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 사건] "제가 때린 게 아니라 맞은 거라고요!" 그 남자의 소설, 결말은?
[그날, 그 사건] "제가 때린 게 아니라 맞은 거라고요!" 그 남자의 소설, 결말은?
여자친구 때리다 고소당하자, 역으로 맞고소한 남자⋯골프채로 맞았다 주장
수사기관 상대로 허위진술 일삼다 덜미 잡혀⋯법원 이례적으로 '실형'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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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에 못 이긴 여자친구가 자신이 신고를 당하자 도리어 "맞았다"며 경찰에 신고한 남자. 하지만 스스로 영리하게 내세웠다고 생각한 증거와 주장에 발목을 잡혔다. /셔터스톡⋅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여자친구를 수개월간 때려 놓고 자신이 신고를 당하자 제 분을 못 이긴 남자. 도리어 자신이 여자친구에게 "맞았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그의 '소설' 속에서 여자친구는 거의 '악마'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 황당한 소설은 그가 감옥에 가며 막을 내렸다.
연애 6개월 내내 지속된 폭행. 가해자 A씨는 여자친구 B씨의 얼굴부터 허벅지까지, 온몸을 발로 밟고 주먹으로 가격했다. 때와 장소도 가리지 않았다. 직장을 찾아가 행패를 부리는 일은 예사였다. 폭행에 못 견뎌 헤어지자고 말할 때면 목을 조르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 그를 고소할 수밖에 없었던 B씨. 그러나 A씨는 반성은커녕 신고에 앙심을 품고 B씨를 역고소했다.
A씨는 B씨에게 명품백이나 장미꽃, 외제차를 주지 않았다가 도리어 억울하게 얻어맞았다고 했다. B씨가 골프채나 양주병 같은 흉기를 수시로 휘둘렀다고 했다. 폭행의 날짜와 시간까지 특정했다.
OO월 △△일 23시 55분, OO월 XX일 22시 33분⋯. 경찰서에 앉아 A씨는 능수능란하게 거짓 진술을 했다. 이어 자신의 폭행 피해를 뒷받침할 진단서도 제출했다.
그 뒤로부터 6개월 뒤. A씨는 경찰 조사를 받으며 "B씨를 엄벌해달라"는 취지의 진정서도 제출했다. 그 안에는 '여자친구가 부적절한 성관계를 요구했는데, 거부했더니 얻어맞았다'는 새로운 내용도 추가됐다.
A씨의 '소설' 속에서 B씨는 문란하고 돈만 밝히는 이상한 여자였고, 자신은 억울한 피해자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 거짓말로 재판정에 서게 됐다. 그리고 무고(誣告⋅거짓으로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고발하는 일)죄로는 이례적으로 징역 8개월이 선고됐다.
실제로 무고죄는 성립 자체도 어렵지만, 실형이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무고죄로 처벌을 받더라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비중이 91.3%에 달한다. 이는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LawTalk)이 제공하는 인공지능(AI) 기반 '형량예측서비스'에 따른 결과다.
1심을 맡았던 광주지법 순천지원 설승원 판사가 A씨에게 엄벌을 단행한 이유는 뭘까.
설 판사는 "피고인은 지난 2017년 12월 3일에 여자친구인 B씨에게 20여차례 가까이 골프채 등으로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며 "그런데 폭행을 당했다던 이튿날 바로 B씨의 지방 출장에 멀쩡하게 동행했다"고 A씨 주장의 허점을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12월 6일에도 전치 2주 이상에 이르는 폭행을 당했다고 했는데, 병원치료 내역에서는 이러한 피해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도 했다.
스스로 영리하게 내세웠다고 생각한 증거와 주장이, 오히려 A씨의 실제 알리바이와는 맞지 않았던 것이다. 재판부는 "A씨와 여자친구 B씨의 체격 차이, 성향 등을 봤을 때 일방적으로 (여자친구로부터) 폭행이 이뤄졌다는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A씨는 과거 폭력 범죄에서 무전취식에 이르기까지. 온갖 일들로 숱하게 경찰서를 드나든 전력이 있었다. 그런 그가 현격히 체격이 작은 여자친구에게 일방적으로 맞았다는 게 여러모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A씨는 3일 만에 "형이 너무 과하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사건을 이어받은 광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박현 부장판사)는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2심 재판부도 "만일 A씨가 자신의 주장처럼 심한 폭행을 당했다면 단순히 연애 중이라는 사실만으로 참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무고죄가 실형이 나온 건 앞서 유죄로 결론이 난 '폭행 사건' 영향이 컸다.
A씨는 무고 재판을 받던 중 '여자친구 폭행 사건'으로 상해죄 유죄 판결을 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그 사건에서 A씨는 B씨에게 "X만 한 게 열 받게 한다"는 폭언과 함께 위력을 앞세워 수십차례 폭행을 저질렀다.
그랬던 그가 무고죄로 재판받는 법정에서 "여자친구에게 속절없이 맞기만 했다"는 터무니 없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재판부는 배척했다.
항소심에서도 꾸짖음을 들은 A씨는 반성했을까? 그렇지 않았다. A씨는 새롭게 변호사를 선임해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