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 기억했다가 주거침입 시도한 인테리어 업자…왜 불구속 수사받나
비밀번호 기억했다가 주거침입 시도한 인테리어 업자…왜 불구속 수사받나
인테리어 공사 계기로 비번 알게 된 뒤⋯혼자 사는 여성의 집 침입 시도
주거침입 혐의로 불구속 입건⋯여전히 아파트 출입해 피해자 불안
그는 왜 구속되지 않았을까
남성 A씨는 자신이 공사를 맡았던 여성 B씨의 집 현관문 비밀번호를 기억하고 있다가 범행에 사용했다. 이 사건으로 A씨는 불구속 입건됐는데 여전히 사건이 벌어진 아파트를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다. /YTN뉴스 캡처
현관문 도어락을 누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문에 달린 안전고리가 거의 떨어져 나갈 지경이었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낯선 남성 A씨. 그의 침입을 막으려고 이곳에 혼자 사는 여성 B씨가 문손잡이를 힘껏 붙잡았지만, A씨는 멈추지 않았다.
지난 22일 충남 보령에서 일어난 사건. 이로 인해 A씨는 주거침입 혐의를 받고 불구속 입건됐다. 알고 보니 그는 B씨의 집에 공사하러 왔다가 알게 된 비밀번호를 범행에 사용한 것이었다. 그런데 A씨는 여전히 다른 아파트 주민들의 공사를 하고 있다. 도리어 피해자 B씨가 A씨가 두려워 피신한 상황.
충격적인 범행을 저지른 A씨는 왜 구속되지 않은 걸까. 또한, 피해자가 보호받을 방법은 없는 걸까.
사실 A씨가 구속되지 않은 건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구속 수사는 일정 요건을 충족했을 때 가능하다. 그 요건이란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경우다.
하지만 A씨의 경우 여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불구속됐다고 봐야 한다는 게 변호사들의 분석이었다. 법무법인 지혁의 안준형 변호사는 "실무적으로 도주의 우려 등이 있어야 구속이 된다"며 "그게 아니라면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라고 했다.
또한, A씨에게 전과 등이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구속은 어렵다는 분석도 있었다. '와이 법률사무소'의 이연랑 변호사는 "동종 전과가 있거나 다른 범죄로 집행유예 기간이 아니라면 구속되지는 않는다"고 했고, 법률사무소 중현의 지세훈 변호사 역시 "단순히 일회성으로 발생한 일이라면 구속 수사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불안할 터. A씨의 아파트 출입만이라도 막을 수는 없을까. 이에 대해 이연랑 변호사는 "헌법에는 거주·이전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며 "안타깝지만 현실적으로 불구속 상태인 A씨를 피해자가 사는 아파트에 드나드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법률 자문

이런 경우 피해자가 피할 수밖에는 없는 걸까.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신변보호 요청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세훈 변호사는 "신변보호 조치로는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가해자에게 경고, 스마트워치 지급, 주거지 등 맞춤 순찰, CCTV 설치 등 다양한 항목이 있는데 피해자가 원하는 항목을 설정해 신청할 수 있다"고 했다.
안준형 변호사 역시 "신변보호요청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가 아직 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신청하라"고 조언했다. 신변보호 요청은 경찰서 사건담당자에게 '신변보호신청서'를 제출해 접수하면 된다. 이후, 관련 부서에서 심사를 거쳐 신변보호 여부를 결정한다.
아예 A씨의 접근을 차단하는 접근금지명령은 어떨까. 하지만 변호사들은 이 방법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안준형 변호사는 "법원의 명령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빨라야 한 달"이라고 했다. 이어 "접근금지 명령이 나온다고 해도 실효성이 있진 않다"며 "먼저 신변보호를 신청하고 가능하면 동시에 접근금지명령도 신청하는 게 낫다"고 현실을 짚었다.
이연랑 변호사 역시 "접근금지도 민사 소송"이라며 "개인 신상정보 등의 공개로 오히려 신변이 더 노출될 수 있다"며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