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합의금의 함정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뺑소니 합의금의 함정

2025. 11. 13 17:28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가해자와 합의하면 보험금 못 받나요?”… 뺑소니 피해자의 눈물 막는 ‘합의서 필승 공식’

뺑소니 사고 시 가해자와 섣불리 합의하면 보험금을 못 받을 수 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뺑소니범과 섣불리 합의했다간 보험금 한 푼 못 받을 수 있다. 피해자의 권리를 지키는 ‘두 개의 지갑’ 전략을 변호사들이 조언했다.


어느 날 갑자기 뺑소니 사고를 당한 A씨. 가해자는 뒤늦게 연락해 와 “경찰서에 낼 합의서에 사인만 해달라”고 애원한다.


선처를 베풀고 싶지만, A씨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덜컥 형사합의를 해줬다가 보험사에서 치료비도 못 받는 것 아닐까?’ 인터넷에 떠도는 무성한 소문 속에서 A씨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A씨처럼 뺑소니나 교통사고 피해자들이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지점이 바로 ‘형사합의’와 ‘보험사 합의(민사합의)’의 관계다. 변호사들은 두 가지를 완전히 별개의 ‘지갑’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형사합의는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가볍게 받기 위해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위로금’ 성격이 강하다. 반면 보험사 합의는 사고로 발생한 치료비, 일하지 못한 손해(일실수익), 정신적 고통(위자료) 등 법률상 손해를 배상받는 절차다.


문제는 이 두 개의 지갑이 엉뚱하게 연결될 때 발생한다. 김묘연 변호사는 “합의서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문구가 들어가면, 피해자의 모든 손해를 배상받은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경우 보험사는 “피해자가 이미 가해자에게 충분한 보상을 받았으니 보험금을 줄 수 없다”고 주장할 근거를 갖게 된다. 섣부른 합의서 한 장이 수백, 수천만 원의 치료비를 날릴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다.


그렇다면 피해자는 어떻게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을까.


김경태 변호사와 박지영 변호사는 합의서에 ‘마법의 주문’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로 “본 합의는 형사처벌에 대한 것으로, 민사상 손해배상(보험금 청구)과는 일절 무관하다”는 문구를 명확히 기재하는 것이다.


대구고등법원 판례(98나2380) 역시 이런 문구가 있다면 형사합의금을 민사상 손해배상금과 별개의 ‘형사 위로금’으로 인정했다. 이 문장 하나가 보험사의 ‘딴소리’를 원천 차단하는 법적 방패가 되는 셈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일부 변호사들은 ‘채권양도통지’라는 강력한 무기를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이동규 변호사는 “가해자에게 받은 형사합의금을 보험사가 나중에 지급할 손해배상금에서 공제하지 못하도록 채권양도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내가 가해자에게 받을 손해배상금 중 일부(형사합의금)를 당신(가해자)이 대신 받았으니, 그 권리를 나에게 넘긴다’고 보험사에 공식적으로 알리는 절차다. 이렇게 하면 피해자는 형사합의금과 보험금을 모두 온전히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결론적으로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면 가해자의 감성적인 호소에 넘어가기보다 냉정하게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이 중요하다. 합의서 문구 하나하나를 꼼꼼히 따지고, ‘형사합의는 별개’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희범 변호사는 “보험사를 개인이 직접 상대하기는 힘들 수 있다”며 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것을 권했다. A씨의 사례처럼, 아는 만큼 보이고, 준비하는 만큼 지킬 수 있는 것이 바로 사고 후 피해자의 권리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