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관리해줄게" 1440만원 맡겼더니 생활비라는 부모, 횡령죄 될까
"월급 관리해줄게" 1440만원 맡겼더니 생활비라는 부모, 횡령죄 될까
돈 관리 약속 어겼다면 횡령·사기죄 성립 가능
다만 친족상도례로 형사처벌은 어려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네 돈은 내가 관리해주겠다"는 부모님의 말을 믿고 월급의 절반을 꼬박꼬박 맡긴 사회초년생이 1년 만에 모든 돈을 날렸다는 사연이 공분을 사고 있다. 부모는 "생활비로 다 썼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명백한 횡령 또는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 다만 가족 간의 범죄라는 특수성 때문에 형사 처벌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씀씀이 커진다"며 시작된 월급 관리, 1년 뒤 0원 통보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연이다. 사회초년생 A씨는 어머니로부터 "갑자기 큰돈을 벌면 씀씀이가 커져 돈 모으기 힘들다"며 "월급의 반절인 120만 원을 주면 잘 관리했다가 네가 돈에 익숙해질 때쯤 돌려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A씨는 어머니를 믿고 1년간 매달 120만 원, 총 1,440만 원을 보냈다. 하지만 1년 뒤 돈을 돌려달라는 A씨의 요구에 어머니는 "다 써서 못 준다.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생활비라고 생각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A씨는 "집에서는 아침밥만 먹었고, 그마저도 내 돈으로 산 반찬을 먹을 때가 많았다. 청소나 빨래도 보통 내가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어머니는 오히려 "다른 집 애들은 돈 버는 순간부터 생활비 낸다"며 서운함을 표했고, 앞으로는 120만 원 대신 100만 원만 내거나 독립하라는 선택지를 제시했다.
부모의 생활비 요구, 법적 근거 있나?
A씨의 어머니는 생활비 명목을 주장했지만, 이는 법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 민법상 부모와 자식 간에는 서로를 부양할 의무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무제한적인 의무가 아니다.
민법 제975조는 부양을 받을 사람이 '스스로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서만 부양받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부모가 자신의 재산이나 근로로 생활 유지가 불가능한 상태가 아니라면, 성인이 된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생활비를 요구할 법적 권리는 없다.
성년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는 의무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맞는 생활을 유지하면서 여력이 있을 때 돕는 2차적 부양의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A씨 어머니의 월 120만 원 요구는 법적 근거가 희박한 일방적 주장일 가능성이 크다.
관리 약속 어겼다면…횡령 또는 사기죄 성립 가능
그렇다면 A씨 부모님의 행동은 범죄에 해당할까? 횡령죄 또는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재물을 마음대로 쓰거나 돌려주지 않을 때 성립한다. A씨의 어머니는 '돈을 관리해주겠다'는 약속하에 돈을 받았으므로 보관자 지위에 있다. 이 돈을 관리 목적이 아닌 생활비 등 다른 용도로 임의로 사용한 것은 명백한 횡령 행위로 볼 수 있다.
사기죄는 상대방을 속여 재물을 넘겨받았을 때 성립한다. 만약 어머니가 처음부터 돈을 생활비로 쓸 생각이었으면서도 "관리해주겠다"고 거짓말을 해 A씨를 착오에 빠뜨려 돈을 받았다면 이는 기망행위에 해당해 사기죄가 될 수 있다.
처벌의 최대 걸림돌 친족상도례…현실적 해법은 '독립'
A씨 부모의 행위가 범죄에 해당할 소지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형사 처벌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 바로 '친족상도례'라는 특례 규정 때문이다.
우리 형법은 직계혈족, 배우자 등 가족 간에 발생한 재산범죄(횡령, 사기 등)에 대해서는 그 형을 면제하도록 하고 있다. 범죄는 성립하지만, 가족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A씨가 부모님을 고소하더라도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결국 법적 다툼보다는 독립이 가장 현실적이고 현명한 해결책이다. A씨가 언급했듯, 월 100~120만 원이면 충분히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민사소송을 통해 떼인 돈을 돌려받을 수는 있지만, 소송 과정에서 가족 관계가 파탄에 이를 수 있고 시간과 비용 소모도 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