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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4. 21 18:53 작성2021. 04. 27 12: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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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조지 플로이드 목 짓눌렀던 백인 경찰관에게, 배심원 전원 살인 혐의 등 '유죄' 평결

배심원 평결 이끌어낸 17명의 드림팀⋯전관 출신 변호사 등도 무급으로 합류

약자 곁에 선 13명의 변호사들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프로보노 차원으로 합류한 검사 출신 변호사 스티브 슐레이처가 마무리 변론에 나섰다. 그리고 지난 20일, 배심원단 전원이 조지 플로이드를 과잉 진압해 사망하게 한 경찰관을 유죄로 평결했다. /로이터 연합뉴스⋅AP 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지난해 5월,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9분여 동안 눌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전 경찰관이 유죄 평결을 받았다.


이번 유죄 평결은 그 자체만으로 주목할만하지만, 이 뒤에는 배심원들을 설득한 17명의 드림팀 역할이 컸다. 4명의 검사와 13명의 외부 자문 변호사로 이뤄진, 조지 플로이드를 위한 드림팀에는 연방검사 출신 변호사도 프로보노(Pro Bono⋅변호사가 소외계층에게 무료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 차원에서 합류했다. 쟁쟁한 '전관 변호사'가 무료로 피해자의 곁에 서서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5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당시를 표현한 그림.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5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당시를 표현한 그림. /로이터 연합뉴스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미국 전역에서 시위를 부른 그 사건

지난해 미국 전역에서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백인 경관 데릭 쇼빈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그 시작이었다.


조지 플로이드는 지난해 5월 한 상점에서 위조지폐 사용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체포되던 과정에서 숨졌다. 당시 출동한 경관 데릭 쇼빈은 비무장 상태의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9분여간 눌러 사망하게 했다.


"엄마, 숨을 쉴 수 없어"라는 말을 남기고 그가 사망한 지 11개월 만인 지난 20일(현지시각), 비로소 '숨 쉴 수 있는' 1심 평결이 나왔다. 배심원단 12명 전원은 데릭 쇼빈을 유죄로 판단했다. 데릭 쇼빈이 조지 플로이드를 강제 진압한 행위가 '우발적 살인'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것. 이러한 배심원 평결이 나오면서 그간 보석으로 풀려나 있던 데릭 쇼빈은 바로 법정 구속됐다.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짓눌려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미국의 전 경찰관 데릭 쇼빈이 20일(현지시각) 미네소타주 헤너핀 카운티의 법정에서 배심원단의 평결을 듣고 있다. 배심원단은 이날 2급 살인, 2급 우발적 살인, 3급 살인 등으로 기소된 쇼빈의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를 평결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짓눌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미국의 전 경찰관 데릭 쇼빈이 20일(현지시각) 미네소타주 헤너핀 카운티에서 배심원단의 평결을 듣고 있다. 배심원단은 이날 2급 살인, 2급 우발적 살인, 3급 살인 등으로 기소된 쇼빈의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를 평결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배심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배심원의 평결이 최종 선고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2개월 뒤로 예정된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가 배심원 평결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40년 이상 징역형에 처해질 거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베테랑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 최후 변론으로 배심원단 마음 움직였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 공판의 중요 변론에 나선 건 미네소타주 검사가 아니라, 프로보노로 합류한 변호사들이었다. 첫 변론은 인권 변호사인 제리 블랙웰(Jerry Blackwell)이, 최후 변론은 연방검사 출신 변호사 스티브 슐레이처(Steve Schleicher)가 진행했다. 사실상 공판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검사단에 참여한 '무급 자원봉사' 변호사들이 해낸 셈이다.


"Murder, Not Policing(경찰 직무 수행이 아니다, 살인이다)"


특히 최후 변론에 나섰던 스티브 슐레이처 변호사는 조지 플로이드의 생애를 설명하는 것으로 변론을 시작했다. 그가 배심원에게 보여준 3장의 사진 속에선 흉악한 범죄자는 찾을 수 없었다. 어머니의 품에 안겨 곤히 잠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한명의 시민만이 존재했다.


