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우' 겨냥한 법 개정안⋯문제 있다? 없다? 변호사에게 물어봤더니
'손정우' 겨냥한 법 개정안⋯문제 있다? 없다? 변호사에게 물어봤더니
이미 바꿀 수 없는 '최종 결정'이지만, 개정안 통과되면 손정우⋯다시 법 심판대로
개정안에 위헌 소지 없을까⋯변호사들과 검토해 보니 3명 중 2명은 "위헌"
변호사 1명은 "국회의 본 임무는 '민의'를 잘 담은 법률 만드는 것⋯문제없어 보여"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의 신병을 인도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절한 법원 결정에 'N번방 강력 처벌 촉구시위 eNd(엔드)'팀이 7일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규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최악의 아동 성착취물 공유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를 만든 손정우. 최근 서울고법은 "손정우를 보내달라"는 미국 법무부의 요청을 거절했다. 단 한 번의 재판으로 최종 결정을 내리는 인도 심사의 특성상 "손정우를 미국으로 보낼 방법은 이제 없다"는 관측이 널리 퍼졌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법 개정으로 해결하겠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나왔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이 법안이 통과되면 손씨의 '범죄인인도 심사'는 대법원에서 다시 판단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손정우의 미국행 가능성이 다시 열리는 셈이다.
하지만 '과거 발생한 일에 새로 만들어진 법을 적용하는' 소급입법이기 때문에 위헌 논란의 여지가 있다. 위헌 소지가 있는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기 어렵고, 통과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변호사들과 이번 법 개정의 위헌 가능성을 분석해 봤다.
목적부터 "손정우에 대한 처벌과 '제2의 손정우' 예방"인 이번 개정안은 크게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고등법원의 인도 결정에 대해 "대법원에 재항고할 수 있다"는 규정을 새로 만들었고, 특히 이 법의 적용 시점을 '2019년 1월 1일'로 크게 앞당겼다.
보통 법안은 혼란을 피하고자 시행일을 여유롭게 둔다. 다만, 이번 개정안은 공표한 날부터 바로 시행된다. 적용일을 앞당긴 것도 손씨가 처음 미국에서 범죄인인도 청구를 받은 게 지난해 4월이었기 때문에 나온 조치였다. 손씨를 대법원에 넘길 수 있도록 정조준한 개정안인 셈이다.
하지만 "위헌 아니냐"는 반박 역시 여기서 나왔다. 손씨를 처벌하기 위해 지나치게 '맞춤형'으로 만든 법안은 위헌 소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위헌 소지를 다각도로 검토해 본 변호사들도 의견은 분분했다.
①형벌의 의미에서는⋯만장일치 "위헌 아니다"
일단 이번 법 개정이 형벌 조항에 해당하는 것인지 아닌지부터 변호사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형벌 조항은 존재 자체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특성이 있어, 위헌 여부를 엄격하게 따진다.
그래서 이번 개정안이 형벌 조항에 해당한다면, 위헌이 될 가능성이 매우 컸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형벌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손씨를 처벌하기 위한 '형벌'을 새롭게 규정한 건 아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모두 같은 의견이었다.
익명을 요청한 A 변호사는 "손씨의 경우 성착취는 이미 범죄로 규정되어 있었고, 이번 개정안은 '절차적 처벌 가능성'을 확대하는 것일 뿐"이라며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고, 더프렌즈 법률사무소의 이동찬 변호사도 "개정안은 단순히 형사소송절차에 관한 개정"이라고 밝혔다.
B 변호사도 "이번 개정안은 대법원의 판단을 추가로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데 그치는 것"이라며 "(형벌이 아니라) '절차'에 관한 개정이기 때문에 여기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②소급입법 금지 원칙 위반⋯"문제 있다" 2명 vs. "문제 없다" 1명
하지만 변호사들은 "형벌의 영역에서 위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번 개정안은 위헌"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3명 중 2명이었다.
우리 법은 "이미 지나간 행위에 새롭게 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소급입법 금지 원칙이다. 예를 들어, 어떤 행동을 했을 당시에는 불법이 아니었는데, 법이 바뀌어 돌연 불법이 된다면 당사자로서는 억울할 수 있기 때문이다.

A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은 지나간 행위에 법을 바꿔서 손씨에게 불리한 신법을 적용하는 것"이라며 "이 원칙에 따라 위헌적인 법안"이라고 밝혔고, 이동찬 변호사도 "(손씨의 송환 여부는) 현행법에서 사실상 확정된 사안이기 때문에 이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A 변호사는 "몇몇 극악무도한 성범죄자를 잡기 위해 헌법상 원리원칙을 뒤흔든다면 수백년간 간신히 만들어낸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형태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정안의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B 변호사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위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소급 역시 일정 부분 국회의 입법 재량에 속한다"는 이유에서였다.
B 변호사는 "국회의 본 임무는 민의를 잘 담은 법률을 만드는 것"이라며 "헌법은 국회의 '입법 재량'을 널리 인정하고 있고,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리자로서 국민이 원한다면 그 민의에 따라 법률을 개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동찬 변호사는 "소급입법 금지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위헌"이라며 "일사부재리 원칙에도 문제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형식적으로는 단순히 소송절차 변경이지만, 그 결과가 실질적으로 두 번 처벌받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취지다.
이에 대해 다른 의견도 있었다. B 변호사는 "범죄인인도를 실질적인 '처벌'로 본다고 하더라도, 이번 개정안은 위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법원에 넘겨진다고 해서, 손씨가 반드시 처벌받는 게 아니라 그사이에 법원의 판단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