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야? 왜 사랑해?" 불륜 톡 들키자 10살 아이 입막음한 부모… 아동학대일까?
"누구야? 왜 사랑해?" 불륜 톡 들키자 10살 아이 입막음한 부모… 아동학대일까?
아이에게 부모의 불륜 비밀 떠넘긴 순간
법은 이를 어떻게 볼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평온하던 어느 날 저녁, 거실 탁자 위에 놓인 휴대전화 화면이 밝아졌다. 무심코 화면을 들여다본 초등학교 4학년 자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화면 속에는 아빠가 아닌 낯선 사람의 이름, 그리고 “사랑해”라는 다정한 메시지가 선명하게 떠 있었다.
“누구야? 왜 이 사람한테 사랑한다고 해?”
평소와 다른 엄마 모습에 충격을 받은 아이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당황한 엄마는 아이를 달래며 변명하기 시작했다.
“어른들끼리는, 친한 친구끼리는 원래 사랑한다고 할 수 있는 거야.”
그리고는 아이 손을 잡으며 덧붙였다.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다른 사람한테는 절대 말하면 안 돼.”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자신의 불륜 사실이 배우자에게 발각될까 두려웠던 엄마가 10살 자녀에게 침묵을 강요한 이 사건.
최근 한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와 공분을 산 이 사연은 단순한 도덕적 비난을 넘어 심각한 법적 질문을 던진다. 과연 부모의 이러한 행동은 아동학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때려야만 학대가 아니다” 마음을 멍들게 하는 정서적 학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사안은 정서적 아동학대로 인정될 여지가 충분히 존재한다.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동학대라고 하면 신체적 폭력이나 가혹한 방임을 떠올리지만, 법원의 판단 기준은 그보다 훨씬 넓고 촘촘하다.
대법원 판례(2017도5769)에 따르면, 정서적 학대는 아이의 정신건강을 현실적으로 훼손한 경우뿐만 아니라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나 가능성을 발생시킨 것만으로도 성립한다.
꼭 아이를 괴롭히려는 악의적인 목적이 없었더라도, 자신의 행동이 아이의 정서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면 학대의 고의가 인정된다.
아이 눈물에 얹은 “우리만의 비밀”이라는 족쇄
이 사건의 핵심은 아이가 우연히 메시지를 본 ‘그 순간’이 아니라, 부모가 불륜을 감추기 위해 아이에게 ‘비밀 유지를 강요한 행위’에 있다.
초등학교 4학년, 약 10세 아동은 부모의 외도라는 충격적인 상황을 온전히 감당하기에 정서적으로 매우 취약한 나이다. 이미 낯선 메시지를 보고 침울해하며 눈물까지 흘렸다는 것은 아이가 적지 않은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는 증거다.
그런 아이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이 마음에 무거운 돌덩이를 얹는 것과 같다.
아이는 자신이 사랑하는 부모 중 한 명을 속여야 한다는 죄책감과, 자신이 입을 열면 가정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극심한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리게 된다.
법적 관점에서 이는 아동의 정상적인 정신건강 발달에 명백히 해를 끼칠 위험이 있는 정서적 학대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
단 1회의 우발적 상황, 빠져나갈 구멍이 될까?
물론 반론의 여지도 있다. 부모가 아이를 고의로 학대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여준 것이 아니라 아이가 우연히 보게 된 사고였으며, 지속적인 괴롭힘이 아닌 단 1회의 우발적 대처였다는 점이다.
또한 아이를 달래려는 의도가 섞여 있었다는 점은 아동학대 성립을 부정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법조계 전문가들은 “비밀 강요가 아이에게 미친 실질적 영향”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단순히 우연히 메시지를 본 것을 넘어, 이 사건 이후 아이가 수면 장애를 겪거나 불안 증세를 보이는 등 뚜렷한 정서적 피해가 발생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특히 부모가 자신의 치부를 덮기 위해 지속적으로 아이를 회유하거나 압박한다면, 아동복지법 위반 굴레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이는 부모의 비밀을 지켜주는 방패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