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시위로 무정차 통과된 여의나루역, '무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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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시위로 무정차 통과된 여의나루역, '무죄'일까?

2025. 11. 26 10:48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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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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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출근길 vs 장애인의 생존권

무정차 열차가 남긴 질문

지난 4월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 / 연합뉴스

2025년 11월 26일 오전 8시 38분,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출근길 시민들로 북적여야 할 승강장이 순식간에 고성과 탄식으로 뒤덮였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기습 시위로 인해 서울교통공사가 여의나루역을 지나는 방화행 열차를 무정차 통과시키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현장은 그야말로 '강 대 강'의 대치였다. 전장연 측은 "장애인 권리 예산을 보장하라"고 외치며 지하철 탑승을 시도했고, 공사 측은 시민 불편 최소화와 안전을 이유로 '무정차'라는 초강수를 뒀다. 수년째 반복되는 이 갈등, 과연 법적으로는 어떻게 해석되고 있을까. 단순히 '떼법'일까, 아니면 '정당한 권리 행사'일까.


"왜 내 출근길을 막나" vs "헌법이 보장한 권리다"

사태의 핵심은 '권리의 충돌'이다. 이날 시위는 겉보기엔 단순한 교통 방해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복잡한 인물 관계와 묵혀둔 갈등이 자리한다.


전장연은 정부와 국회를 향해 '장애인 권리 예산'의 구체적인 반영을 요구하고 있다. 2023년과 2025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등이 개정되며 특별교통수단의 지역 간 연계나 거주지 제한 금지 조항이 신설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예산(돈)이 없으면 법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반면 서울교통공사와 출근길 시민들은 '타인의 권리 침해'를 호소한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다수의 발을 묶는 방식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경찰과 공사 측은 '무정차 통과'라는 물리적 차단책을 썼고, 시위대는 이에 맞서며 여의나루역은 거대한 갈등의 용광로가 됐다.


법원, "휠체어의 도로 점거, 무조건 유죄 아니다" 반전 판결

여기서 독자들이 주목해야 할 지점은 법원의 판단이다. 흔히 도로를 점거하거나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키면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 즉각 처벌될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대법원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대법원은 과거 장애인 시위와 관련된 판결(2014도16194)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보도를 통해 행진하는 것이 사실상 곤란하여,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차로로 통행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판시했다.


즉, 비장애인과 달리 장애인은 이동 자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시위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느 정도의 교통 방해는 '불가피한 수단'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당시 법원은 경찰의 통제하에 나머지 차로로 통행이 가능했다면, 이를 교통을 '현저하게' 곤란하게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시위대의 손을 일부 들어줬다.


'집회의 자유' vs '공공의 안녕', 아슬아슬한 줄타기

법적 쟁점은 헌법으로 확장된다. 헌법 제21조는 '집회의 자유'를, 제34조는 '장애인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이 두 가지 헌법적 가치가 지하철 승강장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정면충돌한 사건으로 본다.


헌법재판소는 집회의 장소 선택 역시 집회의 자유의 실질적 부분으로 본다(2018헌바137). 전장연이 굳이 혼잡한 '출근길 지하철'을 택한 것은, 그곳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상징적 장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자유가 무제한은 아니다. 법원은 집회가 '평화적'이어야 하며,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정도가 '수인한도(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최근 하급심 판례들이 출근길 지하철 시위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거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는, 그 방식이 시민들의 이동권을 과도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했을 때다.


예산 없는 법은 '그림의 떡'... 해결책은 국회에

결국 법원의 판결들을 종합해 보면, "시위 자체는 정당하지만, 방식은 비례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전장연이 법적 처벌의 위험을 무릅쓰고 시위를 지속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법원은 권리를 확인해 줄 뿐, 예산을 배정하는 것은 결국 '정치'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지난 2025년 3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괴롭힘 금지' 조항이 신설되는 등 제도적 개선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오늘 아침 여의나루역의 혼란은 법전 속의 조항이 현실의 예산과 맞물리지 않을 때 어떤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시민의 발을 묶는 시위 방식에 대한 비판과, 오죽하면 거리로 나왔겠느냐는 옹호 사이에서, 무정차 통과한 열차는 우리 사회에 묵직한 과제를 남기고 떠났다. 이제 공은 법원을 넘어, 예산 편성권을 쥔 국회와 정부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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