스티브 슐레이처 변호사는 피고인이 플로이드 위에 올라가 있었던 9분 29초가 얼마나 과한 것이었는지 짚어냈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손발을 꺾고 숨통을 조였던 순간, 피해자가 느꼈을 공포감도 배심원들에게 생생히 전달했다. 또한 공소사실의 타당성부터 배심원의 사회적 책무까지 차근차근 짚어내며 체계적인 설득에 나섰다.


"사회적 약자들이 이 사건의 목격자로 나섰고, 어렵게 모은 증거들을 용기 있게 배심원단에게 전달했다"며 "정의에 부합하는 평결을 내려달라"는 스티브 슐레이처 변호사의 변론은 하나의 완벽한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졌다.



스티브 슐레이처 변호사는 앞서 13년간 연방정부 검사로 활약했다. 미네소타주의 오랜 미제사건을 27년 만에 해결한 스타검사이기도 하다.


보통이라면 '전관' 출신이, 이렇게까지 대규모 법률지원단을 꾸려 무급으로 피해자를 위해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미국 뉴욕주 검사 출신인 원재천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교수도 "미국에서 검사와 변호사로 활동을 했지만, 이런 케이스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조지 플로이드 사건만큼은 예외였다.


'미국 검사 출신' 교수 "프로보노로 뭉친 17명의 드림팀, 미국에서도 보기 드문 경우"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미국의 유연한 형사제도의 특징인 것일까? 이번 평결에 대한 평가를 미국 형사법 전문가인 원재천 교수에게 들어봤다.


원재천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교수. /한동대 홈페이지
원재천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교수. /한동대 홈페이지

원재천 교수는 21일 로톡뉴스와의 통화에서 "17명이나 되는 대규모 검사단이 구성된 것 자체가 상당히 드문 경우"라고 했다.


그러면서 "연방검사 출신 변호사나 저명한 인권 변호사는 물론이고, 미네소타주가 아닌 다른 주의 변호사들도 이 사건 검사단에 합류한 상황"이라며 "대대적인 드림팀 구성이 가능했던 건 주 정부와 법원, 검찰의 사건 해결 의지와 공익소송에 나서려는 변호사들의 뜻이 한데 모였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형사제도는 일반 변호사들도 사건별로 검사로 임용돼 공판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미국 내 로펌들은 변호사들이 프로보노 사건에 기여하는 것을 장려하는 분위기라고도 했다. 당장 이익을 낼 수 없더라도,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의미 있는 사건에 참여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특검제도가 있지만, 고위공직자 범죄 등에 한해 매우 드물게 이뤄지는 실정이다.


원 교수는 "데릭 쇼빈에게 지워진 3개의 살인 혐의가 모두 유죄 평결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검사 드림팀의 역할이 컸다"고 전했다. 특히 "검사단이 무리하게 1급 살인죄로 기소하는 대신, 2급 살인죄(중범죄행위 중 살인), 3급 살인죄(생명을 존중하지 않은 행위 중 살인) 등으로 합리적인 기소를 했다"면서 "피고인의 살인 혐의가 입증될 수 있는 체계적인 법리를 세우고, 배심원과 소통할 외부 변호사를 공판검사로 투입한 것이 유죄 평결을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배심원 평결이 나오면서 그간 보석으로 풀려나 있던 데릭 쇼빈은 바로 법정 구속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배심원 평결이 나오면서 그간 보석으로 풀려나 있던 데릭 쇼빈은 바로 법정 구속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만일 배심원 12명 가운데 1명이라도 검사단의 주장에 공감하지 못했다면, 이렇게 유죄 평결을 얻는 것은 어려웠을 거라는게 원 교수의 주장이다. 실제로 미네소타주 형사사건에선 배심원단의 만장일치가 아니면 유죄 평결은 불가능하다.


원 교수는 이번 사건이 우리나라 법조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되었으면 한다는 기대를 전하기도 했다. "사법기관 간의 관할권 경쟁보다, 유능한 법조인들이 정의구현과 사건 해결을 위한 목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유연하고 실용적인 여건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우리나라 기업 총수나 공직자 등이 판검사 출신의 매머드급 전관 변호인단을 꾸리고, 그들에게 수십억원이 넘는 수임료를 지불했다는 뉴스가 생각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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