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된 휴대전화 번호에 연락만 수천통…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책임은 어디까지?
노출된 휴대전화 번호에 연락만 수천통…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책임은 어디까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일반인 휴대전화 번호 유출
변호사들 "형사 책임 묻긴 어렵지만, 손해배상책임은 500만원에서 1000만원 예상"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실제 사용 중인 개인 휴대전화 번호가 노출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사실을 몰랐던 피해자는 밤낮으로 걸려 오는 장난 전화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와 드라마 제작사 측은 어떤 법적 책임을 져야 할까. /유튜브 '넷플릭스 코리아' 캡처
"최근까지 삭제한 전화번호만 수천 건 넘어⋯"
화제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속 명함에 적힌 번호. 이 번호로 전화를 걸어야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런데 해당 번호가 촬영용 가상 번호가 아니라 실제 누군가 사용하던 번호였다. 드라마의 화제성 만큼 24시간 밤낮으로 걸려 오는 장난 전화에 해당 번호를 사용하는 피해자는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한 보도에 따르면 그가 최근 삭제한 번호만 수천개 이상. 쉴 새 없는 연락에 "배터리가 반나절이면 방전될 정도"라고 A씨는 밝혔다. A씨 뿐 아니라 유사한 전화번호를 사용 중이던 이들도 비슷한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오징어게임 제작사 측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 넷플릭스 측도 로톡뉴스의 문의에 대해 "현재 작품 상에 등장하는 번호의 소유주 분들과 지속적으로 유선 통화 및 대면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며 "원만한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사건으로 넷플릭스와 드라마 제작사 측은 어떤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을지 알아봤다.
우리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처리자가 '정당한 권한 없이 타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제59조 제3호). 넷플릭스 측도 이에 해당하지 않을까.
그런데 변호사들은 의외로 "넷플릭스가 처벌될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유출에 대한 '고의성'이 인정돼야 처벌이 가능한데, 그렇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법률 자문

광덕안정 마곡발산 법률사무소의 민준우 변호사는 "넷플릭스 또는 제작사에서 피해자의 전화번호를 알고 유출한 게 아니라 임의로 조합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출에 대한 고의성이 없었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 형사 처벌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법률사무소 더엘의 김학영 변호사도 같은 의견을 보이며 "고의적으로 피해자의 번호를 화면에 노출시킨 게 아닌 이상 처벌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해당 조항의 처벌 대상이 업무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개인정보처리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도 처벌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넷플릭스 또는 제작사가 개인정보를 수집⋅보유하지 않은 이상 개인정보처리자라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도 24일 로톡뉴스와 통화에서 "이 법 위반으로 보긴 어려운 사안"이라며 "드라마 제작사 등을 개인정보처리자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다만, 법무법인 승운의 정석원 변호사는 "형사 책임을 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개인정보처리자가 아니더라도,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처리한 자' 역시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넷플릭스 측에서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유출한 경우 처벌될 수 있다"고 했다.
밤낮으로 전화에 시달리느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피해자. 이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인정될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넷플릭스 또는 제작사가 피해자에게 위자료 등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우리 민법은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제750조).
실제로 본인의 동의 없이 이동전화번호를 영화 장면에 삽입해 노출시킨 사건이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원회에서 다뤄졌었다. 당시 영화 제작사는 무단으로 피해자의 번호를 영화 장면에 사용했고, 이로 인해 피해자는 제작사로부터 200만원의 배상금을 받았다.
법률 자문

광덕안정 구로 법률사무소의 문건일 변호사는 "번호를 임의로 조합해 만들어낸 것이라고 하더라도, 해당 번호가 노출됐을 경우 번호 소유주가 장난 전화 등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견 가능하다"며 "이를 사전에 확인하지 않았다면 그 과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권단 변호사 역시 "넷플릭스와 제작사 측은 가상의 번호를 사용하든, 미리 특정 개인의 번호가 아닌지 등을 확인했어야 했다"며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총 8자리 번호 중에서 2~3개 등 일부만 겹친다면 위자료를 청구하기 어렵지만, 번호가 똑같거나 거의 유사하다면 위자료 청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의 하진규 변호사의 의견도 비슷했다. "번호가 정확히 일치하거나, 한 자리만 비슷하게 다른 경우 등에 대해선 충분히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배상 금액의 범위에 대해선 "500만원에서 1000만원 정도가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건일 변호사도 "전화 한 통 당 위자료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전체 피해 등을 고려했을 때 1000만원 전후의 위자료가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김학영 변호사는 "개인에게는 불행이겠지만, 넷플릭스 측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여진다"고 했다. 이어 "법원에서 위자료를 적게 인정한다는 점에서 소송을 권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