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콜 요구, 장애 학생 짝꿍 빼달라…"이게 교사가 감당해야 할 일입니까"
모닝콜 요구, 장애 학생 짝꿍 빼달라…"이게 교사가 감당해야 할 일입니까"
싸우는 학생 말려도 범죄자 취급
강석조 위원장 "아동복지법은 기분 상해죄, 무고한 교사들 수갑 차는 현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현장학습 사진 속 아이 표정이 안 좋다는 이유로 민원에 시달리고, 싸우는 학생을 말렸다가 아동학대 범죄자로 몰리는 것이 대한민국 공교육의 씁쓸한 현주소다.
최근 교육부 주최 간담회에서 교사들의 현실을 울분 섞인 목소리로 대변해 11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강석조 초등교사노조 위원장이 15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무너진 교권의 실태를 고발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냐고요? 정성껏 장 담근 손에 수갑 채우는 현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현장 체험학습 축소 문제와 관련해 "구더기 생길까 장독을 없애버리면 안 된다"며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안전사고 책임에 대한 두려움으로 교육 활동이 위축되는 상황을 짚은 발언이다.
이에 대해 10년 차 현직 교사인 강석조 위원장은 단호하게 반박했다.
강 위원장은 "교사들은 구더기를 개의치 않고 그동안 몇십 년 동안 정성껏 장을 담가 왔다"며 "교육을 망치는 거는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담그지 않는 교사가 아니라 정성껏 담근 그 손에 수갑을 채우는 현재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불가항력적인 사고 한 번에 교사의 가정과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법적 구조가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강원도의 한 현장학습 안전사고 재판에서 해당 교사는 1심에서 직업을 잃을 위기에 처했고, 2심에서 선고유예를 받았다.
강 위원장은 "교육청 매뉴얼에는 현장학습 시 타이어 공기압을 체크하고, 버스 기사 음주 단속을 하라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며 "200장이 넘는 매뉴얼 속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교사가 안전 조치를 안 취했다고 몰아갈 수 있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모닝콜 해달라", "장애 학생과 짝꿍 피하게 해달라"… 끝없는 악성 민원
악성 민원은 교사들을 더욱 옥죄고 있다. 강 위원장은 "대다수의 학부모님들은 학교와 학생을 지켜주시지만, 소수의 일부 학부모님들이 1년 내내 민원을 넣는다"며 "그 소수 때문에 교육 활동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실제로 겪거나 접수한 민원의 내용은 황당함을 넘어선다.
강 위원장은 "아이가 아침에 머리를 못 말리고 갔으니 선생님이 드라이 좀 시켜달라거나, 원격 수업 당시 아침에 아이를 위해 모닝콜을 해달라는 민원도 있었다"고 밝혔다.
심지어 "학기 초에 장애 학생과는 짝꿍을 시켜주지 말라는 민원까지 온 적이 있었다"며 교육자로서 들어줄 수 없는 요구들이 빗발치고 있음을 알렸다.
교육부가 대안으로 마련한 '민원 대응팀' 역시 유명무실한 상태다.
강 위원장은 "초등교사노조 설문 결과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며 "이 힘든 민원 대응팀에 교사가 들어가 있고, 결국 모든 민원은 다시 교사에게 오는 구조라 완벽하게 민원을 차단할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당한 훈육도 '기분 상해죄'로 둔갑… 98% 무혐의에도 교사는 '지옥'
교사들을 법의 사각지대로 몰아넣는 핵심 제도로 강 위원장은 '아동복지법'을 지목했다. 원래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를 협박하는 무기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강 위원장은 "선생님들은 이 법을 '학부모 기분 상해죄' 혹은 '우리 아이 기분 상해죄'라고 부른다"고 일갈했다.
그는 "수업 시간에 자는 학생을 깨웠다고, 싸우는 애들을 말렸다고, 심지어 학생이 선생님을 때려 손목을 잡았다는 이유만으로 아동학대 고발을 당해 재판을 받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고 폭로했다.
정서적 학대라는 모호한 기준 때문에 현장학습 후 아이가 집에 가서 울었다는 이유만으로도 고소를 당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교사 중 98%는 기소조차 되지 않는 불기소 처분을 받고, 나머지 2% 역시 재판에서 대부분 무죄 판결을 받는다.
그러나 강 위원장은 "그 과정에서 교사들은 6개월에서 최대 4년까지 엄청난 고생을 한다"며 "정부와 국회에서 선생님을 지켜주는 법과 제도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