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하려 '거짓 이름' 쓴 오디세우스…살아남기 위한 거짓말은 어디까지 용서될까?
생존하려 '거짓 이름' 쓴 오디세우스…살아남기 위한 거짓말은 어디까지 용서될까?
거짓말 자체보다 무엇을 지키려 했는지가 중요
생명을 구하려는 속임수라면 긴급피난이 쟁점

영화 <오디세이> 스틸컷 / Universal Pictures
영화 <오디세이> 속 오디세우스는 괴물 폴리페모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아무도 아니(nobody)”라고 말했다. 동굴에서 살아 빠져나가기 위한 속임수였다.
이후 폴리페모스가 눈을 다쳐 비명을 지르자, 동굴 밖 다른 키클롭스들이 몰려와 "누가 너를 해쳤느냐"고 물었다.
폴리페모스가 "아무도(Nobody) 나를 해쳤다!"라고 외쳤는데, 이 말을 문자 그대로 "아무도 나를 해치지 않았다"는 뜻으로 알아들은 다른 키클롭스들은 별일 아니라며 그대로 물러갔다.
이 말장난 덕분에 오디세우스 일행은 즉각적인 추격을 피했다.
만약 현실 세계였다면, 생존을 위해 한 거짓말은 어디까지 법적으로 용서될 수 있을까.
거짓말이라고 모두 범죄는 아니다
법은 모든 거짓말을 처벌하지 않는다. 거짓말이 어떤 피해로 이어졌는지, 그 피해가 법이 보호하는 영역인지가 중요하다.
오디세우스의 거짓말을 사기죄로 본다면 어떨까.
사기죄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이름을 속였다는 이유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상대가 그 말에 속아 돈이나 재산상 이익을 넘겨야 한다.
오디세우스는 폴리페모스에게 재물을 받은 것이 아니다. 다른 키클롭스들도 재산을 넘기거나 권리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상황을 잘못 알아듣고 개입하지 않았을 뿐이다.
따라서 “아무도 아니”라는 가명 사용은 속임수처럼 보이지만 사기죄와는 거리가 있다. 핵심인 재산 피해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생명을 지키려는 거짓말이면 판단 달라진다
오디세우스의 거짓 이름은 단순 장난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폴리페모스의 눈을 찌른 뒤였고, 일행은 동굴에서 살아 나가야 했다.
이런 경우에는 긴급피난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긴급피난은 현재의 위험을 피하기 위한 행동이고, 지키려는 이익이 침해되는 이익보다 클 때 처벌하지 않을 수 있다는 법리다.
오디세우스 일행에게 걸린 것은 생명이었다. 반면 다른 키클롭스들이 잃은 것은 가해자의 이름을 바로 알 기회였다. 생명을 지키기 위한 속임수였다면 법적으로도 참작될 여지가 크다.
다만 생존을 위한 거짓말이라고 해서 언제나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위험을 피하는 데 필요한 범위를 넘어 다른 사람에게 새로운 피해를 만들었다면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