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부터 작성한 일기, 이혼 소송에서 증거로 쓸 수 있을까?
10년 전부터 작성한 일기, 이혼 소송에서 증거로 쓸 수 있을까?

15년간 아내의 폭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A씨. 상황과 감정을 고스란히 담은 그의 일기가 이혼 소송에서 증거로 활용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20XX년 XX월 XX일
아내는 오늘도 내게 '무능한 인간'이라며 불같이 화를 냈다. 왜 돈을 벌어오지 못하느냐고 고함을 쳤다. 시댁에서 받은 상가 임대료와 신용카드로 매달 1000만원씩 썼는데⋯. 10대가 된 아들들은 "엄마가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15년을 이렇게 살았지만, 더는 견디기 어렵다.
A씨는 몇 년 전부터 자신의 심정을 담은 일기를 쓰고 있다. 아내와 불화를 겪고 있지만, 어디다 하소연할 곳이 없어서였다.
부부 사이가 멀어진 건 돈 문제에서 비롯됐다. 현재 가족 생활비는 A씨가 상속받은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료와 A씨 어머니가 주는 돈으로 해결한다. 아내는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생활비를 보태진 않았다. A씨는 "아내의 월급은 고스란히 아내 자신만을 위해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는 무능하다고 화를 내고, 경제적 지원을 하는 A씨 부모에겐 욕을 한다고 했다. 또한 다른 가족이 보는 앞에서 A씨에게 폭언에 가까운 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A씨는 결국 이혼을 결심했다. 지난 몇 년간의 상황과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이 일기가 이혼 소송에서 증거로 활용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협의 이혼이 이뤄지지 않으면 소송을 통해 이혼을 해야 한다. 이때 증거가 필요하다. A씨 같은 경우는 아내의 폭언을 입증할 증거가 필요하다. 하지만 A씨가 쓴 일기는 '결정적 증거'가 되기 어렵다고 변호사들은 말했다. 단, 참고자료로는 활용 가능하다고 한다.
서울종합법무법인의 서명기 변호사는 "일기의 경우 증거로 제출할 수는 있으나 증명력 판단에 있어 신빙성 있는 자료로 판단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평화의 박현우 변호사 역시 비슷한 취지로 말했다. 박 변호사는 "규칙적으로 작성한 일기장도 증거가 되는 경우가 있으나, (일기에는) 주관적 판단이 들어가기에 결정적 증거로써 활용 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법무법인 효현의 박인순 변호사도 "일기는 증거가 되기는 어렵고 참고 자료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이 추천하는 건 일기 말고 '다른 방법'이었다. 폭언을 녹취하는 게 가장 좋지만, 그게 어렵다면 폭언을 함께 들은 아이들의 진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게 아니라면 공식기록이 남는 전문기관 상담을 추천했다.
태경종합법률사무소의 정주섭 변호사는 "단순 일기보다는 아이들의 진술이 도움을 될 수 있다"며 "상습적인 폭언은 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 폭언을 녹취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노경희 법률사무소' 노경희 변호사도 "배우자와의 불화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차라리 전문기관에서 상담을 받고, 그 기록을 남겨두는 방법을 고려하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