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닥터의 폭행 말렸다"는 감독⋯변호사들은 그런 '꼬리 자르기' 안 통할 거라는데요?
"팀닥터의 폭행 말렸다"는 감독⋯변호사들은 그런 '꼬리 자르기' 안 통할 거라는데요?
가혹행위로 극단적 선택 한 최숙현 선수⋯감독은 "난 폭행을 오히려 말렸다" 주장
변호사들과 함께 최 선수가 고소한 가해자들의 처벌 수위를 예상해 봤다

수년간의 가혹행위를 폭로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선수. 가해자로 지목된 경주시청 감독은 가장 먼저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시작했다. /셔터스톡⋅KBS⋅편집=이지현 디자이너
수년간의 가혹행위를 폭로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선수.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감독과 팀닥터, 고참 선배들로 모두 피해자와 한솥밥을 먹던 사이였다. 이들 중 가장 '윗선'이라 할 수 있는 감독 김모씨가 가장 먼저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2일 인사위원회에 출석해 "나는 때리지 않았다. 오히려 힘이 센 팀닥터의 폭행을 말렸다"는 주장을 펼쳤다. 팀닥터에게 최 선수가 사망한 책임을 미루는 동시에 본인에게 방어막을 두르는 변론이었다. 나머지 고참 선배 2명 역시 "나는 안 때렸다"고 혐의를 부인하는 중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녹취록에서 최 선수를 '직접' 때린 증거가 명확히 남은 건 팀닥터 한 명이기 때문에 펼칠 수 있는 주장들이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법원에서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폭행을 주도한 팀닥터의 처벌은 당연하고, 나머지 감독과 선배들 역시 "폭행을 방조한 책임, 또는 공동정범(공범)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떤 식으로든 "가혹행위에 대한 처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약 5개월 전, 최 선수는 총 4명의 가해자를 고소했다. 혐의는 폭행. 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 경주시청팀의 팀닥터와 감독, 고참 선배 2명 등이었다.
①팀닥터 : 폭행이나 특수폭행 혐의로 실형 선고 예상
변호사들은 가장 무거운 처벌은 "팀닥터가 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녹취록만 보더라도, "뭐가 문제야? (찰싹)", "이빨 깨물어 (짝)", "나한테 두 번 맞았지?" 등 폭행을 의미하는 발언과 '때리는 소리'가 셀 수 없이 많았고, 실제로 가혹행위를 주도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었다.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실제 받아들여지진 않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실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형법상 폭행이나 특수폭행, 폭력행위처벌법 등으로 처벌될 것이라고 변호사들은 보았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세창의 추선희 변호사는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실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폭행이 상습적이었고, 폭행이 처음 이루어졌을 당시 최 선수가 미성년자였다는 점 역시 고려될 것이기 때문에 무거운 처벌이 예상된다"고 했다.
법무법인 최선의 정다은 변호사도 "가해자들이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결국 죽음에 이르렀으며, 유가족 역시 엄벌을 원하는 경우 가중처벌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②감독 : 팀닥터와 '공범', 최소 '방조범'으로 처벌될 듯
지금까지 공개된 증거만 봤을 때, 감독 김씨는 '직접' 최 선수를 폭행하지는 않았다. 대신 팀닥터와 폭행 현장에 같이 있으면서도 이를 말리지 않았고, 때로는 적극적으로 협박하기도 했다. "죽을래?", "내가 너네 때렸으면 너희는 진짜 죽었을 것", "팀닥터 선생님께서 알아서 (조절해) 때리는데 아프냐?" 등이었다.
그 외에도 폭행 도중 팀닥터와 와인, 막걸리를 나눠 마신 것도 김 감독에게는 불리한 정황이다. 팀닥터에게 "선생님, 한잔하고 하시죠.", "와인 저기에 있습니다", "콩비지 찌개 끓였습니다" 등의 발언을 했다. 최 선수의 체중이 늘었다는 이유로 빵 20만원치를 먹이고, 토하게 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변호사들은 "감독 역시 가혹행위의 공범"이라고 분석했다. 정현 법률사무소의 송인욱 변호사는 "감독이 폭행 사실을 알고 있었고, 여기에 '죽을래' 등 협박성 발언도 했으며, 술을 마시면서 폭행 분위기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JY 법률사무소의 이재용 변호사도 "폭행 현장에도 있었던 이상 감독 역시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수사기관이 공범까지 입증 못 하더라도 최소한 '폭행을 방조한 책임'은 물을 수 있을 거라고 변호사들은 봤다.
법무법인 정향의 유진영 변호사는 "감독이 의사, 물리치료사 자격 없는 팀닥터를 개인적 친분으로 고용한 것으로 보이고, 폭행 등을 방관하면서 적극적으로 재발 방지도 하지 않은 이상 방조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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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라법률사무소의 김현중 변호사도 같은 의견이었다. "선수를 보호해야 할 감독이 팀닥터의 폭행 행위를 장기간 방치하고, 팀닥터의 편에 서서 함께 선수를 몰아붙였다면 방조의 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방조는 감독 등 보증인이 '어떤 행위를 하지 않은 책임'으로도 성립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서울종합법무법인의 서명기 변호사는 "감독에게는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만약 감독과 팀닥터가 서로 '폭행 사실에 대한 의사 연락이 없었다'고 진술하는 경우"라고 밝혔다. 방조범이 성립하려면 미필적으로나마 이러한 인식 또는 예견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③ 선배 2명 : 형사처벌 못 피할 듯
고참 선배들은 이번 녹취록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 선수가 제출한 진정서에 따르면 이들은 장기간 '집합'을 걸고, 폭행과 욕설 등을 반복한 것으로 보인다. "X년", "X친년" 등이었다.
"이들 역시 이번 가혹행위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게 변호사들의 의견이었다. 법무법인 온세상의 설현섭 변호사는 "이들은 팀닥터의 절반 정도의 형량이 결정될 것 같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