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소주 1병이요" 이 말 하지 않고 몰래 가져오면, '이것'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여기 소주 1병이요" 이 말 하지 않고 몰래 가져오면, '이것'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사장에게 들켜 몰래 가져간 술값 모두 계산한 손님
물건값 계산했다면, '절도죄' 신고할 수 없을까

직원 몰래 술을 가져가다 걸린 손님. 결제는 했지만, 혹시 절도죄로 볼 수는 없을까. /셔터스톡
"거기 손님, 술을 말도 없이 꺼내 가시면 어떡해요?"
술집을 운영하는 A씨는 얼마 전 한 손님과 사소한 언쟁을 벌였다. A씨의 가게는 냉장고에서 자유롭게 술을 가져가도 되는 구조가 아니다. 주문하면 직원이 가져다준다. 그러나 한 손님이 마음대로 냉장고에서 소주 한 병을 꺼내 가고 있는 것을 A씨가 발견했다. 손님은 웃으며 "죄송하다"고 말하며 자리로 돌아갔고, A씨는 계산서에 소주 한 병을 추가했다.
하지만 찝찝한 기분이 들었던 사장은 그 손님의 테이블 위에 놓인 소주병을 세어봤다. 그랬더니 계산서에 찍힌 것보다 한 병이 더 많았다. 즉, A씨에게 걸리기 전에도, 손님은 소주를 몰래 꺼내 마셨다는 의미였다. A씨는 그 테이블의 손님이 마신 술을 정확하게 체크했고, 계산을 받았다.
문제는 그 손님이 A씨 외에도 이미 직원에게도 걸렸다는 사실이다. 사장이 확인해보니 총 3번이었다. 만약 사장이나 직원에게 걸리지 않았다면, 소주 세 병을 절도한 셈이다. CC(폐쇄회로)TV에도 그 모습이 담겨 있다.
소주 세 병. 적다면 적은 금액일 수 있지만, 손님의 태도를 봤을 때 상습범인 것 같다. A씨의 가게가 아닌 다른 곳에서도 그럴지 모른다는 걱정도 들었다. 물론 문제의 손님은 술값을 전부 계산한 상태지만 앞으로라도 있을 만약의 상황을 막기 위해 A씨는 그 손님을 절도죄로 신고를 하려고 한다. 과연 가능할까.
사안을 검토한 변호사들의 의견은 나뉘었다. 먼저 절도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는 변호사들은 손님이 몰래 술을 들고 갔을 때, 이미 절도죄가 성립됐다고 판단했다. 그 상태에서는 계산했다고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는 "해당 손님이 이미 절도죄를 저지른 후인 경우이므로 절도죄가 성립한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황금률의 박성현 변호사도 "나중에 적발돼 계산했다고 하여도 이미 절도죄는 기수에 이른 상태이기 때문에 절도죄로 고소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수(旣遂)란 범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이 충족됐을 때를 말한다. 예를 들어 절도는 ①타인의 의사에 반해, ②타인이 소유한 물건이라는 점을 인지한 상태에서 ③그 물건을 본인의 것처럼 이용하려는 의사(불법영득의사)가 있어야 성립한다. 이러한 요건에 모두 해당하면 기수고, 그 반대는 미수(未遂)다.
JLK 법률사무소의 김일권 변호사는 "나중에 주인에게 들통나서 마신 술값 모두를 계산했다고 하더라도, 형벌을 정하는데 참작 사유에 해당할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리라법률사무소의 김현중 변호사는 "절도죄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계산하지 않고 그대로 나가버렸다면 고소가 가능하다"며 "만약 계산했다면, 나갈 때 한 번에 계산하려 했다는 상대의 항변에 대해 '불법영득의사'를 입증하기 어렵다"며 절도죄로 보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