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사재기도 마케팅의 일환 아닌가요? "아니요, '사기·업무방해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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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사재기도 마케팅의 일환 아닌가요? "아니요, '사기·업무방해죄'입니다"

2020. 01. 10 14:16 작성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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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 마케팅" vs. "엄연한 사기·업무방해죄"

'사재기'로 차트에서 밀려난 피해 가수는 어떻게 구제되나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사재기'는 마케팅의 일환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것이 알고 싶다' 유튜브 채널 캡처

'음원차트 TOP 100' 진입은 대중가수들의 꿈이다. 스트리밍(실시간 재생)으로 매겨지는 차트 순위가 올라갈수록 가수의 인지도는 물론 통장에 들어오는 돈의 액수도 달라진다. 이런 이유로 몇몇 가수들은 '전문가'를 찾아가 거액을 지불하고 순위를 조작하는 이른바 '음원 사재기'에 가담하기도 한다.


최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조작된 세계 음원 사재기인가? 바이럴 마케팅인가?'라는 주제로 음원 사재기를 다루면서 '순위 조작'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졌다.


흥미로운 점은 "사재기는 마케팅의 일환"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는 사실이다. 색다른 방식으로 음원 순위를 끌어올려 대중의 이목을 끌게 했기 때문에 마케팅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주장을 법적으로 검토해봤다.


마케팅 전문가 "사재기 아니다, 마케팅이다"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논리는 다음과 같다.


신곡을 발표한 가수는 흥행을 위해 홍보대행사와 계약을 맺는다. 홍보대행사들은 노래와 관련한 각종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페이스북 등 SNS에 올린다. 그 콘텐츠가 흥행하면서 음원사이트를 통한 음원 소비까지 이어진다.


몇몇 업체는 곡이 써지는 단계에서부터 개입한다. 성별⋅연령별로 좋아하는 음악을 분석해 성공할 가능성이 큰 노래를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요즘 A장르 음악의 다운로드량이 많으니, 우리도 A장르의 곡을 제작해야 한다"고 제안하는 식이다. 모두 합법의 테두리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접근법은 음원 시장 밖에서는 보편화환 마케팅 기법들인데, 유독 음원 시장에서만 문제가 됐다고 항변하는 목소리도 있다.


법률 전문가 "합법적 마케팅 아닙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불법 행위'라고 말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전문가커뮤니티의 전문 위원으로 활동하는 법무법인 비트의 안일운 변호사는 ①사재기로 올라간 순위는 조작된 정보이고 ②소비자의 자유로운 판단을 저해하기 때문에 "사재기는 마케팅이 아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은 음원사이트에서 표시한 순위에 영향을 받을 수 있고, 그 순위 정보에 따라 음원 서비스를 구매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순위가 조작된 정보인지 모른 채 서비스를 이용하고, 일정 금액을 지출하게 한다면 정당한 방법이 아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홍보대행업체의 마케팅 마지막 순서가 음원 순위 조작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것이 알고 싶다' 유튜브 채널 캡처


안 변호사는 "음원사이트에서 보여주는 순위나 검색어 등의 정보는 최대한 사실에 근거해 만들어야 한다"며 "일반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나 지표를 의도적으로 사실과 다르게 표시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이는 비단 음원 시장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2017년, 100여 대의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특정 검색어를 반복 입력하는 봇(bot) 프로그램 등을 설치해서 한 포털사이트에 광고되는 특정 식당 등의 검색 순위를 조작한 업체가 기소되기도 했다.


불법인 사재기, 사기와 업무방해죄에 해당

①사기 : 소비자 속여 재산적 이익 취했기 때문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欺罔⋅남을 속여 넘김)해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면 성립한다.


변호사들은 사재기 업체가 음원 순위를 진짜인 것처럼 속였고, 결과적으로 음원을 재생·구입한 수익을 챙겼기 때문에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말했다.


안일운 변호사는 "❶특정 가수와 공모한 자가 의도적으로 재생을 반복해 순위를 올렸고, 그 결과 이를 신뢰한 음원 소비자들이 그 음원을 더 재생하거나 구매하게 된다면, 이는 소비자를 속이고(기망행위) ❷소비자가 자신의 돈을 지불해 그 음원을 더 재생·구매하도록 한 것은 소비자와 음원 사이트가 더 많은 음원료를 지불하게 하는 사기 행위"라고 말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제26조 제1항 제1호에서 음반 등의 판매량을 올릴 목적으로 해당 음반 등을 부당하게 구입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안 변호사는 "법원이 음원 사이트에서의 (사재기업체의) 음원 재생을 '음악 파일의 구입'으로 해석할지는 명확지 않으나, 법이 금지하는 행위의 형태는 명백하다"며 사재기도 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왼쪽부터 '법무법인 비트'의 안일운 변호사, '법률사무소 가치'의 방호근 변호사 / 법무법인 비트 제공, 로톡DB


②업무방해 : 음원 사이트의 공정한 운영 방해

음원 사이트는 음원 순위를 소비자에게 알리고, 이를 신뢰한 소비자에게 음원을 판매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체계 안에서 음원 시장의 공정한 경쟁도 가능하다. 따라서 의도적인 순위 조작은 사이트의 영업을 방해하는 행위다.


안일운 변호사는 "음원 사이트의 경우 공정한 순위를 표시해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려는 큰 노력과 비용을 투자한다"며 "순위 조작으로 음원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잃고 결국 경영상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가치의 방호근 변호사는 "음원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는 사재기를 한 전문업체 등에게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직접적인 금전적 손해는 없을 수 있으나 순위의 공신력을 떨어뜨려 기업적 가치를 하락시킨 부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사재기'로 차트에서 밀려난 피해 가수는?

음원 사재기가 사기와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면, 차트에서 밀린 가수들도 법적으로 구제될 가능성이 있을까? 변호사들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방호근 변호사는 "차트에서 밀린 가수들은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타인의 사재기로 인해 차트 순위에서 밀리거나 차트 순위에 진입하지 못한 것이 직접적인 재산상 손해나 정신적 손해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재기로부터 인과 관계있는 손해를 입증하는 것도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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