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뜯어봐도⋯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이기기 어려운 의료계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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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조리 뜯어봐도⋯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이기기 어려운 의료계 파업

2020. 08. 26 19:24 작성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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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파업에 '업무개시명령'으로 초강수 택한 정부

변호사들 "정부의 명령에 대응하는 건 쉽지 않아 보여"

의료계 총파업에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이란 초강수를 꺼내든 가운데 법적으로 보면 앞으로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지, 변호사들과 분석해봤다. /연합뉴스

의료계 총파업에 정부가 초강수를 꺼냈다. 의료법이 정부에 부여한 최후의 수단인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것이다. 26일 오전 8시부로 내려진 이 명령에 따라 모든 의료진은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최대 징역 3년에 처해질 수 있다.


심지어 정부는 파업에서 돌아오지 않고 사직서를 제출하는 경우까지 '명령에 따르지 않은 행위'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강공을 선택한 셈이다.


이에 맞서는 의료계 입장도 만만치 않다. "의사 1명이라도 불이익을 받는다면 전국의 의사 13만명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내비치고 있다. 25일 기준으로 전공의 휴진율은 58.3%, 전임의 휴진율은 6.1%다.


곧 끊어질 정도로 팽팽하게 맞선 양측의 입장. 법적으로 보면 앞으로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지, 변호사들과 분석해봤다. 의료법 전문이거나 의사 출신 변호사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의료계가 정부의 명령 발동에 대응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의 명령을 어길 법적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자세히 들어봤다.


'정당한 사유' 없으면 거부할 수 없는 업무개시명령

변호사들이 "정부 입장이 법적으로 탄탄하다"고 말하는 데에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의 근거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의료법 제59조 제1항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특별한 명령권을 하나 부여했다.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이다.


이어 제2항에서는 "의료인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이 집단 휴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되면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도록" 했고, 제3항에서는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거부할 수 없도록" 했다.


한 마디로 국가 의료 상황에 비상이 걸리면, 복지부 장관이 소집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의료인이라면 이에 따를 의무가 있다는 조항이다.


'업무개시명령'에 대응할 수 있는 두 가지 주장⋯변호사들 "모두 인정받기 어려울 듯"

이런 명령에 대해 "헌법상⋅법률상 권리가 의사에게도 있다"고 의료계는 주장할 수도 있다. 과연, 이러한 주장이 통할지 변호사들과 하나씩 검토해봤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다움의 이성준 변호사, 법무법인 지우의 이준석 변호사, 법무법인 유준의 박지혜 변호사. /로톡 DB


① 헌법이 보장한 집회·결사의 자유, 인정받을 수 있을까?

헌법 제21조 제1항이 보장한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주장할 수 있다. 이 자유는 모든 국민에게 부여된 권리이기에, 의사들에게도 당연히 부여된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항상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했다. 법무법인 다움의 이성준 변호사는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한,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며 "의료법 제59조 제2항이 이를(결사의 자유) 제한하는 측면이 있지만, 위헌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헌법상 권리는 특정한 경우에 한해 법률에 의해 제한될 수 있는데, 이번 사안에 적용된 의료법이 '그 법률'이라는 설명이다.


② 의료법상 '정당한 사유', 인정받을 수 있을까?

정부가 근거로 하고 있는 의료법 제59조에는 의사들에게도 유리한 대목이 하나 있다. 제3항에 있는 '정당한 사유' 규정이다.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정부의 명령에 불응할 권리가 의사에게 있다는 조항이다.


법무법인 지우의 이준석 변호사는 "정당한 사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의료법 시행규칙 등 하부 법령에도 아무 규정이 없기 때문에 오로지 해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의료계가 파업을 시작한 이유는 정부 정책에 대한 입장 차이다. 하지만 이를 '정당한 사유'로 해석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이 법률에 없기 때문에, 해석 여부에 달렸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이성준 변호사는 "전국적으로 감염병이 창궐하고 있는 상황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법적인 관점에서 업무개시명령을 위법하다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명령을 거부한다면 정당한 사유를 인정받기는 대단히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도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무법인 유준의 박지혜 변호사는 "이번 명령의 근거는 의료법 제59조 제1항의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 발생'에 있다"며 "만약 국민에게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필수 인력을 배치하고 실질적으로 위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장치를 두고 있다면, 행정명령은 의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행정명령 송달'을 이용한 방어책 있긴 하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의료계에 불리한 이번 파업과 업무개시명령. 이런 점을 모르는 건 아니기에 그 '대책'으로 나온 것이 "행정명령 송달을 받지 않는 것"이다.


행정명령은 그 내용이 담긴 등기 등의 서류를 당사자가 직접 전달받아야 법적 효력이 생긴다. 이런 점을 이용해 "행정명령을 송달받지 못했으니, 명령을 어긴 게 아니다"라는 주장이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 2005년, 의약분업 사안으로 파업을 벌여 재판에 넘겨진 의료계 인사 9명 중 일부가 무죄를 받은 사례가 있다. 당시 대법원은 송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그 근거로 삼았다. 대법원은 "업무개시명령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상대방에게 적법하게 송달돼야 한다"며 해당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단순히 우편물 수취 거부 자체로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지혜 변호사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이루어지는 경우 규제기관의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지하는 방법으로 이뤄지기도 한다"며 "이 경우 본인이 등기를 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고지하는 때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 변호사도 "동거하는 가족이나 병원 직원이 대리 송달받은 경우 본인에 대한 송달로 간주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26일 오전 발표한 업무개시명령에 효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헌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브리핑에서 "해당 대상자들에 대한 고지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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