄인가에서부터 이견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천 변호사는 “판사가 판결문에 반일 혐오 범죄라서 가중 처벌하겠다고 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면서 “오히려 행위자가 스스로 애국심에 따른 정당한 행위였다며 감경을 주장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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