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인 줄" 책 들고 올림픽대로 한복판을 걸어가는 여성…사고 나면 누구 책임?
"귀신인 줄" 책 들고 올림픽대로 한복판을 걸어가는 여성…사고 나면 누구 책임?
올림픽대로 한가운데 역방향으로 걸어가는 여성
목격자 "너무 위험해 보이는 행동이라 경찰에 신고했다"
만약 사고 나면 운전자에게도 책임 있을까?…변호사들의 대답은

한 여성이 올림픽대로 한가운데를 역방향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퍼졌다. 이 여성을 목격한 운전자는 너무 위험해 보이는 행동이라 경찰에 직접 신고했다고 밝혔다. /유튜브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뭐야, 뭐 하세요. 여기 올림픽(도로)인데."
빠른 속도로 차량이 내달리고 있는 대낮의 올림픽대로. 이곳에서 책을 든 한 여성이 도로 한가운데를 역방향으로 걸어갔다. 차량 안에서 이 여성을 목격한 운전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운전자는 이 모습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제보하며 "대낮에 귀신인 줄 알았다"며 "(여성이 평소) 자주 출몰한다"고 밝혔다. 이어 너무 위험해 보이는 행동이라 경찰에 직접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 영상을 본 많은 사람들은 교통사고를 우려했다. "저러다 사고라도 나면 여성 본인도 위험하지만, 운전자도 사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로톡뉴스는 해당 영상이 사실이라는 전제로 변호사들과 분석해봤다. 먼저, 여성 A씨의 행동은 당연히 불법이다. 올림픽도로는 자동차 전용도로다. 이곳을 차량이 아닌 보행자가 통행하거나, 횡단하는 건 도로교통법 위반(제63조)이다. 이를 위반할 시 30만원 이하의 벌금 등으로 처벌될 수 있다(제154조 제6호).
다행히 여성 A씨의 행동으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그런데 만약 실제로 사고가 난다면, 많은 사람들의 우려대로 운전자에게도 책임이 있을까. 우리 법은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 그 사고에 대한 '과실(過失⋅실수)'이 있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있다.
영상을 직접 확인한 에스제이 파트너스의 장현경 변호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전자의 과실이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법무법인 테헤란의 송인엽 변호사의 의견도 비슷했다. "사고가 나더라도, (과속을 하지 않는 등) 준법 운전을 했다면 운전자에게 과실이 없을 것"이라고 봤다.
법률 자문

변호사들은 "대법원 판례에 비춰 봤을 때 그렇다"고 했다. 실제 지난 1989년 대법원은 "자동차 전용도로를 운행하는 운전자가 보행자의 무단횡단을 미리 예상해 급정차할 수 있도록 운전해야 할 주의의무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88도1484).
이에 따라 일선 법원도 비슷한 취지의 판례를 내놓고 있다. 지난해 11월, 제주지법 형사1부(재판장 방선옥 부장판사)는 자동차 도로에서 마라톤 연습하던 사람을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 B씨에게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1심과 2심 모두 "도로에서 피해자가 뛰어올 것을 예상할 수 없었다"는 B씨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당시 2심을 맡은 방 부장판사는 무죄를 선고한 이유로 "보행자가 역주행으로 마라톤 연습을 하는 것까지 예상해 충돌을 피해야 할 의무까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보행자를 발견하기 어려운 도로에서 피해자가 뛰어올 것을 예상할 수 없었으므로, 사고에 대한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다만, 장현경 변호사는 △원거리에서 미리 보행자를 발견해 감속⋅급제동이 가능했는지 △보행자가 눈에 잘 띄는 옷을 입었는지 등의 사정에 따라 "어느 정도의 과실이 인정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송인엽 변호사도 "이러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운전자의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고 했다. 단, 그 비율은 "20% 정도로 이 경우에도 보행자가 더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